CNG 시내버스 표준운송원가에 요소수 지원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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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G 시내버스 표준운송원가에 요소수 지원 반영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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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3월에 결정 … 지난해 구입 차량부터 소급 적용
 

서울시 3월에 결정 … 지난해 구입 차량부터 소급 적용

연료 효율성 등 탁월 입증 … 업계 “전국적 확대” 기대

국내 시내버스 시장에 작은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굴지 완성차 업체 한 곳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배기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6’ 도입으로 판촉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견업체가 대등한 경쟁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 3월 서울시의회 행정감사결과를 토대로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 운행 업체 가운데 암모니아 수용액인 ‘요소수’를 구입해 비용 처리하는 경우 이를 전액 지원해주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시내버스 업체가 운영비로 쓴 비용을 돌려줄 때 기준으로 삼는 ‘표준운송원가’에 요소수 항목이 반영됐다. 지원은 2015년에 구입한 차량까지 소급 적용된다.

이번 서울시 결정은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고 있는 전국 6대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 내려졌다.

요소수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CNG 배기가스 규제 기준이 ‘유로6’로 높아져 각 완성차 업체가 이에 대응해 배출가스 저감기술을 적용한 버스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시내버스 업계 현안으로 대두됐다.

‘유로6’ 기준 시내버스는 배출가스 저감장치에 따라 크게 선택적환원촉매(SCR)와 배기가스재순환(EGR) 방식 차량으로 나뉜다. EGR이 배기가스를 재순환시켜 엔진 연소실 온도를 낮춤으로써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방식인 반면, SCR은 배기가스가 머플러를 통해 배출되기 직전 요소수를 분사해 인체에 무해한 질소와 물로 변환시키는 방식이다. 현재 현대자동차는 EGR 방식을 자일대우버스는 SCR을 각각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SCR 방식 CNG 시내버스를 구입한 업체는 기존에 없던 요소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요소수는 운행 조건에 따라 들어가는 양에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100km 주행에 1~2리터 정도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은 리터당 500원대에서 700원대 사이에서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비용인 만큼 SCR 방식 CNG 시내버스를 구입한 업체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업체에 따라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버스 1대당 요소수에 투입되는 비용은 한 달에 8~1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지역 시내버스 업체 관계자는 “아직은 전체 보유 차량을 유로6 기준 적용으로 바꾼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보유하고 있는 전체 차량이 교체 된다 가정하면 한 달에 들어가는 요소수 비용 부담이 매우 크다”며 “적자가 나지 않도록 운영비용을 최대한 절약하려는 업체에게 새로운 비용이 추가되는 것은 달갑지 않은 상황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요소수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업체가 SCR 방식 CNG 시내버스를 구입하는 이유는 효율성이 EGR 방식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EGR 방식은 연소온도를 낮추기 위해 냉각장치가 추가돼야 하는데, 이 때문에 엔진 출력 저하는 물론 연료 소비율이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SCR 방식은 냉각장치가 없어도 돼 엔진 출력이 감소하는 일이 없으며, 덕분에 연비 개선 효과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SCR 방식은 요소수 보충 단점이 있지만 연비개선은 물론 유해가스 방지에 최선이라는 결론이 났다”며 “폭스바겐도 앞으로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SCR 기술 개발에 힘쓰기로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에서 SCR 방식이 우수하다는 사실은 서울지역 시내버스 업체 자체 검증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서울 서부지역 시내버스 업체인 세풍운수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동안 동일 노선에 SCR 방식과 EGR 방식 시내버스 5대씩을 각각 투입한 결과 SCR 방식 차량이 하루 평균 비용이 3876원 정도 덜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풍운수 관계자는 “동일 조건에서 각각 버스를 운행해 본 결과 SCR 방식은 요소수 비용이 평균 3015원 추가됐지만, EGR 방식 연료비가 6891원 더 들어가 결과적으로 4천원 가까이 비용 차이가 발생했다”며 “이는 버스 한 대당 연간 141만원5000원을, 시내버스 차령(9년) 동안에는 1273만2000원을 절감할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시내버스 연비측정과 비용 검증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SCR 방식 효율이 뛰어나다는 업계 현장 자료가 나오자 해당 완성차 업체는 물론 SCR 방식 CNG 시내버스를 구입한 일부 업체가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과 서울시를 상대로 요소수를 연료비로 간주해 표준운송원가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세풍운수 자료를 근거로 조합과 서울시에 SCR 방식 CNG 시내버스를 도입할 경우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시의회를 상대로도 적극적으로 차량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고, 결국 이번에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됐다.

서울시가 요소수 항목을 표준운송원가에 반영해 지원키로 한 것은 차량 효율성이 높다는 점이 크게 부각된 면도 있지만, 이에 더해 독점적인 시내버스 시장 질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서울지역 시내버스 신차 판매 동향을 살펴보면 전체 판매대수인 783대 가운데 자일대우버스는 87대를 차지해 시장점유율이 11%대에 그쳤다. 나머지 대부분은 현대차 몫이다. 이는 다른 준공영제 실시 지역도 마찬가지 상황.

실제 서울시 의회 행정 감사결과에서도 “배출가스 저감 기술에 따라 엔진 방식이 달라지는데 현재 비용 지원 정책은 특정 업체에 몰아주기 식이 되고 있는 만큼 요소수 비용 지원을 모색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었다.

얼마 전 SCR 방식 CNG 시내버스 5대를 새로 계약한 서울버스 조준서 대표이사는 “요소수 비용을 지원해 주지 않으면 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업체 권리가 침해 받아 시장질서가 왜곡될 수 있다”며 “앞으로 대∙폐차될 버스가 많아지면 업체가 SCR 방식 CNG 시내버스를 기피하게 되고, 그러면 시장 독점구조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복수의 시내버스 업계 관계자가 “한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한 상황이라 버스 가격에서부터 차량 공급에 이르기까지 버스업계 입장을 배려하는 모습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서울시 요소수 지원 결정에 대해 적지 않은 시내버스 업체가 환영 입장을 보였다. 무엇보다 경제적 부담을 덜게 된 것은 물론, 공정한 시장 경쟁이 가능해지게 됐다며 반겼다.

시내버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년 사이 SCR 방식 CNG 시내버스 때문에 적지 않게 운영비 문제를 고민했는데 이번에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공정하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신차를 고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SCR 방식 CNG 시내버스를 만드는 자일대우버스도 내부적으로 자신감을 얻은 분위기다. 지난해 이후 꾸준히 차량 우수성을 알린 결과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번 서울시 결정으로 더 많은 판매가 이뤄질 것이라 기대했다.

자일대우버스가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서울지역에서 판매한 시내버스는 모두 37대로 전체 판매량(265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대에 이르렀다. 지난해 대비 3%포인트 가량 비중이 높아졌다.

특히 3월에 서울시가 요소수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이후로 자일대우버스 판매량이 7%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추가 계약 물량도 증가하고 있어 시내버스 업체의 차종 선택 폭이 더욱 넓어지게 됐다.

자일대우버스 측은 서울시 사례가 나머지 준공영제 시행 지역으로도 확대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부산지역과 같이 시장 규모가 큰 곳에서 경쟁업체와 상대하기 위해서는 불공정한 조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일대우버스 고위 임원은 “요소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해도 유류비가 적게 드는 만큼 시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 한다”며 “SCR 방식 CNG 시내버스 장점이 서울 이외 지역으로 알려져 업계가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마케팅과 판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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