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유혹에 빠진 수입차 업계, “이래도 돼?”
상태바
중고차 유혹에 빠진 수입차 업계, “이래도 돼?”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6.0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부 업체 인증중고차 사업 확대 나서자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성남 인증중고차 전시장

일부 업체 인증중고차 사업 확대 나서자

“여건상 당연한 수순” … “예의 주시해야”

최근 일부 수입차 업체가 힘을 쏟고 있는 인증중고차 사업 활성화 여부에 관련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 독일과 일본 브랜드가 주도하던 상황이 최근에는 영국 등 다른 중견 브랜드가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 구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지난 5월 브랜드 최초로 단독 인증중고차 전시장을 성남에 열었다. 양재동 오토갤러리와 장안평 전시장에 이은 세 번째 전시장으로, 165가지 항목에 걸친 검사를 거쳐 인증한 중고차를 판매한다. 재규어랜드로버 측은 올해 안에 전국에 걸쳐 인증중고차 전시장 7곳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재규어랜드로버가 올해 인증중고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최근 양 브랜드 판매 실적이 급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는 차량이 많이 팔린 만큼 AS에서부터 브랜드 이미지 관리까지 직접 나서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랜드로버는 7171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53.4% 성장하며 수입차 브랜드 판매 순위 4위에 올랐다. 랜드로버는 올해 들어 4월까지 전년 대비 64.4% 증가한 3430대를 팔았다. 재규어 또한 지난해 2804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41.0% 증가했다.

인증중고차 사업은 BMW그룹코리아가 지난 2005년 처음으로 시작했다. 사업 개시 이듬해 487대를 팔았는데, 2009년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한 이후 2010년 1000대를 돌파했고, 2013(2400대)과 2014년(3800대)을 거쳐 지난해 5200대를 판매했다. 5년 만에 5배 성장세를 일궈낸 것.

BMW그룹코리아는 현재 13개인 인증중고차 전시장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BMW 보다 6년 늦은 2011년 사업에 나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인증중고차 전시장을 현재 8곳에서 올해 말까지 13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벤츠는 2014년 550대에 이어 지난해 959대를 판매해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밖에 아우디코리아와 렉서스, 포르쉐코리아 등이 현재 인증중고차 사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차 업계가 인증중고차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중고차 잔존가치를 높이는 것이 신차 교체 수요를 꾸준히 창출해 판매를 늘리는 것은 물론 수익성까지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자체 보증기간과 관리 시스템을 통해 브랜드 신뢰도를 높여줌으로써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도 있다.

이는 최근 차량 품질이나 내구성이 좋아지면서 일정 기간이 지난 중고차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업계 스스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업체가 품질을 보증한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차량을 파는 고객이 직접 처분하는 데 따른 번거로움을 덜 수 있어 유리하다. 이는 한 번 차를 구매한 사람을 다시 유인할 수 있는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는 보증기간이 끝난 후 비용 부담이 급증하는 등의 이유로 국산차보다 잔존가치가 낮아진다”며 “이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소비자 불만 등을 업체가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물론 중고차 업계 모두 인증중고차 사업이 향후 3~4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0만대 이상 차량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고, 최근 수입차 시장이 냉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차 업체가 인증중고차 사업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도 높다.

물론 수입차 업체 모두가 인증중고차 사업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주로 대중차를 판매하는 업체의 경우 신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인증중고차 사업에 까지 손을 내미는 게 오히려 신차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울러 일부 최고급 브랜드는 이미지 관리 때문에 대놓고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기에 무리가 있다.

폭스바겐이 현재 판매 실적 볼륨에도 불구하고 선뜻 인증중고차 사업에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일부 업계 관계자 판단이다.

현재는 전체 중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향후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성장할 경우 중고차 시장 질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완성차 업체가 신차와 중고차 거래를 사실상 장악하게 되면, 시장 자율 경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가격 등에 있어서 소비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 아울러 기존 중고차 사업자 업권을 침해할 소지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인증중고차 거래량이 전체 중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현 상황을 토대로 단정적인 향후 전망을 내놓기는 어렵다”며 “다만 수입차 업계가 한번 발을 담은 이상 쉽게 사업을 접거나 하지는 않을 것일 분명한 만큼 기존 사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점차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