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가 되고 있는 한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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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가 되고 있는 한국시장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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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 브랜드 ‘옥시’를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 ‘레킷벤키저’ 한국법인이 지난 18일 한국에서 영유아와 청소년을 포함해 143여명을 죽음으로 몰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피해자에게 1억5000만원을 보상하겠다고 제안했다.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서 회사에 대한 비난 여론은 물론, 자사 브랜드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내놓은 대책이었다. 이에 대해 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들은 5년간 피해 사실을 부정하고 조작된 보고서까지 법정에 내놓고는 이제는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든다고 반발했다.

안일한 대응에서부터 한국 시장 자체를 무시하는 것 같은 글로벌 기업 행태에 많은 한국인이 분노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옥시마저 ‘양반’ 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문제가 되고 있는 또 다른 글로벌 기업이 있다. 독일 폭스바겐그룹 한국법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주인공이다.

지난해 터진 디젤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래 9개월 동안 폭스바겐 한국법인은 철저하게 한국 사회와 여론은 물론 정부까지 외면하고 있다.

정부 명령에도 불구하고 조작에 따른 리콜계획서는 세 차례나 엉성하게 제출됐다. 최근에는 배출가스 조작에 더해 국내 인증에 필요한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정황이 들통 났다. 또한 소비자 보상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최근 미국에서 차량 환불은 물론 추가로 1인당 5000달러 규모로 배상금을 지불하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과 비교해 너무나도 큰 차이를 보인다.

결국 사실로 밝혀진 조작마저 인정하지 않는 것 같은 고압적 자세로 일관하는 상황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졌다. 그런데도 파격적인 할인과 프로모션을 앞세워 어떻게든 차 한 대 더 파는 데 혈안인 폭스바겐 한국법인의 비도덕적 상행위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 사회적 공분을 무색케 할 만큼 폭스바겐과 아우디 브랜드 차량 판매 추세는 최근 몇 달 새 정상궤도를 되찾는 모습이다. 폭스바겐의 경우 지난 5월에 직전 4월(784대) 대비 196.7% 늘어난 2326대를 판매했다.

폭스바겐 사태와 상관없이 값싼 수입차만 구입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일부 소비자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회사는 도를 넘어서 자칫 기만행위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 이상 폭스바겐 한국법인이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정부가 ‘판매 제한’이나 ‘소비자 보상’ 등과 같은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만이 끝을 보이지 않고 있는 디젤 게이트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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