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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I 브리프<4>]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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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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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 법 체계 개선을 통해 보행 교통사고 감소시켜야

   

한국의 보행교통사고를 살펴보면, 발생건수는 2010년 4만9353건에서 2014년 5만315건으로 증가했고, 부상자도 2010년 5만396명에서 2014년 5만1590명으로 역시 증가했다.

이에 반해 사망자는 2010년 2010명에서 2014년 1843명으로 감소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5세 이상의 노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고발생건수는 2008년 8006건에서 2014년에 1만825건으로 약 35%가 증가했다. 사망자수는 2008년 903명에서 2014년 919명으로 약간 증가했다. 노인보행 사망자의 69%, 부상자의 54%가 도로횡단 중에 발생했다.

한국의 인구 10만명 당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95명으로 OECD 회원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07명이었다. 자동차 천대 당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9.5명으로 OECD 회원국가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와 도시여건이 비슷한 일본은 2.3명이고, OECD 회원국 평균은 1.9명이었다.

한국의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은 2013년 기준 37.6%로 OECD 회원국가 중 가장 높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6.5%이었다. 이 비율이 낮은 것은 그 만큼 보행자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지표를 교통안전정책의 성과지표로 선정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인구 10만 명 당 고령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5.5명으로 OECD 회원국가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2.8명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보다 더욱 고령화율이 심한 일본도 4.1명에 그쳐, 우리나라보다 약 73%나 적었다. 효도가 중요한 사회적 가치이고 고령자를 존대하는 유교문화에서 고령보행자 사망률이 이렇게 기록적으로 높은 것은 효도 및 유교문화가 실질이 없고 형식일 뿐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보행교통사고가 많은 이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 중심의 교통법체계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횡단보도 설치 거리가 원칙적으로 200m로 규정돼 있어 횡단보도를 이용해 길을 건너려면 최대 100m를 걸어야 한다.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고 싶은데 횡단보도가 주변에 없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보행자의 무단횡단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타당성이 부족하며 보행교통사고의 증가를 촉발하는데 기여할 뿐이다.

유럽에서는 횡단보도 설치에 있어 거리제한이 거의 없다. 가까이에 횡단보도가 없다면 비횡단보도 횡단이 법적으로 허용돼 보행권이 보장된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만약 횡단시설이 없다면 보행자는 도로의 일부를 보도의 연장으로 생각하고 건널 수 있도록 해 보행자의 보행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또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의 차량에 대한 우선권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법적으로 보행자로 인정받는 것은 단순히 횡단보도 위를 걷고 있는 때만이 아니라,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명확한 의사를 보였을 때에도 보호받고 있어 보행자의 권한을 넓게 보장 받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 보행교통사고율이 높은 이유는 고령자에게 비효과적인 노인보호구역과 보행규제, 좁은 생활권 도로에 정당하게 혹은 불법적으로 주차된 차량으로 인한 보행사고 위험 증가, 운전자에 대한 법적 과보호, 보행자의 안전한 보행의무 규제 미흡, 보행자와 차량 충돌 방지 기술도입과 사고 발생 시 보행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차량규제 미흡 등이 있다.

정부는 전체적으로 보행자 중심의 교통법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첫째, 보행자의 법적 권리 확대방안을 시행해야 한다. 무신호등 횡단보도에서 자동차 정지의무 확대, 횡단보도 거리제한 완화 지침 제정, 보행자 보호의무 확충을 위한 법적 횡단보도 공간 확대, 신호기 통행방식의 규정을 지침에서 법으로 상향 입법, 차량 적색신호 시 우회전 금지, 녹색신호에서 적색신호 변경 시 보행권 보장 입법, 횡단보도 주변 불법주차 가중 처벌, 횡단보도 전방에 정차한 차량 추월금지 도로교통법 개정 등을 시행해야 한다.

둘째, 고령자를 위한 실버존의 확장과 보행규제의 적합화 대안을 시행해야 한다. 실버존을 위한 시속 30km 속도제한 도로교통법 개정, 실버존의 설정 범위 확대를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 고령자를 위한 보행교육과 훈련 제공을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 고령자 보행 중 교통사고에 대한 자동차운전자의 책임 확대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정, 실버존 관련 도로교통법 규제 강화 및 처벌 증대, 실버 존을 위한 공학적 개선안을 반영한 도로교통법 개정 등을 시행한다.

셋째, 생활권도로에서의 공적 공간 회복과 보행권 보호를 위한 규제를 개선한다.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생활권도로의 최고제한속도를 30km로 설정, 보행우선구역정책의 확대를 위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 거주자 우선주차제 개선을 위한 주차장법 개정, 생활권도로에서 보행권 제한규제 개선방안, 보행자전용도로–보행자우선도로(15km/h)-생활도로(30km/h)-간선도로(50km/h)로 도로위계 재설정방안 등을 시행한다.

넷째, 보행사고 발생 시 차량운전자를 과보호하는 법체계를 개선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폐지하고 난폭운전 등을 검토해 형사기소를 결정하는 교통사고 배심원제도를 도입하도록 한다. 만약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폐지가 되지 않을 경우에 법 개정을 통해 중상해 판정기준을 하향 조정, 공소제기의 폭을 확대하는 방안을 시행한다.

다섯째, 안전한 보행을 위한 보행자 의무강화를 위한 규제를 신설하거나 개선한다. 야간 보행 시 형광물질 반사재 착용을 권장하고, 횡단보도 횡단 중 핸드폰 사용을 금지하며, 과도한 음주보행 시 도로접근을 억제하고, 안전보행 교육 기회를 확대해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도로교토통법 개정을 한다.

여섯째, 보행자 교통사고방지 기술 도입과 사고 발생 시 보행자 신체피해의 최소화를 위한 차량안전 디자인 의무화를 위한 차량규제를 도입하도록 한다.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보행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차량기술 장착의 의무화를 규정하도록 하고,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차량 앞부분의 디자인을 보행교통사고 발생 시 보행자의 신체피해를 최소화하는 차량안전 디자인을 강화하는 방안을 시행하도록 한다.

보행자는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교통약자이므로 보행환경의 개선은 일종의 시민복지를 증진시키는 조치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자동차중심의 법체계를 보행자위주의 법체계로 바꾸는 데 있어 항상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고, 그 전환과정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선진국들이 누리고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은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자동차 산업계 등 반대자들과의 오랜 논쟁과 시민운동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룬 도로교통법체계의 개선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정치적 성과로 나타난 선진국의 안전한 보행환경을 부러워할 것만이 아니라, 그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흘린 시민, 전문가, 행정가 등의 땀과 눈물, 그 힘들었던 정치적 과정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은 일상생활에 바쁘겠지만 보행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과정에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해야 하고 교통약자의 교통권 보호에 좀 더 정책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보행자의 교통권 확대를 위한 인간중심의 교통법체계를 구축해야 보행교통사고를 근본적으로 감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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