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울 것 없는 전기차 엑스포, “의미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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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울 것 없는 전기차 엑스포, “의미가 있나요?”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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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큰 관심 보이지 않아 ‘동네잔치’ 불과 지적

업계 큰 관심 보이지 않아 ‘동네잔치’ 불과 지적

“단순 보여주기 행사 아닌 내실 다져야” 비판도

“재작년부터 내리 세 번 엑스포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늘 느껴지는 게 항상 똑같은 차량에 똑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것 같네요. 그나마 올해는 현대차가 아이오닉이라는 새 차를 내놔서 조금 달라졌는데, 무언가 참신함이 부족한 게 아쉽습니다.”

18일 ‘제3회 제주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현장에서 만난 김신정(45․제주)씨는 매년 판에 박은 듯 되풀이되는 행사가 과연 전기차 발전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정부로부터 거액을 지원 받아 여는 행사가 지나치게 형식에 치우쳤고, 그나마도 ‘동네잔치’로 전락한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도 덧붙였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제주 국제전기차엑스포가 전기차 산업 활성화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로 3번 째 열렸지만, 전기차 관련 더 많은 업체와 기관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평가가 일각에서 나왔다. ‘단순히 지자체 전기차 공모 기간 차 한 대 더 팔기 위한 이벤트’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제주 국제컨벤션센터 등지에서 열린 엑스포에는 24개국 150여개 업체가 350여개 부스를 마련해 참가했다. 엑스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는 전년도 참가 업체 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 조직위는 이밖에 시승회와 같은 각종 체험 행사가 강화된 것은 물론, 제주선언문이 채택된 ‘EV 리더스 라운드테이블’이 열렸고, 전기차 산업 지속가능성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각종 토론과 세미나가 마련돼 어느 때보다 풍성한 행사였다고 의미 부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평가와 달리 엑스포 현장에서는 “행사가 전반적으로 부족한 게 많고 부실하다”는 목소리가 제법 나왔다.

우선 완성차 업체 참여율이 저조했던 점을 문제로 꼽을 수 있다. 이번에 자체 부스를 마련하고 전기차를 전시한 업체는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차’ ‘한국닛산’ ‘BMW코리아’ ‘BYD’ ‘비긴스’ ‘쎄미시스코’ ‘파워프라자’ ‘브라이선EV코리아’ ‘인터퓨어’ 등 11개에 그쳤다. 이중 각종 이벤트를 열며 행사에 적극 참여한 건 현대차와 르노삼성차 한국닛산 3개 업체에 불과했다.

여기에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 ‘포드’ ‘GM’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참가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글로벌 전기차 트렌드를 확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테슬라의 경우 엑스포 조직위가 올해 참가를 예상하기도 했지만, 여러 이유로 무산돼 아쉬움을 더했다.

아울러 이번에 제주지역에서 민간부문 전기차 공모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GM이 공식 참가하지 않은 것도 조직위 능력을 의심받게 만들었다.

더욱 문제는, 매번 엑스포에서 같은 차종이 되풀이 전시됨으로써 참가 업체는 물론 전시 관람객이 식상해 하는 행사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회 분위기가 여타 모터쇼와 달리 지나칠 정도로 차분했다”는 웃지 못 할 평가가 나오기까지 했다.

업계는 이번 행사에서 단연 돋보인 존재가 현대차였다고 손을 꼽는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이라는 신차를 공개하며 공격적으로 행사에 참여한 게 이유다. 현대차는 이번에 전시장 내부가 아닌 외부 로비 공간에 부스를 설치하고 각종 이벤트를 개최해 많은 사람으로부터 시선을 받았다. 현대차는 현재 제주지역 민간부문 전기차 공모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밖에 충전기와 전장부품, 파워트레인과 같은 부품․소재 업체가 부스를 마련하고 참여했지만, 전시품은 물론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관람객을 끌어 모으기에 한계가 컸다는 분석이다.

대회 기간 이어진 각종 강연과 세미나에서도 ‘대안 부재’ 비판을 받았다. 매년 ‘충전 인프라 확충 문제’나 ‘충전 표준화’ ‘보조금 지원 타당성 여부’ 등이 도마에 올랐지만, ‘현실적 한계’ 만을 거듭 확인한 수준이란 지적이다.

업계는 “전기차 활성화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걸림돌이 무엇 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외부적으로 이슈화되고 문제시 되고 있다”며 “문제는 이를 해결할 만큼 정부 또는 업계가 의견을 모으고 의욕적으로 추진할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행사가 제주가 표방하는 ‘탄소 없는 섬(카본 프리 아일랜드)’을 만드는 데 최대 핵심과제인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이끌어 낼 수 있으려면 더 많은 관련 업계 참여를 이끌어내고, 단순 보여주기식이 아닌 발전적 대안을 제시․선도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야한다”며 “이런 점에서 봤을 때 현재 엑스포는 조직위나 제주도가 의도하고 있는 목표에서 한창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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