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이 車 팔자 … 재규어 “협의된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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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이 車 팔자 … 재규어 “협의된 것 없어”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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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신차 판매에 수입차업체 반발
▲ 온라인 신차 판매로 문제가 된 재규어 XE

온라인 신차 판매에 수입차업체 반발

유통업체 “정상적 합의로 이뤄진 거래”

소비자 피해 의식 “공급 차질 없을 것”

한 온라인유통업체와 수입차업체가 자동차 온라인 판매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상 경로를 통해 차량을 판매한 것”이라는 유통업체 주장에 “판매에 대해 어떤 협의도 없었다”며 수입차업체가 맞섰다.

온라인쇼핑사이트 ‘티몬’이 지난 8일 국내 전자상거래 사상 처음으로 영국산 ‘재규어’ 브랜드 차량을 판매했다.

티몬은 재규어 준중형 세단 ‘XE’ 포트폴리오와 R-스포츠 모델 20대를 각각 정상가 대비 700만원 싼 4810만원과 4700만원에 내놨다.

차량은 사실상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가장 싼 가격에 나왔고, 매물이 올라온 지 3시간 만에 구매 쿠폰 20장이 모두 팔렸다. 티몬은 “해당 쿠폰을 구매한 고객 모두 상담원 통화를 거친 후 정상적으로 거래를 마쳤다”며 “향후 대금을 결제하면 담당 딜러를 통하거나 직접 전시장에서 차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판매된 차량은 ‘SK엔카’가 티몬 사이트를 통해 공급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SK엔카는 재규어 공식 딜러 아주네트웍스로부터 차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곧장 시장 일각에서 자동차 판매 패러다임을 혁신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시각은 잠시뿐, 수입차업체가 티몬의 온라인 신차 판매에 제동을 걸었다.

재규어를 국내 공식 수입․판매하고 있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다음 날인 9일 오후 “한국법인과 공식 딜러 아홉 곳 모두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통해 차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 어떤 공식적 접촉이나 협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소셜커머스 사이트에 고지된 차량 판매와 관련된 가격 등 모든 정보는 협의된 사항이 아니며, 현재 모든 차량은 오직 당사 공식 딜러의 공인된 유통망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 손상 및 소비자 혼란 야기 등에 대해 해당 소셜커머스 업체에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한국법인과 공식 딜러 모두 티몬 측에 차를 판적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티몬은 “SK엔카가 판매 계약에 앞서 아주네트웍스와 협의했고,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본사 마케팅 책임자와도 구두 협의를 진행했다고 계약 과정에서 밝혔다”며 “이런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 차량 가격 등을 딜러사와 사전 협의나 조율 없이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양측 주장이 갈리는 가운데 SK엔카는 “신차 공급은 계약상 티몬과 SK엔카가 공동 주체”라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아주네트웍스는 11일 “어느 누구와도 일체 공식적인 협의나 계약을 한 적 없다”며  “SK엔카와는 특판 및 법인차량 구매에 대해 유선상 논의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불명확한 관계에서 차를 팔면서 엉뚱하게 소비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제기되자 재규어와 티몬 모두 일단 피해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와 아주네트웍스는 “기존 고객에게 어떤 피해도 돌아가지 않도록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티몬 또한 “계획대로 차량이 인도되지 않을 경우 직접 재규어를 구매해서라도 차질 없이 공급 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와 유통업계는 온라인 신차 판매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판매망을 놓고 벌인 밥그릇 싸움’이라고 보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 생소한 온라인 판매 루트를 개척하려는 업체와 기존 유통 질서를 지키려는 업체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한 결과라는 것이다.

온라인 신차 판매에 업체가 섣불리 접근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누구도 처음 시도하는 온라인 판매 여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아주네트웍스가 온라인 판매에 합의를 했다면 가격에 대한 다른 딜러 반발이나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을 간과한 것이고, 티몬은 공급 루트를 확실하게 다져 놓지 않고 무리하게 판매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매는 소규모 이벤트성으로 이뤄진 것으로 발생한 문제가 해프닝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향후 온라인을 통한 신차 판매가 늘어날 경우에는 단순한 상황으로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온라인 신차 판매가 보편화된 외국 사례 등을 봤을 때 앞으로 온라인 거래라는 대세를 거스르기 힘든 만큼 자동차․유통업계가 함께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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