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시장, 수입 브랜드 공세에 ‘지각변동’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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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시장, 수입 브랜드 공세에 ‘지각변동’ 조짐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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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새 63.8% 성장...“국산 3사 전통적 과점 시장 위협하나”

수입차 증가에 동반 성장, 신차용 타이어에도 수입산 장착

 

국내 타이어 시장은 견고했다. 국산 타이어 3사(한국, 금호, 넥센)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데다 굳건한 삼각체제 내에서 2위 자리를 놓고 금호타이와 넥센타이어의 경쟁만 존재하는 듯했다.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은 국산 신차에 장착된 타이어를 교체할 때 그 브랜드 그대로 교체하는 소비유형을 보이는 등 브랜드 충성도도 높아 대외적 변수에도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국내 시장에도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의 수입차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수입 타이어 브랜드의 공세가 국내 타이어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타이어, 중국 점유율 1위...국내 마케팅 수정 불가피

국내 타이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5년간 유독 수입 타이어 판매만 눈에 띄는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몇 년간 수입차 인기에 탄력을 받은 수입 타이어 업계가 국내 신차용 타이어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국내 시장 압박에 나섰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만 집중하던 타이어 3사의 마케팅 전략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에 따르면, 타이어 수입은 2015년 5억1148만달러(약 5616억원)로 2010년 3억1227만 달러 대비 63.8%으로 대폭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타이어 수입이 전년 대비 6.2% 증가하면서 2억5084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입 타이어의 국가별 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33.6%로 1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이 독일 9.5%, 일본 9.0%, 미국 8.3%, 태국 8.1%, 프랑스 4.8%, 이탈리아 1.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최근 몇 년간 약 30%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수입 타이어 1위를 지켜왔다. 중국 타이어는 아직까지 국내 제품에 비해서 품질 경쟁력은 덜어지지만 가격 경쟁력이 높다. 저가 공세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중국 브랜드는 아직 승용차용 타이어는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아 주로 대형 트럭·버스용으로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금도 높은 해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브리지스톤 같은 일본 브랜드들은 2000년대 이후 국내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줄었고 최근에는 미국과 독일 브랜드가 선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입차 판매가 미국과 독일 브랜드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이들 국가의 타이어 수입도 동반 성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국산 타이어의 안방이었던 국내 완성차 업체의 신차용 타이어 시장에서 수입 타이어의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EQ900의 신차용 타이어 공급사로 미국 미쉐린과 독일 콘티넨탈을 선정했고, 아이오닉도 미쉐린 타이어를 장착했다.

수입 타이어의 시장 점유율이 증가하는 데는 국내 소비자의 타이어 선택 경향과 관련이 깊다. 타이어 시장은 보통 신차용(OE) 시장과 교체용(RE) 시장으로 구분되는데 국내에서 두 시장의 비율은 3대 7로 교체용이 더 크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은 타이어를 교체할 때 원래 장착된 브랜드를 다시 쓰는 경우가 많아서 신차용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타이어 시장은 2010~2015년 2500만~2600만본 수준(수입 타이어 제외)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파이 크기는 그대로인 시장에서 수입 타이어만 늘어나는 셈이다.

 

“수입차 증가가 원인의 전부 아냐”...다양한 브랜드 경쟁 기대

최근 5년간 수입 타이어 공세는 그동안 약 90%의 시장 점유율로 과점 체제를 형성해온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3사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내수 매출이 2014년 1조4024억원에서 2015년 1조2607억원으로 줄었다. 금호타이어의 내수 매출도 2013년 1조773억원, 2014년 1조314억원, 2015년 9740억원으로 감소세다. 넥센타이어도 2014년 4856억원이었던 타이어 내수 매출이 2015년 4662억원으로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어쩔 수 없이 수입 타이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우리도 수입차의 신차용 시장에 진출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수입 타이어의 시장 점유율 증가세에 대비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의 저가 공세에 고관세 부과 조치를 취한 것처럼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업계가 지나친 저가 공세에 시달릴 경우 국내 타이어 시장 전반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시각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도 미국철강노조 등이 올해 2월 중국산 트럭과 버스용 타이어에 대해 제소하자 반덤핑 관세 및 상계 관세 조사에 착수, 결국 3월 중국산 트럭과 버스용 타이어 등 2개 품목에 대해 현지 시장에 피해를 입혔다고 판정, 중국산 승용차 및 소형트럭용 타이어 제재에 이어 향후 중국산 타이어 제재 폭을 확대하는 최종 판정을 위한 조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수입 타이어 국내 점유율 확대의 원인을 수입차 증가에서만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수입차가 늘어났다고 무조건 다양한 수입 브랜드의 수요가 늘었다고 보는 것은 제한적인 전망에 불과하다”며 “그렇다면 중국 수입차의 비중이 전혀 없는 국내 상황에서 중국 타이어 브랜드들의 약진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내 상용차 타이어 시장에서의 경제성 부분을 국내 타이어 업계가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으로, 중국 브랜드의 저가 마케팅 전략이 국내 시장에 유효한 이유라는 것이다.

이어 “일정 부분 품질이 보장된 중국 타이어들의 저가 공세를 위협으로 보지만 말아야 한다”며 “고품질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를 굳힌 국내 타이어 3사가 내수용에 있어 품질 대비 가격을 제대로 책정하고 있는지 다른 국내 주요 수출품처럼 해외에선 싸고 국내에선 비싼 게 아닌지 되물어야 할 계기가 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참에 타이어 업계가 세계적으로 입증된 기술력 외에 국내 시장 가격 변화 및 마케팅 전략에 변화를 줄 시기가 됐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정기적으로 다양한 프로모션과 할인 행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가격을 그대로 둔 채는 실효성이 없는 일시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국내 소비자가 대접을 받고 있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는 시각이다.

타이어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58)는 “고품질만 내세우는 국내 타이어 3사는 시장 점유율이 과점을 넘어 독점에 가까워 국내 소비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 국내 마케팅에 소홀하다”며 “합리적인 가격 결정이 없다고 보는 만큼 차라리 다양한 수입 브랜드들이 들어와 자유로운 가격과 품질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시장으로 분위기가 전환되는 게 타이어 산업의 내수 경쟁력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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