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범칙자에 대한 특별사면 계속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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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범칙자에 대한 특별사면 계속 해야 하나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6.09.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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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박사의 교통안전노트

지난 8월15일 광복 71주년을 맞이해 박근혜 정부는 세 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가 함께 포함됐다. 작년 특별사면 때에는 1회 음주운전자를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이번 사면에서는 음주․난폭 운전자를 배제했다.

특별사면할 때마다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교통안전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은 정부의 특별사면조치를 불편한 시작으로 볼 수밖에 없다.

1995년에는 광복 50주년을 기념해 무려 440만 명의 교통범칙자 등을 특별사면한 적이 있었다. 이 특별사면에는 상습 음주운전자 뿐만 아니라 뺑소니 사망사고 야기자 등 악질 운전자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조치로 인해 그 이듬해에는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전년에 비해 2330명이 증가하게 된다. 1998년 3월에도 대규모 사면이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을 맞아 건국 이래 최대규모인 553만명에 대한 특별사면․복권․감형과 행정처분 특별취소 등 대사면조치를 단행했을 때에도 음주운전과 속도위반 등으로 받은 운전면허 벌점기록이 전면 삭제됐다. 이 조치와 함께 일반도로의 제한속도 시속 70km를 80km로 상향 조정하는 등 대대적인 규제완화가 이뤄지면서 1999년에 이어 200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대폭 증가하게 된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 특별사면이 있어 왔지만 생계형 운전자 중심으로 이뤄짐으로써 다행히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증가하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범칙자에 대한 특별사면 조치만 없었다면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훨씬 더 많이 줄일 수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어쩌면 정부가 목표로 했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OECD 평균 수준에 근접하거나 도달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교통범칙자에 대한 사면․감면은 국민대화합 차원에서 시행한 조치이며, 운전 자체가 생계수단인 딱한 사정의 시민들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조치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지난 해 실시한 사면조치를 보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근절해야 할 음주운전 행위를 사면의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사면권의 남용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살인행위로까지 인식해 경찰이 강력한 단속을 펴고 있는 음주운전행위를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행위와 같은 잣대를 적용해 일괄 사면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다. 도로교통법 위반사범에 대한 사면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프랑스에서도 음주운전, 과속, 정지신호 무시, 위험한 추월, 정상인의 장애인 전용 주차장 사용 등은 사면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정부의 사면조치가 반복되면서 운전자 사이에는 정권이 교체되거나 광복절이 돌아오면 사면이 단행될 것이란 기대 때문에 쉽게 위반을 하거나 단속되더라도 범칙금이나 과태료를 내지 않고 미루는 도덕적 해이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제8차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기준을 강화하려는 시점에 특별사면조치를 취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사면 혜택을 본 운전자들은 상당수가 상습적으로 또는 반복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운전자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정부의 교통범칙자에 사면은 형평성도 잃었다고 할 수 있다.

대체로 대규모 특별사면의 대상이 된 범죄는 도로교통법 위반 등 가벼운 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애당초 행정규제적 목적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불이익은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제거된다. 굳이 그 기간의 경과를 기다릴 수 없을 만큼 문제가 있어 특별사면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면, 근본적으로 그러한 행정법규의 내용과 형벌을 제재수단으로 한 법률 자체를 재검토했어야 했다. 다른 한편 대규모의 사면을 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러한 경미한 범죄자를 대상으로 선택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해당자들에게 일시적으로는 선물이 되겠지만, 국민 전체에게는 언젠가 기다리면 처벌을 회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고 준법의식을 둔감하게 하는 독약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불합리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사면의 본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하며, 사면을 결정하기까지 거쳐야 할 세부적인 절차를 두어 부적절한 사면권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OECD 회원국 중 교통안전 최하위 국가를 면하기 위해서는 교통범칙자에 대한 특별사면을 자제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객원논설위원-교통안전공단 미래교통전략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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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걸 2016-09-08 22:12:24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아무나 사면해주는 것이 아닌 진정 '특별'사면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