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불렀더니 폭스바겐 차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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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택시 불렀더니 폭스바겐 차량이
  • 곽재옥 기자 jokwak@gyotongn.com
  • 승인 201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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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없는 이벤트에 택시기사 뿔났다

카카오택시, 폭스바겐 무료시승 이벤트 중
정작 택시업계는 몰라…기사들 “배신감마저”

“비번인 날 볼일이 있어 택시를 이용하려고 카카오택시에 접속했어요. 그런데 ‘폭스바겐 무료시승 이벤트 당첨’ 메시지가 나오더니 폭스바겐 차량이 오는 게 아니겠어요? 운이 좋았던 건 둘째 치고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서울 소재 D택시회사에 근무하는 택시기사 A씨가 최근 겪은 일이다. 그는 카카오택시가 폭스바겐과 손잡고 무료시승 이벤트를 벌인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고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카카오는 폭스바겐코리아와 프로모션 제휴를 맺고 지난 7월부터 다음달 16일까지 ‘폭스바겐 이지 라이드(Volkswagen Easy Ride)’ 무료 시승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강남, 수원, 성남, 안양, 고양, 인천 등 6개 지역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25대의 시승차를 운행하고 있다.

이번 이벤트는 고객이 카카오택시를 호출하면 무작위로 가까운 폭스바겐 전시장에 있는 폭스바겐 골프 혹은 파사트 차량이 승객 위치로 가서 무료로 목적지까지 태워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고객 중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원할 경우 직접 목적지까지 차를 몰고 갈 수도 있다.

이벤트 차량 외관에는 ‘폭스바겐과 카카오택시가 함께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카카오를 상징하는 캐릭터들이 래핑돼 있다. 뒷좌석에는 아이패드를 비치해 승객들이 이동 중 폭스바겐 신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이벤트에 당첨된 고객에게는 평생 엔진오일 무료 교환권을 선물로 준다.

이벤트 실시 두 달째가 되면서 해당 이벤트에 당첨돼 무료시승을 경험한 후기들이 카페, 블로그 등 SNS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미처 기대하지 못한 행운에 유쾌하고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인들과 달리 이번 이벤트를 두고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은 A씨와 같이 달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본인이 카카오택시 기사회원임에도 엉뚱한 상황에서 해당 사실을 알게 돼 당혹스럽고, 정작 택시기사들에게는 사전 상의 없이 진행하고 있어 불쾌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와 관련해 택시업계 한 종사자는 “택시를 호출하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택시기사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라 논란의 대상이 된다”며 “무료 이벤트라고 하지만 이를 통해 양사가 간접적 홍보효과를 본다면 유상운송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번 이벤트는 최근 폭스바겐의 부정행위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 진행되고 있어 폭스바겐 측의 판촉 전략에 애꿎은 택시 이미지만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의견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는 승객들에게 택시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시도된 것”이라며 “처음부터 단거리 목적지의 승객만 당첨될 수 있도록 설계한 데다 제한된 수량, 제한된 시간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기사회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결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택시업계는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상황을 주시해 필요할 경우 적절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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