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운전, 터널에서 더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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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운전, 터널에서 더 치명적”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6.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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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내 사고빈도 미미하나 사고 시 피해는 급증
터널 이전 감속하고 안전거리 여유있게 유지해야

최근 고속도로나 국도에 있는 터널 내부 또는 입구에서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터널 사고는 일반 도로사고보다 치사율이 2.3배나 높아진다.

터널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시야 확보가 어렵고 지체와 정체 상황 때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터널 주변에서 졸음운전은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게 실제 사고 사례에서 확인된다.

터널 사고를 줄이려면 운전자가 긴급 상황에 대처할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터널 이전부터 천천히 감속하면서 앞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 2일 오전 11시께 부산 기장군 정관읍 도시 고속화 도로 곰내터널 안에서 정관신도시 방향으로 달리던 모 유치원 버스가 빗길에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버스 안에는 5∼6세 유치원생 21명과 인솔교사 1명 등 23명이 있었으나, 다행히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해 2명이 찰과상을 입는 데 그쳤다.

경찰이 조사 해보니 당시 터널 안에서 뒤따르는 차량이 있었으나, 사고 차량이 시속 50㎞로 속도를 줄여 운행하면서 2차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사고는 운이 좋아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터널 사고는 큰 인명피해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8월 14일 오후 2시 10분께 전남 여수시 만흥동 자동차전용도로 마래터널에서 유모(53)씨가 운전하는 트레일러가 김모(61·여)씨의 승용차를 들이받는 등 14중 추돌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터널 진입 당시 졸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7월 17일 오후 5시 54분께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봉평터널 입구에서 방모(57)씨가 운전하던 관광버스가 승용차 5대를 잇달아 추돌해 20대 여성 4명을 숨지게 하고 37명이 다쳤다.

관광버스 운전자 방씨는 전날 버스에서 쪽잠을 자고, 사고 당일에 피로가 쌓인 채 운행하다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8월 3일에는 경북 경주시 건천읍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경주터널에서 10중 추돌사고가 나 운전자 등 7명이 다쳤다.

한국교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4년에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는 22만3552건이고 이중 터널 사고는 539건으로 비율(0.0024%)은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터널에 들어가면 어두워져 시야 확보가 힘들고 다른 곳으로 피하기 어려워 연쇄추돌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터널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터널 사고 치사율이 일반 교통사고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터널 교통사고 현황'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터널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2957건으로 집계됐다.

터널 사고로 150명이 숨졌고 6753명이 다쳤다. 매년 터널 사고로 30명이 사망하고 1350명이 부상하는 셈이다.

최근 5년간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인 치사율을 보면 터널 사고(5.07%)가 일반 교통사고(2.25%)보다 2.3배 높다.

오주석 박사(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수원)는 "운전자가 터널에 들어가고 나올 때 주행환경이 급격히 변하기 때문에 터널 안팎에서 정체 또는 지체현상이 발생할 때 속도변화에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며 "터널에서는 다른 곳으로 피할 곳이 없고 브레이크를 밟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재경 박사(한국교통연구원)는 "터널 내 도로가 젖어 있거나 빙판이 되어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과속하면 절대 안된다"면서 "터널 진입 전에 미리 속도를 줄이고 평소보다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박사는 "특히 대형차량은 차체 중량이 무거워서 일반차량보다 30% 정도 더 여유있게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터널에서 나올 때도 지형적 조건에 따라 발생하는 바람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하므로 과속하면 훨씬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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