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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기록계와 과속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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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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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우리나라는 2009년 12월 교통안전법을 개정하여 용달화물자동차와 특수자동차를 제외한 전체 사업용 차량에 표준화된 디지털 운행기록계(Digital Tacho Graph, 이하 “DTG") 장착을 의무화했다. 법이 개정되기 전부터 운송사업자는 운행기록을 6개월 이상 보관하고 교통행정기관(교통안전공단이 수탁)이 요청하는 경우에는 운행기록분석시스템에 입력하거나 인터넷 또는 저장장치를 이용하여 제출하고 있다.

문제는 교통행정기관이 운행기록을 점검·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교통안전점검을 실시하거나 차량과 그 운영체계에 대한 개선권고는 할 수 있지만 사업주와 운전자에게 어떠한 불리한 제재나 처벌을 할 수 없도록 했다는 점이다. 정부와 국회가 이렇게밖에 법을 만들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새로운 사양의 표준 DTG 장착을 독려해야 했고, 위법한 운전행태가 적나라하게 기록된 자료가 제출되더라도 운전자 본인에게 어떠한 처분이나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담보가 있어야 온전한 자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개인택시와 개별화물차를 제외한 운행기록 제출률은 29%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과속 등 위법한 운전행태가 고스란히 증거로 남을 수 있는 자료가 공공기관에 제출되어 이를 증거로 운전자를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을 하게 된다면 운전자 입장에서는 아예 기록을 제출하지 않거나 내용을 파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은 교통사고가 났을 때 운행기록장치의 수집 등과 관련하여 필요한 사항을 조사하도록 하였고, 1톤 이하의 용달화물자동차도 DTG를 장착하도록 하고 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DTG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경찰공무원은 대개 운전자나 사업주에게 운행기록의 제출을 지시하고 있지만, 본인에게 불리한 기록은 삭제하여 제출하거나, 고장 등을 이유로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전자 장비이기 때문에 내외부 영향으로 기록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오래될수록 신뢰도가 떨어져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교통안전법이나 자동차관리법에 용달화물자동차는 운행기록장치 면제차량임에도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DTG 장착을 의무화한 것은 무의미하다.

디지털 운행기록계 설치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외국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운전자의 위험운전 행태, 전자지도를 이용한 운행궤적 표출, 차량별 정보 등을 분석하여 그 결과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운수업체 안전관리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은 운전자의 과로운전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행기록계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운행기록은 주로 회사단위로 관리가 되고 있지만 담당 공무원이 노상점검(Roadside Check)을 통해 최대 운전시간과 최소 휴게시간 등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에는 운전자와 사업주를 관계법령 위반에 따라 강력하게 처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운수종사자에 대한 운전시간과 휴게시간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DTG를 통해 과로운전이 확인되더라도 개선권고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사업주나 운전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영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제한속도 위반으로 단속되었을 때 차량의 이동거리와 시간을 통해 차량속도를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DTG의 운행기록이 직접적인 증거로 활용되기보다는 대개는 참고자료 또는 보충자료로만 이용되고 있다. 경찰공무원이 무인단속카메라로 과속운전을 적발하더라도 위반행위를 한 운전자를 규명하려면 DTG가 유용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위반 운전자를 밝히는 입증책임은 경찰공무원에게 있기 때문이다.

물론 DTG의 운행기록을 토대로 과속운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사업주나 운전자가 자료를 조작하거나 파기할 가능성을 아예 차단시킬 수 있는 체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운행기록을 운행기록분석시스템에 전송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또한 낡은 기기를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거나 자동차 검사시 검사항목에 정확도를 확인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 신뢰도를 높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불이익한 제재나 처벌을 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개정할 수 있으며, 운행기록 자료를 과속운전에 직접적인 증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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