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금협상 난항 … 정부 ‘개입’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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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임금협상 난항 … 정부 ‘개입’ 가능성 커져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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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합의 실패하자 긴급조정권 발동 가시화
▲ [연합]

28일 합의 실패하자 긴급조정권 발동 가시화

중소기업계 “불매운동 계획” 강경 대응 시사

12년 만에 전면파업이 이뤄지는 등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자동차 파업사태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지난달 28일 올해 임금․단체협상 2차 잠정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교섭을 가졌지만 또 다시 합의에 실패했다.

노사 양측은 이날 오후 3시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교섭대표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7차 임금협상을 벌였다. 협상 테이블에서 사측은 “현재 파업 상태가 지속되는 한 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등의 추가 제시안은 내놓을 수 없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추가 제시안이 없다면 협상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교섭을 중단하고 자리를 떴다.

회사는 전날 열린 교섭에서 기존 안 보다 2000원 오른 기본급 7만원 인상과 주간연속 2교대제 포인트로 10만 포인트(현금 10만원과 동일)를 지급하겠다고 추가 제시했지만. 노조가 이를 수용하지 않아 타결을 보지 못했다.

회사는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만간 교섭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9일과 30일 양일 동안 6시간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아울러 오는 4일 제14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추후 파업 일정을 결정한다.

현대차 파업 사태가 해결점을 찾지 못하자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막대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현대차 파업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30일간 파업 또는 쟁의행위에 나설 수 없으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에 들어간다. 민간 기업은 노·사·공익위원 각 1인으로 이뤄진 조정위원회가 조정을 맡는다.

조정이 실패하면 중노위 위원장이 공익위원 의견을 들은 후 중재 회부 여부를 결정한다. 중노위는 중재 회부 결정이 내려지거나, 쟁의 당사자 신청이 있으면 즉각 중재에 나선다. 중재재정이 내려지면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가지며, 이후 쟁의행위는 불법이다.

지금까지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모두 4차례로, 이중 1993년 현대차 노조 파업이 포함돼 있다. 당시에는 긴급조정권 발동 후 하루 만에 노사가 합의안을 도출했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것은 현대차 노조 파업이 예년보다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끼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72일간 22차례에 걸쳐 전면 또는 부분파업을 이어오면서 12만1167대에 이르는 생산 차질이 빚어졌고, 이로 인해 매출 2조7000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12년(1조7000억원)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813만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잡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지난 2013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700만대 생산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300여개에 이르는 현대기아차 협력사 총매출도 3조8000억원 이상 차질이 생긴 것으로 추정됐다.

이와 같은 상황을 반영해 중소기업계가 불매운동을 거론하는 등 이례적으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차는 정부 전폭적인 판매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시장 논리를 무시하고 이번 파업을 단행했기 때문에 제품 불매운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중소기업중앙회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주관으로 열렸다. 중소기업계가 특정 기업 노조를 겨냥해 공식 입장을 밝히고, 노조 파업에 대해 불매운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 파업으로 인한 협력 중소기업 하루 손실액은 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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