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부침주의 심경으로 환골탈태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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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부침주의 심경으로 환골탈태 꿈꾼다”
  • 곽재옥 기자 jokwak@gyotongn.com
  • 승인 20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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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교통 택시노조, 베스트드라이버에 쌀 10kg 지급

안전·정비 동영상교육도…조합원 공감 이끌어내

‘파부침주(破釜沈舟)’란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할 때 쓰인다. 이러한 파부침주의 심정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꿈꾸는 택시 노동조합이 있어 화제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위치한 신영교통(주) 택시노동조합은 지난해 8월부터 매달 ‘베스트 드라이버’ 3명을 선정해 포상으로 쌀 10kg씩을 지급하고 있다. 시상에 대한 조합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12월부터는 차순위 3명을 ‘굿 드라이버’라고 명명해 쌀 4kg씩을 지급하고 있다.

임오빈 노조 위원장은 “대체 교통수단의 발달과 택시 수급 불균형으로 승객들이 점차 감소하고 안전운전에 대한 교통법규 강화로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태”라며 “교통법규위반·과속·승차거부 금지 등 택시기사들에 대한 제재는 다양하지만 정작 성실한 택시기사에게는 주어지는 혜택이 없어 이 시상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수 드라이버의 평가기준은 교통법규위반건수, 사고건수, 성실근무 3가지다. 투명한 평가를 위해 실제 교통법규위반건수와 사고건수는 조합원들 휴게장소에 설치된 게시판에 게시한다. 이는 조합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장치이기도 한데, 예를 들어 지난 8월의 경우 '조합 전체 교통법규위반건수 26건. 이중 끼어들기 7건. 이중 3건이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발생하였으니 이 지역 운행 시 특히 주의' 하는 식이다.

지난 4월 입사한 신입 택시기사 박 모씨(61세)는 “쌀 10kg을 받아 집에 가져간 날 가족들에게 ‘처음으로 하는 택시 일이지만 한 달 동안 교통법규 잘 지키고 안전운전해 상가지 받았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하자 가족들이 안심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종전에 없었던 새로운 노조활동을 두고 조합원들의 반응이 처음부터 뜨거웠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회에서 한 번 ‘실패’를 경험했던 조합원들의 눈에 재기발랄한 노조의 도전은 순진한 패기쯤으로 여겨졌던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합원들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고, 그 순진한 생각에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상은 노조 조직부장은 “신영교통 노동조합 창립 30년 만에 처음으로 도입한 제도라 시행 초기에는 조합원들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바라봤으나 확실한 근거와 통계를 제시하자 지금은 조합원들 사이에 선의의 경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향후 더 많은 조합원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차량대수 70대, 운수종사자 90명을 보유한 신영교통은 평균근속연수 6.1년, 10년 이상 근속 운수종사자가 18명에 이를 정도로 노사 간 화합이 잘 되는 회사로 유명하다. 최근 노조의 새로운 움직임과 그로 인한 택시운수종사자들의 변화에 대해 회사 역시 관심이 높다. 따라서 우수드라이버 선정을 위한 ‘성실근무’ 공동평가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금전적으로도 협조·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종인 신영교통 관리부장은 “요즘은 노동조합과 택시운수종사자들은 과거와 달리 대부분이 고학력의 합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며 “택시업계에서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인 이와 같은 시도가 회사는 물론 근로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서로 발전하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영교통 노조는 이밖에도 질 높은 택시서비스를 위한 ‘승객헌장’을 발표하는가 하면 조합원들이 교대시간에 볼 수 있도록 휴게장소에 대형TV모니터를 설치해 교통사고·차량정비 등 동영상교육을 수시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안전운전을 유도하고 있다. 또 현재는 승객 하치 시 분실물 방지를 위한 안내방송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임 위원장은 “택시는 어디까지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승객 감소와 서비스 질 저하가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며 “비록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라고 할지라면 뼈를 깎는 심정으로 계속해서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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