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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I 브리프<7>] 김영국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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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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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중심의 보행정책으로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자

   
 

경쟁력 있는 도시의 이면에 함축된 실질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속도를 중시하던 산업화 시대에는 자동차의 접근과 이용이 편한 도시가 좋은 도시로 여겨졌다. 하지만 승용차가 사람보다 나은 대접을 받도록 운영되는 도시교통체계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음은 지난 세기를 거치면서 확인됐다. 미래에는 도시의 다양한 기능이 인문학적 유산 및 자연환경과 함께 조화롭게 잘 보전되면서 보행과 대중교통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지속가능한 교통체계가 바람직할 것이다.

세계 유수의 도시들은 자동차 위주의 교통체계가 안고 있는 고에너지 이용과 환경오염 문제를 탈피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형성하기 위해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가장 대표적인 실천 사례가 보행과 자전거 등 비동력 교통수단을 도시의 중요한 통행수단으로 다시 자리매김 하는 작업이다.

뉴욕과 런던은 도심 한가운데인 타임스스퀘어와 트라팔가 광장에 보행공간을 구축하고, 파리는 세느 강변 도시고속도로의 일부를 보행자 전용거리로 전환했다. 다시 말해 세계 주요 도시의 교통정책 기조가 자동차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가는 중에 있다.

도시는 인구밀도가 높은 주거지와 상업지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따라서 대량수송 수단인 대중교통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경우 굳이 자동차에 의존하지 않아도 시민들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그러므로 대중교통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도시들도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화해 온 토지이용과 시민의 요구에 맞는 대중교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지속해 왔다. 그 덕분에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도시의 주요 지점으로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도시의 교통체계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였다고 하기에는 아직 모자란 점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까지 ‘보행’을 통해 이동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잘 발달된 대중교통 네트워크가 원활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최초 출발지부터 가까운 곳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까지의 보행로로 연결돼야 하고, 도착지 정류장에서 최종 목적지까지의 보행으로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어린이와 노약자를 포함한 다수의 시민들이 자가용 승용차에 의지하지 않고도 원하는 목적지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도시의 보행로를 대중교통체계와 연결하여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까지의 보행로 정책을 살펴보면 단발성의 ‘걷기 좋은 길’ 조성이 주된 사업 방향이었다. 도시 곳곳에 걷기 좋은 길을 발굴하고 조성하는 것은 총론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발성 ‘걷기 좋은 길’ 조성 정책으로는 시민의 일상의 삶과 보행통행을 서로 유기적으로 조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통근 및 통학, 쇼핑 등 일상적인 통행을 대중교통과 보행으로 흡수하기 위해서 앞으로의 걷기 좋은 길 정책의 우선순위는 ‘대중교통과 보행의 연계’를 통해 일상의 삶에서 걷기 좋은 길을 시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걷기 좋은 도시를 향한 그 동안의 노력을 살펴보면 청계천 복원 및 산책길 조성, 북한산 둘레길을 위시해 각 자치구별로 도시하천과 산과 같은 자연자원을 테마로 한 여가형 산책길 조성이 꾸준히 이뤄져 왔다. 또한 사람과 상점이 밀집해 있는 인사동과 명동의 도심 일대에 보행전용거리 및 보행우선지구들이 조성됐다. 또 역사적, 인문학적 공간을 주제로 한 광장과 보행로 조성이 확산됐다. 경복궁 앞 광화문광장, 시청 앞 서울광장, 그리고 숭례문 광장이 도심의 남북 축에 걸쳐 형성됐다. 도심에 보행광장과 보행전용지구와 같은 걷기 좋은 공간이 확대돼 가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으니 모든 길은 필히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보행광장과 걷기 좋은 길이 고립된 섬처럼 존재해, 길이 가진 고유의 속성인 연결성(connectivity)을 충족시키기 못하고 있다.

예전 숭례문은 삼남의 각처에서 도성으로 연결되는 관문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그 기능을 상실하고 그저 바라만 보는 대상이 됐다. 현재는 숭례문 일대가 보행광장으로 조성돼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됐지만, 여전히 걸어서 숭례문을 지나 세종대로를 따라 광화문까지 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숭례문 광장의 북쪽 끝에서 끊어진 보행로는 멀리 우회해야만 다시 시청광장으로 연결되며, 곳곳에 놓여 있는 횡단보도는 보행의 연속성을 방해하고 있다. 그리고 도심의 차량 통행속도 60km/h는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서울의 사대문안 공간은 종축과 횡축으로 다양한 문화유산과 누적된 인문학적 공간이 공존하고 있다. 이들 공간을 걷기 좋은 길로 연결해 네트워크化 하는 작업은 이제까지의 서울시 보행정책을 완성하는 의미를 가진다. 고립된 섬으로 존재하던 보행영토를 연결해 걷기 좋은 도시, 걷고 싶은 도시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서울역 고가도로의 ‘초록보행길’ 사업 즉, 보행자중심 공원화 사업은 청계천 복원과 더불어 서울의 보행공간을 네트워크로 재탄생시키는 상징적인 사업이다. 더불어 또 하나의 보행로 구상이 종묘와 세운상가 그리고 남산을 남북축으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도심 안의 남북축인 세종대로와 세운상가 보행로가 종로와 을지로를 포함하는 다섯 개의 횡축 보행로와 연결되면 눈목자(目) 형태의 보행 네트워크를 이루게 된다. 즉 보행로 네트워크화를 통해 도심 전역은 도보 관광이 가능해지게 된다.

이런 보행로 연결구상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보행로의 주요 지점에 사람들을 흡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공존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역 7017 프로젝트’의 공원화 사업과 ‘다시·세운 프로젝트’에서 도시농업 공간인 세운초록띠 공원을 이해할 수 있다. 도시의 가로가 걷기 좋은 길이 된다는 것은 소음과 오염이 줄어든 환경적인 도시, 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활기찬 도시, 자동차의 속도에서부터 안전한 그리하여 걷기가 일상화 된 건강한 도시를 시민이 일상의 삶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경쟁 속에서 속도와 효율을 강조하던 산업화 시대의 교통정책의 기조는 이제 저물고 있다. 미래의 교통정책은 사람 중심의 환경 친화적이며 지속가능성에 더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아가야 한다. 대중교통과 보행을 연결하고, 명품 보행로를 네트워크化 하는 과정은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자동차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사고와 행동패턴을 바꿔야 하고, 도로의 건설과 운영에 직간접으로 연관되어 있는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시민의 자발적이고 능동적 참여가 필요하다. 좋은 도시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수많은 합리적 사고와 비판 정신으로 제도와 관습을 끊임없이 개선해야, 궁극적인 의미에서 지속 가능하며 사람들이 살기에 좋은 미래의 도시로 재탄생 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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