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전액관리제…“과도기는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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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칼’ 전액관리제…“과도기는 수순”
  • 곽재옥 기자 jokwak@gyotongn.com
  • 승인 201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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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운송비용 전가 금지’ 시행 이후 (下)

서울시, “납입기준금 인상 불가” 방침 세워
택발법, ‘전액입금 위반 시 처분 불가’ 단서
단위사업장 ‘정액제→업적금제’ 전환 제안도

택시 ‘운송비용 전가 금지’가 시행 3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이로 인한 금전적 부담을 두고 줄다리기가 예상되면서 올해 임금협상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법률 시행에 따른 법적 처벌과 관련해서는 유사시 불상사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우선 민주택시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의 경우 운송비용 전가 금지가 시행되기 이틀 전인 지난 달 29일 임금협상을 타결한 상태다. 소속 사업장의 60~70%가 가감누진형 성과급식월급제를 채택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높은 민택은 중앙협상 결과 ‘2% 임금 하향’이 결정됐다. 현재 단위사업장에서는 이를 기초로 개별 협상이 진행 중이다.

반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의 경우 현재 6차까지 중앙임금교섭이 진행된 가운데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전반적인 급여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이 가중된 사업자 측으로서는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지난 7일 ‘택시운송비용전가 관련 협조요청’ 공문을 사업자 측과 노조 측에 각각 내려 보내면서 협상에 변수가 예상된다. 시는 공문을 통해 “일부 단위사업장에서 운송비용 전가 금지 규정을 들어 납입기준금(사납금)을 인상하는 임급협상을 체결한다는 민원이 접수됐다”며 “운송비용 전가 금지를 이유로 납입기준금을 인상하는 것은 운수종사자에게 운송비용전가로 간주돼 입법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사업자 측과 노조 측은 표면적으로는 운송비용 전가 금지를 이유로 납입기준금을 인상하기는 곤란해졌다. 노조와 사업자 양측 모두 납입기준금 조정 여부 주장 시 현실적으로는 다른 명목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액제(사납금제)로 운영 중인 일부 단위사업장에서는 사업자 측이 업적금제(운송수입금 전액 납부 후 업적에 따라 월급 차등지급)로의 전환을 제안하기도 해 향방이 주목된다.

이렇듯 이번 ‘운송비용 전가 금지’ 시행이 ‘전액관리제’ 정착의 기폭제가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각각의 해당 법률이 명시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노사 간 적잖은 시비가 우려된다. 현재 일부 사업자 측과 노조 측이 개별 운수종사자에게 독려하고 있는 ‘운송수입금 전액 납부’ 지시 역시 ‘양날의 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택시발전법 시행령은 ‘운송비용 전가 금지’ 위반 시 1차 경고, 2차 사업일부정지(90일, 다만 유류비·교통사고처리비 2회 전가 시 120일), 3차 감차명령(다만 유류비·교통사고처리비 3회 이상 전가 시 사업면허취소) 처분토록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비고’ 항목을 통해 ‘운수종사가가 부당한 운임 또는 요금을 받는 행위(여객법 제26조 제2항)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예외규정을 두고 있어 향후 분란이 예상된다.

다시 말해 이는 사업자가 운송비용 전가금지 위반으로 처분 대상이 되더라도 당사자인 운수종사자가 전액관리를 위반해 처벌된 경우에는 처벌을 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사업자들에게 전권을 위임 받아 협상을 진행 중인 서울택시조합은 앞서 전체 조합사에 보낸 ‘조치사항’ 공문을 통해 운수종사자들이 운송수입금 전액을 수납토록 공지글을 게시하고, 이를 어기는 해당 운수종사자에 대해서는 신고 조치토록 했다.

그런데 이 경우 운수종사자의 범법행위가 선인지 사업자의 범법행위가 선인지 여부에 상관없이 ‘과태료 처분을 받은 운수종사자’만을 명시하고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 또한 구인난으로 인해 가동률이 70% 안팎에 머무는 택시회사들이 처분규정에도 불구하고 운송비용 전가를 지속하거나, 운송수입금 전가 지속을 위해 전액입금 미이행 운수종사자를 지레 신고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져 실효성 없는 규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택시 분야 한 관계자는 “이번 법 시행을 둘러싼 다양한 양상이 일면 운수종사자의 이탈이나 택시사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 염려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택시노사 간 끊임없는 분쟁의 대상이었던 영업적 특성과 그로 인한 미완의 임금체계를 최선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면 과도기는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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