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교통의 미래<디지털화>
상태바
[창간특집] 교통의 미래<디지털화>
  • 곽재옥 기자 jokwak@gyotongn.com
  • 승인 2016.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 어디든 ‘원 클릭’, 초연결시대를 꿈꾸다

‘자가용 없는 공유차 시대’ 전망…‘이동수단’에서 ‘서비스’로
전국을 공유차로 끊김 없이 연결…‘모바일’로 교통기술 집결
“바뀌는 건 한 순간”…정보 수집·정부 및 지자체 대비 필요

# 서울에 사는 A씨는 이번 주 가족여행지로 대모도를 선택했다. 2박 2일간 필요한 물품들을 커다란 트렁크에 담아 집을 나서자 조금 전 스마트폰으로 예약한 SUV 자율주행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차를 몰아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도착해 미리 예약된 주차공간에서 차를 반납했다. 가족은 고속버스 내에 비치된 인식시스템을 통해 한 명씩 예약확인 과정을 거쳤고, 버스는 이내 완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다. 곧바로 다음 이동수단을 검색해 보니 가장 빠른 것은 소형 페리. 가족은 페리에 몸을 싣고 물살을 가르며 대모도항에 도착했고, 대모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는 자전거를 바로 빌려 섬 일주를 시작했다.

바퀴의 발명에서 시작된 인류의 이동수단은 기술발전과 함께 교통수단·서비스·운영 등 전반적 측면의 혁신을 거듭해 왔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미래 교통기술은 지금과는 또 다른 다양한 신기술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이른바 ‘4차 교통혁명’을 이끌 주된 키워드 중 하나는 ‘디지털화’이며, 디지털화된 교통수단·서비스·운영 등은 결국 ‘모바일’이라는 종착지에 최종 집결하게 된다.

교통의 디지털화를 가장 잘 설명하는 세계적인 트렌드는 바로 ‘마스(MaaS:Mobility as a Service)’다. 이는 ‘서비스로서의 이동수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스스로 차를 구입·소유하는 형태가 아닌 차를 서비스로 이용하는 형태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우버’와 우리나라에서도 급격히 확산되고 있 ‘카셰어링’이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가용’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교통체증, 주차 등 근본적인 문제들이 이유로 작용하겠지만 ‘여가시간의 확대’라는 또 하나의 글로벌 추세가 자리 잡고 있다. 가까운 예로 유럽과 중국은 이미 4.5일 근무제를 도입·권유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4.5일 근무제가 시도되고 있다. 선진국과 같이 여가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의 필요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컨대 차량을 소유하게 되면 차량의 용도가 하나로 한정돼 세단을 가진 사람이 캠핑 등의 용도로 SUV가 필요할 때 렌트 이외에는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된다. 하지만 마스 개념하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차를 ‘언제(Anytime), 어디서든(Anywhere)’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 자동차 메이커들 역시 이러한 변화의 추세를 인식해 ‘1가구 1차’에서 ‘1가구 1.5차’로 넘어갔던 전략을 최근 ‘공유차’의 개념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래의 교통수단의 트렌드가 이처럼 ‘소유’가 아닌 ‘공유’로 전환될 때 관건은 중간에 이동수단이 단절되는 부분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로 A씨 가족이 집을 나서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할 때 택시나 렌트카를 이용한다고 쳤을 때 택시의 도착시간이 지체되거나 렌터카의 반납 문제가 발생한다면 현재 일반화돼 있는 자가용이 더 편리하기 때문에 미래 교통수단의 도래는 요원하게 된다.

이러한 미래 교통 트렌드를 설명하는 새로운 용어가 바로 ‘심리스 트래블(Seamless Travel, 한국교통연구원)’이다. ‘seamless’는 ‘(중간에 끊어짐이 없이) 아주 매끄러운’이라는 뜻으로 단순히는 ‘매끄러운 이동’을 말한다. 교통기술의 발달로 지식과 정보, 사람과 사물이 모두 연결되는 ‘초연결시대’는 그동안의 이동수단과 이동수단 사이 공백을 매우는 과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자율·무인자동차 등도 인간이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교통수단과 서비스를 통제·선택하는 것을 가능하게 도와준다.

그렇다면 미래 교통환경과 비교했을 때 지금 우리는 어느 지점에 서 있는 것일까. 종래 자가용, 버스, 택시, 철도에 머물러 있던 이동수단의 종류는 카셰어링, 카풀, 자전거 등으로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앱을 이용한 예약·결제 서비스와 새로운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등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양상은 미래교통의 기준으로 봤을 때 개별적 이동수단에 초점을 맞춘 단위적인 서비스에 불과해 전체적인 경쟁력과 사업성은 점점 떨어질 것이라는 게 교통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실제 미래 교통환경하에서 이용자들이 경험하게 될 가장 큰 변화는 한 번의 클릭(One-Click)으로 교통수단이나 가격에 대한 선택에서부터 도착지의 주차 상황, 해당 지역의 특성상 유용한 이동수단에 이르기까지 종합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모바일이나 O2O 서비스의 트렌드가 어떻게 바뀔지 등은 1차적인 문제가 되고, 모든 서비스 운영 사업자들이 모바일에 표출되는 데이터를 어떻게 송출해 이용자(유저)가 한 번의 검색으로 완벽한 이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마스’ 또는 ‘심리스 트래블’로 대표되는 미래교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들이 있다. 먼저 이용자들의 니즈, 수만 가지 상황에서 빈틈을 매우고 ‘도어 투 도어’를 가능하도록 도와줄 ‘교통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다. 다음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교통환경을 불편이나 오류 없이 편리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결제시스템과 요금제’다.

특히 미래 교통환경하에서 요금결제는 지금과 같은 교통수단별 결제가 아니라 전체 교통수단을 아우르는 월정액 등 통합형 방식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교통 분야 선도기업으로서 일찍부터 이러한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한국스마트카드의 한 관계자는 “전체 교통수단과 서비스가 거대하게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될 미래에는 탑승 시 다만 신분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결제체계가 바뀌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요금제와 결제방식에 대해 미리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같은 미래가 언제 도래할지에 대해서는 어떤 교통전문가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앞으로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고, 과거 우마차가 증기기관차로 교체됐던 것처럼 단기간이 될 수도 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기술의 발전은 늘 시대를 이끌어 왔지만 거기에 뒤쳐진 것은 늘 법·제도였다는 점이다.

이제 미래 교통환경이 도래했을 때 닥칠 수 있는 기존 사업자의 손실, 기술적 보완점, 소유와 공유에 대한 개념 정립 등 사후 불거질 다양한 문제에 대한 예측과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미래 교통환경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