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업종별 핵심이슈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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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업종별 핵심이슈 <자동차>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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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차 군집주행 대비 제도 마련 시급하다
▲ [사진 : 볼보트럭코리아]

상용차 군집주행 대비 제도 마련 시급하다

트럭 등 자율주행기술 현실화 단계

“대형사고 방지 위한 법제도 필요”

코벤 소령(브루스 윌리스 분)이 집 앞에 주차한 택시에 몸을 올린 것은 늦은 아침. 탑승자를 인식한 차량은 자동으로 시동을 켰고, 차가 저절로 달리기 시작한다. 도로에는 사람은 타고 있지만, 운전은 직접 하지 않는 수많은 자율주행차가 운행되고 있다. 복잡한 교차로에서도 차들은 알아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교통 흐름에 따라 움직였다.

1997년에 만들어진 영화 ‘제5원소’ 한 장면이다. 모두 머지않은 미래 자동차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계와 사회가 주목하는 ‘자율주행차’다.

자율주행차 개념이 등장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이미 1950~60년대부터 미래 실현 가능한 기술로 소개됐다. 물론 당시에는 꿈같은 일로 치부됐다. 그랬던 자율주행차가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곳은 미국과 유럽이다. 벤츠나 볼보는 물론 포드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차는 일부 상용화 전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받는다. 구글도 전략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구글 어스’와 같은 지도 서비스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갖고 포드와 협력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율주행기술은 승용차보다 상용차가 앞서가는 양상이다. 특히 텔레매틱스(원격제어시스템) 분야에서 버스와 트럭에 장착되는 기술이 가장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상용차 업계가 자율주행기술에 힘을 쏟는 것은 고가 차량 위주인 상용차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상용차 판매량은 2014년 270만대에서 2024년 37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용차는 장거리 운행이 잦고, 연비와 같은 경제성이나 효율성에 민감하기 때문에 특히 자율주행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볼보트럭의 경우 지난달 열린 ‘하노버모터쇼’에서 여러 대를 무선통신으로 연결해 일렬로 늘어선 무인 트럭이 유일하게 운전자가 탑승한 선두차량 제어를 받아 속도와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달리는 ‘군집주행시스템’을 공개했다.

대형트럭이 무리를 지어 나란히 운행하는 군집주행시스템 개발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자율주행기술이다. 상용차 업계가 트럭 군집 주행에 주목하는 것은 뒤차 공기저항이 선두 차량 대비 8% 감소해 연비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건비 절감 등이 더해지면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다임러트럭도 지난 2014년 자율주행 트럭 ‘메르세데스-벤츠 퓨처 트럭 2025’가 독일에서 공개했다. ‘퓨처 트럭 2025’는 지능적인 고속도로 파일럿 보조 시스템을 장착해 최대 시속 85km까지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군집주행시스템 개발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것은 유럽 브랜드다. 이미 6개 브랜드가 올해 4월과 6월에 개별적으로 유럽에서 실 도로 평가를 끝냈다. 오는 2020년에는 다른 브랜드 차량이 섞여도 군집 주행이 가능하도록 표준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다임러트럭은 “자율 주행이 사회․환경을 위한 혜택 창출은 물론 비즈니스나 기술적 측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포함하고 있어 성공 확률이 높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도 유럽 보다는 늦지만 꾸준히 군집주행시스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실험 주행이 가능한 도로가 많아 좋은 연구 환경을 갖췄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자동차 업체가 미국 현지에 관련 연구 시설을 집중하고 있다. 덕분에 미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자율주행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네바다 주가 자율주행차 실 주행 테스트 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다임러가 만든 자율주행 트럭은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미국 네바다 주에서 운행 허가를 받았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지난 10월 ‘모델 S’에 부분적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공개했다.

군집주행과 같은 자율주행기술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차량 간 소통(V2X) 체계다. 지능형 교통시스템 핵심으로 특히 교차로 등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상대 차량 주행 정보를 미리 공유함으로써 교차로와 같은 곳에서 주변 차를 인지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다.

김장섭 현대자동차 상용선행전자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추돌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군집 주행에 있어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국내에서도 올해 안으로 법규 초안이 마련되고 빠르면 2018년 법제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이미 선행 기술을 상당수 확보한데다, 이를 양산차에 적용시켰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차량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차량자세제어시스템’은 물론 ‘어라운드뷰모니터링시스템’ ‘차선이탈경고시스템' ‘차량안전거리제어시스템' ‘자동비상제동시스템' ‘능동조향제어시스템' 등이 대표적 기술이다. 현대․기아차도 상당수 기술이 이미 상용화돼 승용차는 물론 상용차에 적용됐다.

세계적 추세에 맞춰 국내에서도 제도 개편과 정부 재정 지원 등을 통해 자율주행기술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우선 걸림돌이었던 통신주파수 문제가 해결점을 찾았다. 정부가 최근 자율주행차 운행을 위해 전용 주파수를 배분하고, 오는 2020년까지 전국에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와 도로교통공단이 2020년까지 자율주행과 군집주행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지원 계획도 수립된다. 보험업계도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됐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고 등의 가능성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판교에는 2017년까지 세계 최초로 시범운행단지가 조성된다.

걸림돌은 여전하다. 무인으로 운행되는 자동차에 대한 법규 마련은 물론 보험 처리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상용차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더욱 조심스럽다.

자율주행차 시범 운영과 상용화를 앞두고 사고 책임에 대한 법적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법적 책임을 제조사와 차량 소유주 가운데 누가 져야 하는지, 민사 손해배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에 대한 논쟁은 아직 결론이 나지 못하고 있다.

자율주행기술 개발 방향과 태도도 문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 16일 ‘파리모터쇼'에서 자율주행차가 진행하는 도중 탑승자와 보행자 중 목숨을 선택해야 하는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탑승자 안전을 우선시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샀다.

생명을 등한시하는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에 대해 벤츠는 사고가 발생해 차를 포기해도 다른 사람이 확실히 구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확실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는 자율주행차 개발 방향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최신 기술이 반영된 자율주행차라도 교통안전을 지킬 수 없다면 결국 탑승자 의지에 따른 차가 더 안전한지, 아니면 기계가 운전하는 차가 더 안전한 지 원론적 물음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용차는 대형차량이기 때문에 자율주행에 따른 사고 발생으로 승용차보다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술 개발과 병행해 법적 제도에 대한 보완이나 마련이 시급하다”며 “매우 빠른 속도로 자율주행기술이 실현되고 있는 만큼 상용차 적용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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