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업종별 핵심이슈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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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업종별 핵심이슈 <버스>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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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안 화초’ 기력 잃은 버스업계, 준공영제 탓인가

서울시 보완․대책안 공개...“제도 기능상실, 기사회생 어느쪽”

재정부담에 감차계획 나오자 업계 ‘반발’...“준공영제 손질해야”

지난달 서울시가 수요 감소와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내년 상반기까지 시내버스 300대를 줄이기로 하는 버스 감차 계획을 발표하면서 버스 준공영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04년 도입된 버스 준공영제에 따라 시가 매년 막대한 예산을 버스 운영비에 투입하고 있는 점이 이번 버스 감차안에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시는 지난해 2500억원, 올해는 1771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버스 운영비로 확보한 바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 예산으로 버스 운영비를 보전해주는 예산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토선상에 오른 감차 대수 300대는 관내 시내버스 전체 대수 7439대의 4% 규모다. 이에 서울 버스업계는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히고, 현재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중교통 수단이자 공공재로 가동되는 버스

공익성이 강한 특성상, 버스(광역․시내)는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다. 각 버스업체들은 지자체로부터 관리 감독되고 있으며, 환승요금에 따른 재정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 의존도가 강한 시스템에 버스업체들은 비용절감과 경영효율화 부분에서 부진함을 보이고 있고,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사업체들 경우에는 폐업이라는 길을 걷고 있다. 이는 준공영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된 바 있다.

이를 두고 이미 정부, 산․학․연에서는 수차례 연구용역과 논의․검증을 거쳐 보완을 시도한 바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렇다보니 상황은 점점 악화돼 가고 있고, 지난해 서울에서는 한 버스회사가 파산하는 결과도 나왔다. 이 사건이 터진 후로 반년이 지난, 올 1월에는 서울시가 준공영제의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버스업체 파산…“우리도 예외 아니다” 도산 우려감 커져

지난해 6월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 있는 용림교통에 대해 법원의 파산 결정이 내려졌다. 햇수로 12년, 서울에 버스준공영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내려진 조치이면서, 전국적으로도 버스준공영제 운영 지역에서 첫 파산사례로 기록됐다.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버스회사의 실제 운행 수입금이 그보다 적다면 적자분을 지자체가 보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으나, 결국 도산을 피하지는 못한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버스 수입금을 관리하면서 업체별 운행실적에 따라 수입금을 배분 중인데, 이렇게 적자를 보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스회사가 경영난을 겪는 것은 부채와 소송 등으로 인한 차량 압류 문제 등이 복합되면서 배당 지원금의 효과가 상쇄된 것으로 보인다.

법정절차에 들어간 용림교통은 2004년 시내버스 회사로 전환하기 이전 마을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미 63억원 규모의 부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서울시도 자료를 통해 용림교통의 파산 책임이 준공영제 탓에 있다는 지적을 해명한 바 있다. 시의 재정지원방식은 표준운송원가를 통해 시내버스가 운행하는데 필수적인 비용만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이자비용 등 영업 외 비용항목은 보전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어, 부채가 과도하거나 자본잠식이 있는 회사라고 해서 이를 유지시키기 위해 재정지원을 추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파산까지 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이긴 하나, 1시간대 교통생활권이 경인․충청권으로 확대되고 있고 부동산 지가상승 등을 이유로 서울인구가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점을 감안, 서울 버스 이용승객이 감소하면 용림교통의 전철을 밟게 될 버스업체의 등장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버스준공영제 이면에는 버스업체의 자생력을 점점 약화시킨다는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는 것이다.

서울시 “제2의 용림교통 없다”

올 들어 서울시는 버스준공영제의 운영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방지대책과 보완작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공개된 ‘시내버스 준공영제 보완대책’에는 기사채용비리 문제를 비롯해, 정비직 고용의 최소기준과 버스기사 퇴직금, 예비차량 운용방식 도입, 준공영제 협약서 개정 등이 담겨 있다.

먼저 버스업체의 부채절감을 위한 유인책이 준비됐다.

잉여차량이 과다하게 발생될 가능성이 적은 바 이에 대한 보상 조항을 삭제하고 예비차 보유와 단가선정, 운영기준 등을 명문화하는 차원에서 준공영제 협약서가 개정된다.

지원금의 일정비율을 누적부채 절감을 위해 투입하는 등 경영개선을 위한 각 업체의 의무사항이 협약서에 포함되며, 이행여부에 대한 평가는 3년 단위의 협약 갱신 시 참고․반영된다. 또한 버스업체에 대한 평가 기준을 명시, 인센티브와 패널티에 대한 명문의 합의를 비롯해 버스업체에 대한 경영 평가 기준과 서비스 평가 잣대로 활용된다.

표준운송원가의 정산방법에 있어서도 ‘재정지원금이 보조금의 성질을 갖고 있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표준정산항목에 대한 용도 외 전용금지 규정을 반영하는 대안이 추진된다. 예비차량 운용방식의 개선을 통한 시내버스 지원 대책도 가동된다. 상용차량의 고장․정비 등에 대비한 예비차량에 대해 적정 보유비율을 조정하고 재정지원 방식도 변경된다.

먼저 상용차 유고 시 실제 투입된 비율인 4%를 기준으로 적정 예비차량 대수를 산정, 이를 초과하는 예비차량에 대해서는 인건비와 연료비 등 가동비와 감가상각비 등의 보유비 지급이 중단된다.

이러한 조치는 사실상의 감차효과를 시현하게 될 뿐만 아니라, 보유비 지급을 중단함으로써 재정 절감 효과도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시에 따르면 시내버스 잉여 예비차량 256대가 적용대상이며, 이를 통해 연 118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정기 노선 조정 시 장거리, 과다중복 노선 등을 선정해 노선조정한 후 잉여차량을 확보해 준공영제 재정지원의 효율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재정적자 원인에 대한 정확한 연구조사 필요”

아울러 서울시는 준공영제 재정적자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시내버스 임원들의 급여 체계 투명성도 강화한다고 나섰다. 지난 5월 시내버스 회사 규모별로 임원 1인당 인건비 한도를 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평가에서 감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준공영제 하에서 시내버스는 평가 점수로 순위가 매겨지고 수입금에 차등이 생기는데 시는 버스회사에 지급하는 표준운송원가 13개 항목 중 성과이윤 부분(지난해 232억원)을 평가 결과에 따라 업체별로 차등 배분한다. 평가 순위가 낮은 업체는 성과이윤을 아예 받지 못한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이같은 준공영제의 흐름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시내버스회사의 한 임원은 “현재의 준공영제도는 서울시가 생산품의 판매 가격과 판매할 수 있는 지역, 판매 방법 등을 직접 결정하고 있는 것과 같다. 판매 가격도 낮고, 판매할 수 있는 지역이나 판매 방법도 모두 공익적인 측면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적자는 불가피하다. 이를 방만 경영과 임원 과다 인건비로 치부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행정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수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버스업계의 적자 원인은 버스회사의 방만 경영 때문이 아니라 ‘5회 환승’, ‘낮은 요금’ 즉, 교통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환승 횟수 축소 또는 거리비례제 요금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표준운송원가 기준 설정 방식 바꿔야”

업계 한 전문가는 “현 준공영제의 문제점은 재정지원 방식이 서울시가 책정한 표준운송원가에서 수입을 차감한 금액을 지원해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표준운송원가 현실화와 기업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유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인센티브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표준원가 기준을 설정할 때, 전체 업체의 평균이 아닌 상위 업체를 대상으로 원가표준기준을 설정해 운송원가를 절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단, 이 경우 상위 기업에 대한 암묵적인 담합을 방지하는 방법이 함께 시행돼야 그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전체 버스 재정지원금 중에서 기본적으로 보장받던 이윤금액을 낮추고 그 대신 인센티브의 비중을 확대하는 방법도 지금의 버스 준공영제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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