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운전 단속기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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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운전 단속기준이 필요하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6.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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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얼마 전 필로폰을 투약하고 고속도로를 질주한 대형화물차 운전자들이 잇달아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놀랍게도 이들이 마약을 투약한 이유는 심야에 고속도로를 오가며 졸음을 쫓기 위해서란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5년 마약류 적발건수가 2957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6106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마약사범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적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경찰이 사전에 첩보를 입수하여 오랜 시간 수사를 벌인 끝에 그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 마약운전자를 검거하더라도 도로교통법에 따른 면허처분과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단속 현장에서는 마땅하게 마약운전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또한 교통경찰관이 검거했지만 수사는 마약조사계에서 하는 등 검거와 수사가 분리돼 있다. 도로교통법 제45조에 “과로, 질병 또는 약물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동 차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마약류 등 약물복용 운전에 대한 단속방법, 기준, 처분 근거가 없어 법 45조는 선언적 규정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마약운전은 음주운전보다도 더 위험하다. 마약은 향정신성약품으로 이성적 판단을 방해한다. 진정제든 흥분제든 교통상황과 정보를 확인하고 해석·결정하는 과정에 문제를 일으켜 사고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흥분제를 복용하게 되면 환각, 환청에 시달릴 수 있고 진정제 또한 몸이 이완되기 때문에 반응이 느려져 위급한 상황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

스웨덴은 1999년 7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을 도입했다. 혈중의 약물 수치에 관계없이 운전자에게 마약류 성분이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단속 대상이 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강력한 규제 덕분으로 스웨덴은 유럽 국가들 중 마약운전 사건과 사망자수가 가장 낮은 국가로 분류된다. 스웨덴은 불법적인 환각제와 마약 외에도 향정신성 약품이나 마취성분이 있는 약물인 수면제, 진통제, 진정제 등을 도로교통법상 복용금지 약물로 정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이러한 약물을 복용하고 운전할 때 신체에 어떠한 영향이 나타나는 지를 고지할 의무가 있고, 만약 운전자가 이러한 사실을 정확하게 고지 받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한 운전을 하게 되면 의료기관 또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경찰공무원이 단속현장에서 복용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 때문에 마약운전이 계속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단속 현장이나 사고가 났을 때 1차적으로 운전자의 마약운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적용 가능한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많은 나라가 마약운전에 대한 단속의 어려움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스웨덴에서 실시하고 있는 동공검사를 참고할 만하다. 스웨덴은 음주운전 단속 시 동공검사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서 경찰공무원은 동공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는 동공 측정계와 눈의 반응을 검사하기 위해 동공의 민감도를 측정하는 발광체를 사용하고 있다. 마약물질에 동공과 눈의 움직임, 빛에 대한 민감성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단속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주로 단속현장에서 마약운전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타액(침)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래피드 스탯’(rapid stat)이라는 타액 검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12분 걸린다고 한다. 양성반응이 나오면 운전자는 병원으로 이송되어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포함한 신체검사를 받으며 운전면허는 압수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음주단속 또는 사고가 났을 때 마약운전 여부에 대한 판단을 현장에서 할 수 있도록 동공검사나 타액검사 시행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약 마약복용이해하여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양성반응이 나타나는 등 마약복용이 확실하다면 마약류 또는 금지약물의 복용정도에 따라 면허정지 등 처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유럽이나 미국의 마약류에 대한 단속기준과 금지약물 등을 참고해 도로교통법에 구체적으로 정하고,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면허정지 등 처분기준도 세분화해야 한다. 형법과 특별형법에 마약의 복용과 판매 등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마약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야기해 사람을 사상케 했을 때에는 뺑소니 사고나 위험운전치사상죄와 마찬가지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위반행위별로 가중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객원논설위원·강동수 교통안전공단 미래교통전략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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