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디젤 규제 …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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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디젤 규제 …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쳐”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6.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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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KAIDA 포럼서 디젤 미래 긍정적 전망
 

24일 KAIDA 포럼서 디젤 미래 긍정적 전망

정부 규제 정책에 대해 “매우 불공정” 지적도

“폭스바겐 사태에도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지난 24일 오전 서울 페럼타워 3층 페럼홀.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을 향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서 비롯된 정부 디젤 규제 강화 정책이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쳐 행해지고 있다”고 강변했다.

배 교수는 “폭스바겐 사태 이후 디젤엔진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급격히 추락했지만, 이로 인해 한정된 화석에너지 자원을 가장 효과적이면서 친환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디젤 기술까지 사장돼야 할 것으로 오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이하 KAIDA)가 처음으로 ‘KAIDA 오토모티브 포럼’(이하 포럼)을 개최한 가운데, 국내외 업계․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디젤 자동차 현황과 미래를 살펴보는 자리를 가졌다.

포럼은 폭스바겐 사태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디젤 차량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디젤엔진 관련 국내에 잘못 알려진 사실 등을 바로잡아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에 따라 이날 포럼 주제는 디젤 차량에 대한 정부 규제 정책을 조망하는 것은 물론, 이에 대응한 기술적 해결 방안과 기술 개발 동향에 초점 맞춰졌다.

 

진행을 맡은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폭스바겐 사태로 시장이 위축된 것은 물론 전체 디젤 차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시장 선호도가 급속히 떨어졌다”며 “디젤 차량이 과연 환경을 악화시키는 최대 주범이며, 연비 효과마저 알려진 것보다 못한 것인지에 대해선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발표자 배충식 교수는 “디젤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배출가스저감장치(DPF) 등을 장착해야 하는 경우가 늘면서 연료 소모량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됐다”며 “폭스바겐 사태는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 부작용으로, 디젤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기술 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2040년에도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 내연기관 기술이 수송 분야 에너지 변환 기술로써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며, 국제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고효율 디젤엔진 보급이 수송 분야에서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면서 “디젤은 연소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공해물질이 많이 배출될 수밖에 없는데, 1990년대 커먼레일 분사 방식 도입 이후 신기술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이런 문제점이 많이 극복됐다”며 “최근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연소기술은 디젤엔진에서 생성되는 질소산화물(NOx)과 입자상물질(PM_)을 동시에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저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디젤엔진을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이 무궁무진하다. 연구단계 기술 개발도 상당히 이뤄져 있다. 당장 상용화에 나서지 않는 것은 비용문제가 걸려 있어서다. 배 교수는 “디젤 기술 진보는 일체 정부 지원과 같은 수혜 없이 오로지 시장 논리로만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연료분사’와 ‘공기관리’ 분야에서 운전 조건에 최적화된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데, 경제성만 검증된다면 언제든지 상용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배 교수에 이어 디젤엔진 상용화에 가장 앞서가고 있는 프랑스․독일 업계 관계자가 차례로 엔진 기술 개발 정책 방향과 상용화 계획 등에 대해 소개했다.

패트리스 마레즈(Patrice Marez) 푸조-시트로엥그룹(PSA) 파워트레인 시스템 수석 부사장은 강화되고 있는 유럽 디젤 배출가스 규제 기준에 맞춘 블루HDi 디젤엔진에 대해 설명했다.

마레즈 부사장은 2013년을 시작으로 현재 모든 디젤엔진 라인업에 블루HDi 기술이 적용돼 현재까지 약 1200만대 차량에 적용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상용화된 엔진 모두 2020년과 2025년 연이어 강화되는 규제 기준을 충족하며, 2020년 이후 적용되는 ‘유로6 스텝 D’ 기준에 부합하는 기술을 당장 내년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마레즈 부사장은 현재 유럽에서 디젤 차량 도심지 진입을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가 시행될 것이란 소문과 관련해 “적용 여부를 고민은 하고 있는 곳이 있지만 여전히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어떤 것도 없다”며 “현재 유럽에서 도심지 진입이 제한되고 있는 곳은 노르웨이 오슬로 한 곳 뿐”이라고 말했다.

클라우스 란트(Klaus Land) 다임러AG 부사장은 디젤 차량 실제 도로 배출가스 규제 관리제도 변화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란트 부사장은 유럽에서 최근 강화되고 있는 규제 기준에 차종․도로여건․지역․기후에 따른 테스트 결과가 반영되도록 추진되고 있는데, 업체마다 이에 대응한 신 엔진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 루에커트(Peter Lückert) 다임러AG 디젤 파워트레인 부문 사장은 유럽 실제 도로 배출가스 규제 관리제도에 대응한 다임러AG 기술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루에커트 사장은 2011년 이래 벤츠 전 차종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는 신형 디젤엔진 기술을 공개했다. 엔진은 올해 국내에 출시된 ‘더 뉴 E클래스’ 등에 장착돼 있다.

폭스바겐 사태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클린디젤에 대한 인기가 지속되고 있고, 정부 차원 보급 장려가 이뤄지고 있는 국가 사례도 포럼에서 소개됐다.

와다 마사노부 일본자동차수입조합 前 상무는 일본의 클린디젤 발전 과정과 일본 정부의 클린디젤 차량에 대한 정책 및 시장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와다 전 상무는 일본 정부가 클린디젤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디젤과 가솔린 차량 가격 격차를 25~28만 엔까지 줄였고, 디젤 차량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와다 전 상무는 특히 폭스바겐 사태로 실추된 디젤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업체가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덕분에 폭스바겐 사태 이후에도 일본에서 디젤 차량 구입이 지속되고 있고, 폭스바겐 브랜드만 타격받았을 뿐 다른 브랜드 디젤 차량 판매는 늘어나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하게 됐다고 밝혔다.

와다 전상무는 “디젤 차량 가치에 대한 소비자 평가가 중요한데, 주행성능과 연료효율성이 가치 판단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며 “일본에서 열효율이 효과적으로 개선된 디젤엔진 기술이 나오면 현재 일본 하이브리드 시장에 맞먹는 시장 규모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디젤엔진 기술이 발전할수록 비용 문제 또한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러면서 현재 디젤은 가솔린이나 LPG는 물론 전기․하이브리드에 주어지고 있는 세제나 보조금 혜택을 공정하게 받지 못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 모두 똑같은 조건에서 공정한 혜택이 주어진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소비자의 자동차 라이프스타일을 면밀하게 분석한 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충식 교수는 “디젤을 죽이는 정책은 친환경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국가 경제 수준에서 봤을 때 자해와 다를 게 없고, 현재 매우 감정적인 경향으로 강화되고 있는 규제는 매우 비합리적”이라며 “끊임없이 발전했고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디젤 기술에서 야기된 문제는 규제가 아닌 기술 자체로 풀어야한다”고 주장했다.

KAIDA가 첫 번째 개최한 포럼에서 디젤엔진을 주제로 잡은 것에 대해서는 최근 디젤 차량 판매가 급감하면서 전체 수입차 시장 성장세가 꺾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실제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디젤 차량 판매량이 16.9% 감소하면서 전체 수입차 시장 또한 5.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희 KAIDA 회장은 “포럼을 통해 디젤 차량 실제 도로 연비와 이산화탄소 및 오염물질 배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디젤엔진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정확한 이해를 도울 수 있었다”며 “앞으로 포럼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국내 자동차 시장 방향성을 전망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폭스바겐 사태로 비롯된 디젤엔진에 대한 사회적 큰 관심을 대변하듯 기자 120명을 포함해 200명 넘는 관계자가 참석했다.

윤대성 KAIDA 전무는 “비디오와 TV가 보편화되면서 영화산업이 종말을 고했다고 보는 이들이 많았는데, 여전히 영화산업은 새로운 형태로 건재하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엔진 한 종이 시장 전체를 지배하기 보다는 공존하고 상생 발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질 필요가 있는데, 이번 포럼을 통해 디젤에 대해 갖고 있던 의문이 많이 해소된 것 같다”고 의미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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