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교통 신산업<자율주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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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교통 신산업<자율주행차>
  • 곽재옥 기자 jokwak@gyotongn.com
  • 승인 2016.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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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타깃은 ‘택시’…‘나 지금 떨고 있니’
 

‘운전기사 없는 시대’ 코앞에…“근로자·노조, 타격 클 것”
자율주행 넘어 커넥티드 환경으로…전 운송수단, 카셰어링화
기술결함 완전해소 관건…‘사람의 손길’ 고급서비스 진화 예상

미래 ‘스마트 시티’를 완성할 핵심분야 중 하나는 ‘교통’이다. 최근 기술 개발이 활발한 자율주행차는 미래 교통환경과 산업생태계를 바꿔 놓을 주요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때문에 구글, 애플 등 ‘IT기업’과 테슬라,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으로 대결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및 국제표준을 선점하는 일은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창출의 열쇠를 거머쥐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미래에 기존 버스, 택시, 렌터카 등 운송·대여사업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직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이 부분을 업계 안팎 관계자들의 추상적 예측을 통해 전망해 본다.

▲그것은 곧 ‘운전기사 실종의 시대’

운전자가 핸들과 페달을 밟지 않아도 스스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자율주행차, 즉 무인자동차가 도입되면 운전자는 불필요한 존재가 된다. 말하자면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미래에는 운송사업자가 근로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현재와 같은 고용구조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변화가 가장 먼저 예상되는 분야는 다름 아닌 ‘택시’다. 실제 자율주행차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우버(Uber)는 지난 9월부터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범운행하기 시작했다. 물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운전자를 동승시키고 있지만 말이다.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의 개발 목적 중 하나는 교통량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대형차보다는 소형차를 중심으로 시도될 가능성이 크고, 특히 교통량이 많은 택시가 첫 타깃이 될 것으로 본다”며 “만일 택시업계에 자율주행차가 우선 도입된다면 기존 중형택시시장이 축소되면서 일정 기간 병행 체제로 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의 법인택시·개인택시로 분리된 사업환경하에서 자율주행차 도입이 유연한 곳은 법인택시라는 의견이 다수다. 자율주행차의 가격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인건비가 택시회사 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있어 장기적 수지를 고려할 때 ‘도입’을 선택하는 사업자들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렇게 되면 자율주행차로 인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집단은 근로자, 즉 노동조합이 된다. 더욱이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운수종사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업자가 반드시 운수종사자를 고용해 차량을 운행해야 한다는 조항은 명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주목된다.

노동조합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사업자 입장에서 ‘수익의 극대화’를 의미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소수 기업가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다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자율주행차가 도입될 머지않은 미래에 노동조합은 정부 등이 그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도록 논리적 접근을 세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업종 간 장벽 허물어져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시기를 놓고 5년 후 혹은 10년 후의 이야기라고 저마다 점치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그 자체의 완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도로 인프라 및 시스템까지 완성하는 것이 큰 그림이다. 이렇게 봤을 때 자율주행차의 기술적 결함을 완전히 해소한다고 해도 도로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커넥티드 시스템까지 완성하는 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처럼 차량과 도로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시대에는 자연스럽게 현재 버스, 택시, 렌터카 등으로 구분되는 운송·대여업 간의 장벽이 사라질 것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승객이 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면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내 집 앞 주차장에 와 있는 시대에 우리는 그것을 택시, 버스, 혹은 렌터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렌터카업계 관계자는 “커넥티드카 상용화 시대에 IT, 플랫폼, 공유의 3박자가 어우러지면 가장 먼저 업종 간 통합이 이뤄지고, 다음으로 P2P(개인 대 개인) 형태의 사업이 활성화 될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는 산업 간 장벽이 쉽게 허물어지는 구조인 미국에서는 수월할 수 있겠지만 산업 간 철벽을 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택시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는 도로상의 신호체제나 시스템과 함께 대기업 컨소시엄 등 간접자본을 통해 국가산업망으로 운영되는 등 큰 그림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국가 주도하에 진행될 경우 그 안에서 운송업계 사업자나 근로자들의 저항은 하나의 과정일 뿐 시대적 변화를 거스르지는 못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결국 오늘날 구분지어진 운송·여대사업 등 모든 이동수단 간 경계를 허무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건 다수 전문가들이 내놓는 미래 전망이기도 하다. 버스, 택시 구분 없이 모든 이동수단이 지금의 카셰어링처럼 변화하는 시대. 실제 미국 교통부는 운송업계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이러한 ‘교통수단 통합의 시대’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 많아

하지만 미래 교통환경에 대한 양단은 현재 자율주행차에 보내는 우리의 시선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다. 사람들은 교통사고를 줄이고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자율주행차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한편으로 기술적 오류에 대한 염려와 우려를 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독일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가 18세 이상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를 잘 반영한다. 자율주행차의 장점으로 ‘보편적 안전(17%)’, ‘더 높아진 교통안전으로 더 적어지는 교통사고(16%)’, ‘느긋한 운전과 안락함 및 편안함(14%)’ 등을, 단점으로 ‘기술적 실패 및 오류(16%)’, ‘제어 부족과 기술에 대한 의존성(15%)’, ‘미숙한 기술과 부족한 신뢰도(12%)’, ‘부족한 교통 안전성(11%)’ 등을 꼽았다.

완변한 자율주행의 시대에 도달하기까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교통사고 제로’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의 완성, 운전자 중심의 현행 법·제도에 자율주행차를 편입시키는 과제 등이 그것이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시점까지는 다양한 규제와 높은 체계의 보안 시스템, 도로 위 각종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원초적인 고민들도 남아 있다. 2명을 태운 자율주행차와 1명을 태운 자율주행차가 만에 하나 충돌할 경우 기술은 어느 쪽을 보호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공리주의적 의문에서부터 자율주행차를 자동차로 볼 것인지 전자제품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원론적 질문에 이르기까지 사회 구성원 간 폭넓은 논의와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교통환경 안에서 ‘인간적인’ 부분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의 의견이다. 그때가 돼도 자가운전을 선호하는 욕구는 여전히 있을 것이고, 의전 등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특화된 서비스도 계속해서 요구될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지금의 운송·대여업 등은 앞으로 보다 고급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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