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EPR 도입 명시 ‘자원순환법 개정안’에 해체재활용업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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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EPR 도입 명시 ‘자원순환법 개정안’에 해체재활용업계 ‘반발’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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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제조사에 폐차수집·재활용 권리 독점...즉각 철회” 촉구

대기업 진입 우려, 車관리법과도 상충...제조사 “현실적 조치”

지난해 말 국회에서 발의된 자동차제조사·수입업자에게 자동차 및 모든 폐자동차에 대한 독점적인 재활용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자원순환법 개정안’이 자동차해체재활용업계의 반발에 직면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현대·기아차 등 일부 제조사들이 폐차장 사업까지 독점하게 돼 중소 폐차장의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대기업과 중소업계 간 상생 방안을 모색하려는 정부정책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지난 15일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협동조합(이하 조합)은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대기업인 자동차 제조사에 폐차수집과 재활용 권리를 독점적으로 부여하고 있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간 폐차업자가 자율적으로 차량 소유자와 거래해오던 폐차를 제조사가 100% 회수하게 되면서 중소 폐차업자의 설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정부가 정한 자동차분야 법정 목표 재활용률 95%를 달성하기 위해 제조사가 자사의 폐차를 회수하고 재활용을 책임지게 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도입을 명시한 것 외에도 자동차해체재활용사업자에게 폐가스 및 폐자동차의 잔여부분에 대한 인계 의무 부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조합은 “개정안에서 명시적으로 자동차제작사에게 부여한 의무는 자동차 1대당 300g에 불과한 폐냉매의 재활용(비용 약 1000원 발생)이다”며 “이에 대한 대가로 폐자동차 전체에 대한 매집, 알선, 분배 등의 권한을 대기업인 자동차 제조·수입업자에게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당 개정안은 지난 2014년 12월30일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사실상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자동차해체재활용업을 인정한 것과도 배치되는 것으로 대기업의 진입을 독려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의 반발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해체재활용 시장의 대기업 진입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내수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가 폐차 시장까지 들어오면 제작· 유통에서 재활용까지 자동차산업 모두를 장악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선 폐차 재활용 시장 규모를 연간 최대 2조원으로 보고 있다.

조합에 따르면 현재 현대·기아차는 전국 520개 폐차 업체 중 20%에 해당하는 약 100개 업체만 지정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만약 이 법률이 통과되면 해체재활용업계는 폐자동차에 대한 자율적 영업권한을 잃게 되고, 독점적 영업권한이 대기업에 부여돼 실질적으로 폐차에 대한 영업이 불가능해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420여개 업체는 도산하거나 대기업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합은 법안 통과 시 대기업이 위탁법인을 통해 전국 폐차 물량을 회수한 다음 100여개 폐차장에 나눠줄 것이고 폐차 재활용 비용도 강압적으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개정안이 자원순환을 촉진한다는 입법취지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파쇄재활용업자에게 차체 등을 일괄 인계 후 분쇄 처리하게 하는 건 고철회수율 하락과 파쇄잔재물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폐자동차 매집 권한을 자동차해체재활용사업자에 한정한 현행 자동차 관리법과도 상충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안에 대해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독식이라기보다 폐차 재활용률을 현실적으로 높이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승생 조합 이사장은 “개정안은 일반 재활용품과 다르게 유가로 거래되고 있는 폐자동차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중소기업 기반의 폐차 재활용시장을 대기업이 독점하도록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며 “현실에 대한 파악은 물론이고 자원순환의 핵심주체인 사업자들과 사전논의 없이 진행된 자원순환법 개정안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체재활용사업자의 자율적인 영업권한을 보장하고, 이를 위해 국회와 국토교통부, 환경부, 자동차 제조·수입업자, 자동차해체재활용사업자 등 모든 구성원들이 모여 함께 논의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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