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산차 업체 진단③-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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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국산차 업체 진단③-한국GM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7.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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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시장서 성장 모멘텀 이어갈 것”
▲ [사진=한국GM] 부평 공장 생산라인

“내수 시장서 성장 모멘텀 이어갈 것”

지난해 출범 이래 최대 내수 실적

‘신차’ 앞세워 올해 성공에 자신감

국내 생산․수출 감소 부정적 요소

“도전 과제 많지만, 성장 가능해”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한국GM은 자생력 갖춘 국산차 업체로 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글로벌 제너럴모터스(GM) 지역 생산 거점으로 전락할 것인가?

국내에서 잘 나간다는 요즘, 찬물 끼얹는 소리라는 핀잔 들을 수 있겠다. 물론 아주 없는 이야기는 분명 아니다.

지난해 한국GM은 내수 시장서 18만275대를 판매했다. 2002년 회사 출범 이래 연간 최대 실적이다. 직전까지 최대 실적을 거뒀던 2015년(15만8404대) 보다 13.8% 증가했다.

신차인 ‘스파크’, ‘말리부’, ‘임팔라’, ‘트랙스’가 차급별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스파크는 9년 만에 최대 경쟁 상대 기아차 ‘모닝’을 제치고 경차 부문 수위 자리를 탈환했다. 말리부는 전년 대비 123.8% 증가한 3만6658대가 판매됐다. 신차 나오고 몇 달 만에 거둔 성적이라 올해 전망을 환하게 밝힌 상태다.

이밖에 임팔라(1만1341대)는 실적이 전년 대비 64.1% 증가했고, 트랙스는 치열한 소형 스포츠다목적차량(SUV) 시장에서 전년 대비 9.9% 증가한 1만3990대가 팔렸다.

내수 실적에 한국GM 내부적으로 분위기는 고무돼 있다. 제임스 김 사장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쉐보레가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수출 물량이 크게 줄었고, 내수에선 경쟁 국산 업체와 수입차 공세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 [사진=한국GM] 부평 공장 생산라인

한국GM은 지난 8일 인천 네스트호텔에서 개최한 워크숍에서 올해 내수 판매 목표를 19만4000대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7.6% 늘어난 수치다. “어렵지만 지난해 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전망을 가능케 하는 것이 신차 ‘크루즈’와 ‘말리부’다. 여기에 상반기 출시되는 순수 전기차 ‘볼트 EV’가 포함된다.

크루즈는 준중형 세단 내수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현대차 ‘아반떼’ 대항마로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이미 지난해부터 상품성을 검증받는 말리부 소형 버전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볼트 또한 국내 전기차 시장 양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기대작으로 주목받는다. 1회 충전거리가 380km를 넘어가 기존 출시돼 있던 전기차 성능을 2~3배나 뛰어넘었다. 독보적인 상품성에 가격 경쟁력까지 우수한 편으로 알려져 출시되면 당분간 경쟁 상대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회사는 밝은 청사진을 내놨지만, 주변 여건은 무작정 좋게만 바라볼 수 없어 보인다. “한국GM이 지난해 성적에 고무돼 너무 들떠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GM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이미 시장 일각에서 몇 가지 제시된 상황. 우선 꼽히는 게 불확실한 신차 미래다.

▲ [사진=한국GM] 말리부 충돌테스트 광경

한국GM은 1월 크루즈를 출시하면서 판매 가격을 경쟁 모델 아반떼 보다 높게 책정했다. 아반떼를 상대하면서 가격은 높인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GM 가격 정책은 이전부터 내수 시장 분위기를 벗어나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한국GM 측은 “중형 세단과도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상품성이 탁월하며, 동급 경쟁 차종 최상위급 모델 가치를 지녔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을 설득시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출시 전이라 속단하긴 이르지만 볼트 EV도 국내 전기차 시장 한계상 보조금 없이 판매 볼륨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없다. 수입차라 시장 수요에 제때 대응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스파크 또한 경쟁 차종 모닝이 신차로 반격에 나섰기 때문에 시장 수성이 쉽지는 않다.

르노삼성차의 거센 내수 시장 도전도 극복 과제다. 르노삼성차는 이미 2~3년 전부터 내수 3위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대놓고 한국GM을 타깃 삼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는 일단 7만대 정도 차이로 한국GM이 이겼지만, 올해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다양한 신차를 준비하고 있고, SM6과 QM6이 올해도 잘 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시장 대처 능력도 일단 르노삼성차가 한국GM 보다 더 유연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국내 생산 차종은 줄어들고, 수입차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도 간과할 수 없다. 준대형 세단 차급은 국내 생산이 중단됐고, 레저차량(RV) 몇 차종도 단종이 유력하다. 스파크 EV도 수입차 볼트로 대체됐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

▲ [사진=한국GM] 올 뉴 크루즈 출시 기자간담회에 나선 한국GM 경영진

자연스럽게 글로벌 GM 본사 판매 전략에 따라 생산 차종․물량이 결정되는 생산 거점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2015년 임팔라가 출시될 때, 당시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1만대 판매를 넘기면 국내 생산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한국GM은 “국내 생산 계획은 없다”며 선을 긋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 임팔라 판매 대수는 처음으로 1만대를 넘어섰다.

유럽 대신 대체 수출 지역을 찾는 일도 절실하다. 수출 실적이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 완성차 수출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쉐보레 유럽 철수가 가시화된 2014년에는 전년 대비 24.3% 감소한 47만6755대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10.0% 줄어든 41만6890대가 수출됐다.

한국GM은 원래 수출 비중이 높았던 기업이다. 수출이 줄자 경영실적도 악화됐다. 2014년 매출(연결 기준)은 전년 대비 22.3% 줄어든 14조2797억원을 기록했고, 9262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1193억원 손실로 전환됐다. 2015년에는 매출이 12조1398억원으로 더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7049억원까지 확대됐다.

▲ [사진=한국GM] 올 뉴 크루즈 군산 공장 생산 개시 기념식

최근에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새로운 복병으로 부상했다. 미국 내 산업 육성을 명목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으로 연간 15만대 이상 수출하는 한국GM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GM 본사가 판매와 가격 전략을 바꿀 경우 수출은 물론 내수 시장서 팔리고 있는 수입차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한국GM은 “대외적인 환경을 속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극복해야 하는 도전 과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러면서 올해 수출 보다는 내수를 통해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GM은 국내 가장 큰 외국계 투자 기업이다. 그만큼 정부는 물론 지역사회가 거는 기대가 크다.

정만기 산업부1차관도 지난달 17일 신형 크루즈 출시 행사에서 “한국GM은 매년 신규로 1조원을 투자하고 있어 국내 경제에 끼치는 파급 효과가 큰 기업으로, 어려운 경영상황인데도 내수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한국GM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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