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韓 관광금지…추가 보복‘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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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부터 韓 관광금지…추가 보복‘주목’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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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롯데 불매운동'… 韓업체들에 점검 빙자 단속지속
 

[교통신문] 롯데 불매 운동으로 시작된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에 대한 보복이 지난 15일부터 한국 관광 금지로 전면 확대됐다.

한국 방문객의 상당수가 중국인이라는 점으로 겨냥, 중국 당국은 구두지시로 자국 여행사들에게 이날부터 한국관광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민간 기업의 결정으로 위장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피하면서도 한국경제에 큰 타격을 주려는 '꼼수'를 본격적으로 발효시켰다.

중국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관영 언론매체들이 적극적으로 조장하는 가운데 중국 내에서 롯데 및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불시 소방 점검에 문 닫은 롯데마트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상에서 한국과 롯데를 비하하는 발언이 넘쳐나면서, 반한감정과 롯데죽이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입만 열면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하고 외국 투자를 환영한다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태도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글로벌 시대에 민간인 교류까지 막는 중국 정부의 처사는 구시대적인 발상일 뿐더러 중국은 말과 행동이 다른 나라라는 지적도 많다.

현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중국 내 대형 및 중소형 여행사들은 이날부터 한국 관광상품 취급을 일제히 중단했다. 이는 최근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으로 사드 배치가 가속함에 따라 중국 국가여유국이 보복 차원에서 구두 지침을 내린 데 따른 것으로 온·오프라인 여행사 모두에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3월 초부터 중국 여행사들이 한국 관광 상품을 없애고 예약 취소를 받기 시작했으며 오늘부터는 한국 여행을 위한 단체 비자 신청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각급 성(省) 정부의 국가여유국은 주요 여행사들을 소집해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라며 관련 지침 7개 항목을 공지했는데 이날부터 엄격히 적용되는 것이다.

7대 지침에는 단체와 개인(자유) 한국 관광상품 판매 금지, 롯데 관련 상품 판매 금지, 온라인 판매 한국 관광 상품 판매 종료 표시, 크루즈 한국 경유 금지, 관련 지침 어길시 엄벌 등이 포함됐다.

주목할 점은 한국 관광을 금지한 날이 중국의 '소비자의 날'이라는 것이다.

소비자의 날은 중국 관영 매체들이 기업이나 제품의 문제점을 들춰내 시정을 요구해 품질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국 제품이나 업체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사세를 위축시키고 자국 기업들을 키우는 용도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의 날에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을 중단했다는 것은 사실상 '한국 관광'이라는 제품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의 날에 한국 관광 금지를 시작하기로 한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어 보인다"면서 "아무리 구두 지침이라 증거가 없다고 하지만 중국 여행사들이 일제히 한국 관광을 중단한 것을 보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한국대사관 등 주중 공관은 이달 초부터 중국인들의 한국 여행을 위한 개별 비자 신청 접수에 돌입했다.

중국 여행사를 통해 비자를 대행하는 것보다는 번거롭지만 적지 않은 중국인들이 개별 비자를 신청하러 주중공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관광이 막힘에 따라 대부분이 단체 관광객인 크루즈선의 한국 경유도 오늘부터 중단됐다.

그동안 상하이나 톈진(天津) 등을 통해 부산이나 제주를 경유해 일본으로 향하던 크루즈선들이 한국을 빼고 일본에만 정박하게 된다.

중국 정부의 압박을 받은 크루즈 선사 로열 캐비리안과 코스타 크루즈는 중국발 크루즈의 한국 경유 취소를 이미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들 크루즈는 일본에 정박하거나 바다 한 가운데 뜬 채로 해상 여행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동북아의 크루즈 노선이 한국을 빼면 일본밖에 없어 단조로워 관광 상품 판매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일본에 정박지도 많지 않아 일부 선박은 바다 한 가운데 뜬 채로 있어야 해 내부적으로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크루즈 선사 또한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수익에 큰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관광에 대한 전방위 압박과 함께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도 여전하다.

갑작스러운 소방 점검으로 중국 전체의 롯데마트 절반이 영업 중지를 맞았으며 현재도 롯데 각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점검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점검이 중국 기업 또는 다른 나라 기업에는 없고 롯데와 한국 업체들만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규정에 의한 것이라면서 먼지 털듯이 털면 중국 또는 외국 기업들은 더 심한 제재를 받았을 것"이라면서 "한국 업체들만 갑자기 들이닥쳐 점검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정상적인 외국 기업의 경영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유커 사라진 인천공항 '썰렁'

"3분의 1이나 줄었어요" 가이드·택시기사 울상

 

"중국인들이 오지 않으니 고객이 3분의 1로 줄었어요. 망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의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한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은 썰렁했다.

이날 오전 공항 입국장 주변 벤치에서는 여행을 시작하는 아시아인 관광객 여러 무리가 가방을 내려놓고 밝은 표정으로 담소를 나눴다.

그러나 유커(遊客·중국 관광객)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중문으로 '迎光'(환영합니다)라고 적힌 관광 가이드의 피켓이나 유커 손에 쥐어지던 중문 가이드 책도 자취를 감췄다.

쓰레기를 줍던 환경미화원 A씨는 "작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후 중국인 관광객은 감소 추세였는데 여행 금지령이 예고된 지난달부터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오늘 공항 인파는 평소보다 3분의 1 정도가 준 듯하다"고 말했다.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중국 관광객을 상대하던 가이드다. 이들은 "직업을 옮겨야 할 지경"이라며 울상을 짓는다.

20여명의 말레이시아 관광객을 인솔하던 박모(47)씨는 "중국 외 다른 나라 관광객으로 수입을 내기 한계가 있다"며 "최근 한 달간 중국인 관광객을 받은 적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씨에 따르면 대다수 관광 가이드는 고정적인 월급을 받지 않고 관광객 수요에 따라 '일당'을 받고 있다. 관광객이 없으면 수입도 없는 셈이다. 박씨의 주수입원이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이 줄어들면서 "수입의 80∼90%가 날아갔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가이드인 진모(46)씨는 "유커들의 관광명소였던 한류 식당들도 최근 손님이 확 줄어 망하기 직전에 몰렸다"며 "가이드뿐만 아니라 관광업계가 전반적으로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전 10시30분께부터 중국 다롄(大連), 톈진(天津), 칭다오(靑島)발 여객기가 인천공항에 잇따라 착륙했다. 그러나 기다려도 유커는 나타나지 않았다.

공항에서 서울 도심으로 관광객을 실어나르던 택시 기사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사드 논란 후 관광객이 점차 줄면서 공항에서 대기하던 택시 수도 줄어들고 있다.

공항 관계자는 "지난달 말만 해도 하루 1500대 정도의 택시가 공항에 배치됐으나 이달 들어 하루 천대 정도로 3분의 1가량 감소했다"며 "출퇴근 시간 등 이른바 '혼잡시간'에 택시가 가득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손님들을 받지 못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던 택시 운전자 이모(53)씨는 "최근 나흘 동안 중국인 관광객을 한 명도 태우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들은 관광수요 위축에 따라 중국 노선 운항을 일시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16일부터 내달 23일까지 중국발 예약이 부진한 8개 노선의 운항을 총 79회 감편하기로 했다. 이는 이 항공사의 중국 전체 정기편 운항의 6.5%에 해당된다.

아시아나항공도 15일부터 내달 30일까지 중국 12개 노선의 운항을 총 90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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