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인수전 미궁 속으로...여론에 채권단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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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인수전 미궁 속으로...여론에 채권단 ‘고민’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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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서면 부의 일정 연기...소송전 비화 가능성 제기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한치 앞을 알 수없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박삼구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안에 대해 결정을 미루면서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 기업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반감과 정치권이 호남 민심을 의식한 목소리가 더해진 점도 채권단의 고민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산업은행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요구한 컨소시엄 구성안을 한차례 연기 끝에 22일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에 서면 부의했다. 당초 산업은행은 지난 20일 서면 부의하기로 했으나 추가 법률 검토 등을 이유로 부의 일정을 미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법률 검토와 이견 조율에 시간이 필요했고 금호 쪽의 얘기도 들었다”고 연기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내부적으로 컨소시엄을 불허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점검하고서 형식적인 절차만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호타이어 채권단 의사결정 구조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반대만 하면 컨소시엄 허용안은 부결된다.

지분 기준으로 75%가 찬성해야 박 회장의 컨소시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만, 산업은행은 지분이 32.2%로 ‘비토’권을 가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우선매수청구권은 박삼구 회장 개인자격으로 보유한 것이라며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중국의 더블스타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당시 모든 내용을 알고 입찰에 참여했다.

산업은행이 뒤늦게 입장을 바꾸면 더블스타 측에서 이를 문제 삼아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결국 산업은행은 여전히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으나 절차적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차원에서 이날 채권단에 공식으로 안건을 상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 측은 안건 부의를 하지 않고 SPA를 체결한 것은 문제라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산업은행이 서면 부의 일정을 미룬 것을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한 야당의 대선주자들이 금호타이어를 중국업체에 넘기는 것에 연이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인수전에 여론의 입김이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산업은행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내부적인 검토 과정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컨소시엄이 허용 안 된다는 전제하에 더블스타가 입찰에 들어왔는데 이제 와서 컨소시엄을 허용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컨소시엄 허용이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부의 안건에 대한 회신 결과는 다음주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회장 측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략적 투자자(SI)를 확보할 수 없다면 우선매수권 행사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컨소시엄 허용안을 채권단에서 협의조차 하지 않았고 SPA 계약서를 주지 않았다는 등 여러 가지 사항을 문제 삼으면서 매각 중지 소송도 하겠다고 밝혀 금호타이어 매각은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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