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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된 중고차 허위매물
김정규 기자  |  kjk74@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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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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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소비자가 중고차를 사려 할 때 가장 걱정을 하는 것은 ‘이 차가 정상적인 차로서 그에 걸맞은 합리적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 두려움이다.

‘불신’이 아니라 ‘두려움’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단지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거래 자체를 두려워하는 정서가 깔려 있어서다. 중고차를 사려 하는 그 순간부터 과정이나 만나는 이들에 대해서 검증과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방어기제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 소비자는 거래라는 게임에서 진다. 대표적인 정보 불균형 시장에서 소비자가 이기는 경우는 드물다. 중고 거래가 대부분 그렇듯 방심하면 끝이다. 아차하면 돈 뿐만 아니라 순식간에 ‘호갱’이 돼 스스로 자책하는 날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구제의 길도 그리 많지 않다. 중고차 시장 거래의 구조적 문제가 개인의 단순 거래 실수로 치환되는 지점이다. 이것은 여전히 중고차 ‘시장’이 ‘산업’으로 불리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자 지난해 중고차 선진화방안이 나왔다. 불법행위의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불법거래의 경각심을 갖자는 순수한 발상이었다. 아이디어가 순수해서 그런지 시장이 달라졌다고 보는 이는 없다.

그래서 허위매물 단속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의 자치구와 경찰에게 지난 한 해 단속 및 적발 현황을 물었다. 매매단지를 갖고 있지 않은 자치구를 제외하고 단속에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는 3곳. 경찰청의 특별단속 3개월에 걸려 처벌을 받은 건수는 백여건에 불과하다. 범죄에 가까운 허위매물 피해사례나 엽기적 사건 소식을 매번 접하면서 이런 수치가 타당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누군가는 형사범죄 사실이 입증돼야 단속할 수밖에 없으니 어쩔수 없다고 말한다. 비겁한 변명이다.

허위매물이라는 유령이 중고차 시장을 배회하고 있다. 출몰 위험성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 소비자들의 잦은 두려움은 업계가 아무리 손사래를 치며 우리만은 아니라고 말해도 ‘중고차 시장=허위매물 두려움’이라는 무의식적 공포를 공고히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피해는 있고 실체는 없는 꼴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중고차’라는 단어만 쳐도 수많은 잠재적 허위매물이 내 눈 앞에 펼쳐지지만 확인할 길이 어디에도 없다. 운에 맡겨야 할 판이다.

허위매물 피해는 앞으로도 나올 것이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본능적 공포는 소비자가 만든 게 아니다. 시장이 만들었고 유령이 만들었다. 유령은 ‘이익 지상주의’라는 판매자의 무의식으로 여전히 시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이익 앞에는 모든 매물이 ‘허위매물’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허위매물이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된 것이다. 시장에 관여한 모두가 허위매물을 인정하면서 달라지지는 않는 것은 모두들 내 안의 유령을 묵인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시장은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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