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송시장 불법증차 이어 차고지 홍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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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운송시장 불법증차 이어 차고지 홍역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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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브로커·운전자’ 공모…유령 차고지 ‘뚝딱’
 

[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사업용 화물차의 불법증차로 뭇매를 맞았던 화물운송업계가 이번엔 차고지로 역풍을 맞고 있다.

2.5t 이상 화물차는 의무적으로 차고지를 보유해야만 이전등록이 가능하고, 법인의 경우 영업용 넘버 등 화물운송사업허가를 매매하는데 있어 차고지가 있어야 양도·양수 수리통보서를 수령할 수 있게 돼 있는 법제도를 악용한 사례가 최근 적발됐다.

사건사고에 공무원이 가담한 정황이 포착됐고, 차고지를 둘러싼 각종 편법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정부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와 수습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차고지 암거래 만연

지난 2007년부터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의 허가를 받으려는 사람은 차량을 주차할 공간이 있음을 증명하는 차고지 설치확인서(차고지 증명서)를 발급 받도록 하고 있으며, 보유 시설이 없는 경우에는 법정 규격과 요건에 적합한 주차장과 1년 이상의 차고지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화물운송사업 허가 취득을 목적으로 한 각종 불법행위는 고개 들고 있다.

지난 11일 부산에서는 화물차주 622명에게 농지·임야를 화물차 차고지로 등록해 허위 증명서를 발급한 공무원과 대가를 지불한 화물차주·브로커 등 24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휴게소 등 화물차량 차고지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됐으나, 사용권한이 없음에도 차고지 증명서가 필요한 차주들에게 대당 2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차고지 사용 계약서를 발급한 혐의다.

이들 일당은 해당 차량을 주차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차고지 계약서를 작성했고, 화물운송사업허가에 필요한 차고지 설치확인서를 발급해 3년간 3억 7000만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편취했다.

경찰에 따르면 차고지 소재가 대부분 부산에서 멀리 떨어진 경남 합천·밀양·양산 등 시 외곽지로 돼 있고, 신고된 장소는 차고지로서 등록이 불허한 곳인데다 사용 흔적도 없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차고지로 확인됐다.

앞서 이와 유사한 사건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지역 등 차고지 설치가 불가한데도 차고지 설치확인서를 발급·관리하고, 차고지 임대차 계약 미갱신에 따른 행정처분이 내려지지 않는 등 부실관리 실태가 드러난 바 있다.

▲임대차 수요 증가…사설대행 등장

현행법상 차고지 미설치 및 계약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갱신하지 않았다면 운행정지(15일) 처분이 내려진다.

이와 관련 지자체로부터 처분사전통지 및 의견 제출을 통보받은 사업자들을 상대로 뒤처리를 맡아주는 사설 대행사들이 음지에서 활동 중이다.

실제 차고지와 무관한 유휴 부지를 통해 승인이 가능한 것은, 임대차 갱신부분에 있어 지역별 편차가 있고 지자체별 차고지 관리수위 또한 상이하다는 점에서다.

사설업체에 대행 수수료와 차고지 임대계약서, 당해차고지 위치도 등의 서류를 접수하면, 갱신된 차고지 설치확인서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지가상승 등의 요인으로 부지확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차고지 임대차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며, 차고지 미갱신에 대한 책임 회피 목적의 부당거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사태 심각성을 인지하고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는 차고지 임대차 관련, 임대차고지 사용기한 갱신에 대한 변경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조3항을 적용해 행정처분할 것을 각 시·도에 안내했다.

특히 명시적·묵시적 계약에 의해 실질적으로 차고지 확보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행정처분 이전에 동법 제13조제2호에 의거, 관련 증빙자료를 토대로 변경 신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법제도적 후속조치도 준비되고 있다.

차고지 설치 확인서를 발급한 사실을 화물차 운송사업 허가기관에 즉시 통보하는 방식으로 민원처리를 간소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연말 ‘제5차 국토교통 규제개혁 현장점검회의’에서 언급된 것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지면 전국적으로 차고지 설치 허가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 허가 절차에 대한 민원처리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사후약방문식’ 대처 이대론 안돼

허위로 차고지 증명서를 발급하는 등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한다는 정부 입장이 나오면서 화물운송업계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후약방문식 방법보다는 발생원인을 직접 제거하는 정책을 주문한 바 있으나, 이에 대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은 채 되려 갈등만 부추긴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간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제안된 내용을 보면, 전체 사업용 화물차량 대수(일반카고 39만 0343대, 2월 기준)의 반 이상이 서울(5만 6100대)과 경인(13만 1338대) 지역에 등록돼 있는 반면 타 지역과 달리 법인화물의 차고지 면적 2분의 1 감경제도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형평성 문제의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법상 관할관청에서는 ‘해당지역 운송사업자의 경영실태에 비추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보유차고지 면적기준을 2분의 1범위 안에서 감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러한 내용이 특정지역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만큼, 서울·수도권을 포함한 모든 행정구역으로 확대·적용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업계는 부지 임대비 상승 및 경영난 악화 등의 요인으로 차고지 문제가 가중되고 있는 점을 감안, 차고용지에 대한 보유세인 재산세 감면을 비롯해 주사무소 이전에 따른 부지매각 및 대체부지 확보시 발생하는 취·등록세와 양도소득세 등을 감면하고, 공영차고지와 화물차 전용 휴게소로 활용 가능한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물을 서울·수도권 권역별로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세제지원의 정책제안도 준비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화물운송 운임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등에 대한 부가세 감면과 휴지차량의 자동차세 비과세 추진방안이 포함돼 있으며, 화물운송사업자 및 지입차주 수입증대 차원에서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협력업체 비율을 확대하고 중·소 운송사와의 계약된 화주사에 대한 세제지원 방안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화물운송 선진화제도 관련, 공공·민간업체의 물량 중 일정비율을 중·소 운송사와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최소운송의무 기준을 준수토록 이끌어내는 유인책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상견례를 통해 입장을 전달하고 정부와의 소통채널을 통해 제안된 대안을 풀어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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