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진태 한국교통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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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진태 한국교통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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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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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 교통안전

[교통신문] 국제사회 속에서 우리나라는 꾸준하게 발전하고 있다. 경제규모를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2016년 세계 순위 11위로 집계됐고, 지속적인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 노력을 통해 여러 국가들과 경제 협력해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가 구분하는 최고단계 무역모드(Mode 4; presence of natural person)까지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의료, 법률, 공학, 교육, 금융 등의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박사 또는 기술사급 화이트칼라 외국인 서비스 제공자들이 친족들과 함께 우리나라에 일정기간 이상 의무적으로 강제 체류하게 하는 범주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 체류하게 될 외국인 근로자들이 더 이상 블루칼라 생산직에 국한되지 않고, 화이트칼라 전문직들까지 가까운 미래에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예상은 우리나라에서 이들이 다 년 간 장기 체류하며, 차량을 구입하고, 우리나라 도로를 운전하며 우리나라 신호등을 이용하게 될 것을 예견하게 된다.

신호교차로에서 운전자는 신호등을 보고 차량을 진행하거나 정지한다. 자율주행 차량 100% 시대는 아직까지 멀기 때문에 아무리 교통신호 운영에 아무리 첨단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더라도 운전자들이 현장에서 교통신호등 의미를 빠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도로 운영이 비효율적일 수 있거나 위험할 수 있다. 국제사회 대부분 국가들은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이 마련한 ‘도로교통 표지와 신호에 관한 국제협약’이 정하는 교통신호등을 사용한다. 여기에는 역사적 사연이 있다. 1900년대 초 자동차가 대량 생산되며 교통신호등이 도로에 설치되기 시작될 때, 신호등의 형태, 색상, 의미가 국가별로 통일되지 않고 상이한 적이 있다. 도로를 주행하며 국경을 넘는 것이 자유로운 외국 운전자들은 다른 나라로 들어가며 익숙하지 않은 신호등을 만나기 때문에 발생하는 심각한 교통사고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이슈가 됐고, 이러한 교통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국제연합을 중심으로 교통신호등의 색상 및 형태를 정하고 지금까지 준수하고 있다. 적색, 황색, 녹색의 신호등 색상이 정해진 것이 이 때이다.

우리나라는 교통신호등 형태로 3개(적·황·녹)의 렌즈가 사용된 ‘3색신호등’과 4개(적·황·녹색 화살표시, 녹)의 렌즈가 사용된 ‘4색신호등’을 사용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단일로 횡단보도에서는 3색신호등이, 좌회전이 있는 교차로에서는 4색신호등이 사용되고 있다. UN이 정하는 교통신호등의 형태는 3개(적·황·녹) 렌즈로 구성된 ‘3색신호등’이다.

우리나라도 도로교통법에서 ‘3색신호등’을 규정하며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익숙한 ‘4색신호등’의 사용을 UN에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4색신호등’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형태의 신호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사용하지 않는 신호등이다. 4색신호등의 운용 방식은 UN이 권장하는 교통신호등 안전 운용 방식과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4색신호등’의 좌회전 신호가 그러하다. UN은 ‘정지’를 의미하는 적색신호와 ‘진행’을 의미하는 녹색신호(화살표시) 의미가 서로 상충되기 때문에 단일 신호등면(面)에서 이들을 동시 표출하지 못하게 한다.

최근 인천국제공항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바에 의하면 외국인 운전자들은 ‘녹색신호(화살표시)’와 ‘적색신호’를 동시에 표출하는 우리나라 4색신호등에 대해 생소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파악됐다. 국제사회 교통신호등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이를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교통신호등 동시 표출 상황은 이 뿐만 아니다. 신호전환 순간에 잠시 표출되는 ‘적색신호’와 ‘황색신호’의 동시 표출, ‘황색신호’과 ‘녹색신호(화살표시)’의 동시 표출도 그러하다. 이러한 경우 외국인 운전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운전자들 까지도 이러한 신호가 전달하는 의미가 직진 방향인지 좌회전 방향인지 쉽게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 ‘4색신호등’은 이처럼 운전자들이 신호의 의미를 쉽게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단점이 있다. ‘4색신호등’의 신호전달력은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인지반응시간 조차도 약 0.1초 정도 증가하게 한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인지반응시간이 증가하는 이유는 운전자들이 교통신호등을 이해하는데 사용하는 뇌 영역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호등 색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3색신호등’은 운전자 뇌의 ‘전두엽’에서 신호의 의미가 해석되게 되나, 색상뿐만 아니라 색상의 조합을 사용하는 ‘4색신호등’은 운전자 뇌의 ‘측두엽’에서 그 의미가 해석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증가하게 되는 운전자 인지반응시간(0.1초)은 도로(주행 제한속도 60 km/h) 교차로 정지선 부근에서 위험에 처한 차량의 급제동 거리를 약 2.0 m 정도 증가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신호교차로 안에서 2.0 m 수준의 급제동 소요거리의 차이는 교차로 교통사고의 발생 유무 및 심각도 상황이 달라지게 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과거 유럽 국가 사례를 통해서 교통신호등 형태 및 신호등 이해 요령에 대한 국제사회 운전자 합의가 없는 경우, 의도치 않은 교통사고가 다발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외국인 운전자들이 증가하는 가까운 미래를 생각하면 이제부터라도 우리나라 교통신호 형태를 바르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도로교통 환경의 기초 기반시설인 교통신호등 형태가 더 이상 우리나라만의 시설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걸 맞는 국제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하여 서서히 미래 변화를 준비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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