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OTI 브리프<3>]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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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OTI 브리프<3>]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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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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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내 최고제한속도 시속 50km면 충분하다
 

[교통신문] 최근 일부 지자체와 경찰청을 중심으로 도시부의 차량 최고 제한속도를 시속 50km로 하향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차량의 속도가 너무 낮아 정체를 유발하고 이동성을 제약한다며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도시 내부에서 차량의 속도를 시속 50km 이하로 낮추는 것은 이동성을 거의 제약하지 않는다. 도시 내 도로에서 차량의 속도 및 운행시간을 결정하는 것은 주로 교차로나 신호등이기 때문이다.

사실 도시 내부에서 차량의 속도를 시속 50km 이상으로 설정한 나라는 우리나라 이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선진 외국의 사례를 보면 ‘주거지역 및 이면도로는 시속 30km, 도시 내 도로는 시속 50km, 도시 외부 지역 간 도로는 시속 70km’로 설정돼 있다. 최근 경찰청이 추진하는 일명 ‘도시부 제한 속도 50-30’이 바로 이 개념이다(이하 50-30 정책).

이 제도는 별도의 속도제한 표지가 없더라도 도시 내부의 일반도로에서는 시속 50km로 차량의 최고 제한속도를 설정하는 것이다. 다만 그 이외 이면도로나 도시고속도로나 통과기능의 도로 등에는 별도의 속도제한 표지를 설치한다.

차량제한 속도 시속 30-50-70은 사실 매우 간단한 원리이다. 이 개념은 스웨덴 국립도로연구소가 제시한 '상황별 차량의 안전속도'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시속 30km는 보행자의 안전, 시속 50km는 교차로가 많은 도시 내 도로의 안전, 시속 70km는 중앙분리시설이 없는 지역 간 통과기능 도로의 안전을 고려한 적정 속도이다.

<상황별 차량의 안전 속도>

 

※ 자료 : 스웨덴 국립 도로교통연구소(VTI)

한편 현재 우리나라 도로에서 차량의 제한속도는 도로의 규모에 따라 정해진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9조에 의하면 편도 1차로의 도로에서는 시속 60km, 편도 2차로의 도로에서는 시속 80km로 주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주택가 이면도로라 하더라도 편도 1차로 양방향 2차로이면 시속 60km로 주행할 수 있다. 그러나 선진 외국에서는 도로의 규모가 아니라 도로의 이용상태 즉 도로의 기능에 따라 속도를 결정한다. 즉 도로가 위치한 곳이 도시 내부이면 시속 50km, 도시 외부의 지역 간 도로이면 70km, 주거지역이면 30km으로 정한다.

이와 같은 도시부 속도하향 정책은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먼저, 교통사고 발생률과 사고의 심각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도로에서 차량의 제한속도를 시속 60km에서 50km으로 10km 낮추면 차량과 보행자 충돌 시 치사율을 약 50% 낮출 수 있다.

두번째, 도로상에서 운전자가 제한 속도를 인식하기가 쉽다. 현행의 제한속도 체계는 운전자가 도로의 차로 수나 별도의 표지판을 보고 제한속도를 인지하게 된다. 그러나 도로의 차로 수를 일일이 확인하거나 간혹 설치된 표지판을 보고 제한속도를 인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도로가 혼잡하면 주변차량의 속도에 맞추고 그렇지 않으면 최대한의 속도로 주행하게 돼 과속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50-30정책에서는, 운전자는 일반도로에서는 시속 50km로 주행하고 기타 도로에서는 별도의 표지판에 따라 주행속도를 정하면 된다. 그러나 별도의 표지판을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달리고 있는 도로가 이면도로인지, 도시 고속도로인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운전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운전자들이 자연스럽게 도로상황을 살피며 과속을 자제하게 될 것이다.

셋째, 제한속도 표지 관리가 용이해진다. 현재의 제한속도 규정 하에서는 모든 도로마다 별도의 제한속도 표지판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많은 비용이 들고 운전자가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렵고 모든 이면도로까지 제한속도 표지를 설치하기가 어렵게 된다. 비용은 많이 드는데 비해 인식하기 복잡하고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50-30정책에서는 도시부 내 모든 일반도로는 별도의 표지판이 없이 시속 50km 이하로 설정되고, 그 이외 도로만 별도의 표지판을 설치하면 된다. 표지판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인식하기 쉽고 이면도로에서 속도표지판을 설치할 여력도 생기게 될 것이다. 이면도로 경우도 독일의 사례를 보면 주거지역 전체를 30존으로 설정해, 30존의 입구에만 시속 30km 제한속도 표지를 설치하면 되므로 이 또한 설치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이러한 50-30 정책에서 도시부의 제한속도를 하향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필요한 것은 속도제한 표지판 이외에, 도시경계부에 표지판을 설치하는 것 정도로 충분하다. 즉 외국처럼 도시경계부에 도시명표지판을 설치하고 ‘도시부=시속 50km’를 인지하게 하는 방법이 그 하나이다. 다만 도농복합형태의 시에서는 어떻게 도시부를 정할 것인가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도농복합형태의 시에서 군지역의 통과기능 도로는 지역 간 통과도로 기능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시속 70km로 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세종특별자치시 면지역의 일부 지역 간 통과기능의 도로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한 차량의 제한속도 시속 50km는 70km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외국사례를 보면 도시부 차량속도를 50-30으로 설정하는 것은 사실 도시지역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지방부 도로를 주행하다가 마을이 나타나는 경우는 속도를 50km이하로 제한한다. 즉 ‘마을=시속 50km’ 이하라는 등식이 존재한다. 차량과 사람의 활동이 많은 지역에서는 차량의 속도를 50km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프랑스, 영국, 일본 등에서는 지역 간 일반도로에서 마을이 나타나면 차량의 속도를 시속 50km 이하로 제한한다. 호주에서는 마을의 입구에 아예 회전교차로를 설치해 차량의 속도를 낮추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 우리나라도 국토부에서 이러한 개념에서 2015년부터 마을 주민 보호구간을 설치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교통연구원이 시민의 공모를 받아 정부에 제안한 것을 국토부가 채택한 것이다. 이 보호구간은 지방부 도로를 주행하다가 갑자기 마을이 나타나 보행자나 차량을 피하지 못해 사고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차량의 제한속도를 시속 70~50km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 마을주민 보호구간을 설치한 후 구간 내의 교통사고 사상자가 약 30~40% 대폭 감소했다.

이와 같이 차량의 속도를 30-50-70의 체계로 속도를 낮추면 실제로 어떤 느낌이 들까? 독일에서의 경험을 보면, 도로의 여건에 비해 차량의 속도가 높지 않고 차분한 느낌이 든다. 이해 비하면 우리나라의 차량의 속도는 도로여건에 비해서 너무 높다는 느낌이 들었다

도시 내에서 차량의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은 OECD 가입국가 중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과제도 있다. 교통사고 통계가 최종 집계되는 데에는 보통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도시부 속도 하향을 통해 사고가 감소한 효과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교통사고, 차량의 운행속도, 통행시간에 대한 사전조사를 지금부터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제한속도 하향 이후의 효과를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부 차량속도 시속 50km는 느린 속도가 아니라 안전한 속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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