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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전용 모델 도입 … 국내는 ‘시기상조’
이승한 기자  |  nyus449@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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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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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소비자 일각 “자가용과 이원화돼야”
- 탑승 고객 편의성 등 측면 고려된 주장
- 완성차·택시 업계는 비용 문제로 “글쎄”
- “현재 차종 개선이 효율적” 대안도 나와

   
▲ 일본 교토 도심을 달리고 있는 택시. 일본에선 주로 토요타 크라운 컴포트가 쓰인다.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김수진(36)씨는 지난 2월 일본을 여행하며 타봤던 택시에 대한 인상이 깊다고 말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1980년대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김씨가 경험한 일본 택시는 최신 모델이 주를 이룬 한국 택시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김씨는 “여행하는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왔는데, 솔직히 우리나라도 이런 택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의 ‘블랙캡’(검은색 클래식 택시를 일컫는 말) 같은 택시가 국내 도로에서도 달릴 수 있을까? 일부 자동차 또는 택시 업계 관계자와 일반인 사이에서 택시 전용 모델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따지면, 국내에선 여건상 어렵다는 판단이다.

택시 전용 모델을 도입하자는 쪽은 자가용과 택시용 차종을 나누면 자가용 차량 가치는 물론 택시 승객 편의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도입에 부정적인 쪽은 효율이 떨어져 완성차 업체나 택시 업체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 없다고 반박했다.

택시 전용 모델 필요성이 새삼 부각된 것은 국내 출시되고 있는 인기 차종들이 자가용과 택시용을 동시에 선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자가용 차주 불만이 발생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일부 차주는 물론 자동차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 공급 과정이 업체 위주로 이뤄지는 전형적 사례”라고 지적한다.

   
▲ 일본 교토 도심을 달리고 있는 택시. 일본에선 주로 토요타 크라운 컴포트가 쓰인다.

지난해 중형 세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현대차는 올해 ‘쏘나타 뉴 라이즈’를 출시하면서 택시 모델을 함께 내놨다. 신차 출시 후 자가용 수요를 어느 정도 커버할 만큼 상당 기간 흐른 뒤 택시를 내놓던 점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조치로 여겨졌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해 11월 출시된 신형 그랜저 또한 곧바로 택시를 내놨다. 현대차로썬 내수 시장 지배력을 잃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겠지만, 자가용 차주 입장에선 뒷맛 씁쓸한 상황일 것이란 지적이 많이 나온다.

사실 국산차 업체가 신차 효과가 떨어질 즈음 택시 모델을 내놔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전략은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관행이다. 그때마다 차량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소비자 사이에서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르노삼성차 ‘SM6’과 한국GM ‘말리부’가 선뜻 택시 모델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정경훈(37)씨는 “국산차 업체가 인기 있는 세단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강조하는 게 고급스럽게 만들어져 수입차 못 지 않다는 점인데, 매번 신차 나오고 얼마가지 않아 택시가 나오는 걸 보면 황당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자가용으로 차를 구입한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길거리에서 같은 차종 택시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이들은 일부 국산 중형세단의 경우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돼 택시로 활용될 경우 승객이 타는 뒷좌석이 좁아 불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최근에는 전고까지 낮아지는 추세라 타고 내리기도 힘들다 말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이라 트렁크에 가스탱크가 설치돼 짐을 많이 싣지 못하는 문제도 거론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판매되는 택시는 가솔린이나 디젤엔진 장착 자가용을 주목적으로 만들어진 모델을 용도 변경한 수준이라 승객 탑승이나 화물 적재 등 택시가 고려할 사안에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 시장이 다양화·선진화되고 있고, 소비자 또한 까다로워진 만큼 택시 전용 모델 출시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택시 전용 모델 사례는 몇몇 나라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토요타가 만드는 ‘크라운 컴포트’가 택시 모델로 많이 쓰인다. 1980년대 양산 차종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외관이 현재 신차와 완전히 다르다. 겉만 봐서는 30년 넘게 쓰이고 있을 것이라 착각할 만하다. 한국으로 따지면 현대차 ‘스텔라’나 기아차 ‘콩코드’ 등이 현재도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과 같다. 크라운 컴포트는 대부분 택시로 이용되고 일부만 운전학원 등에서 쓰인다. 홍콩에서도 택시로 인기가 높다.

   
▲ 일본 교토 도심을 달리고 있는 택시. 일본에선 주로 토요타 크라운 컴포트가 쓰인다.

크라운 컴포트가 택시 전용 모델로 쓰이는 것은 승객 편의성이 뛰어 나기 때문이다. 실내가 넓고 전고가 높아 뒷좌석 탑승 환경이 좋다. 실제 일본에서 택시를 타보면 발이 놓이는 레그룸이 넓어 편하다. 워낙 오랜 기간 출시됐고, 불필요한 것 빼고 택시에 꼭 필요한 사양만 갖춰 가격이 다른 모델에 비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오랜 기간 도로에서 검증 받아 택시 운전자 사이에서 성능이나 내구성 등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점도 인기 요인이다.

워낙 오래된 차라 대체 모델이 검토되고 있기는 하다. 물론 이 또한 택시 전용 모델이다. 토요타는 향후 독특한 스타일을 갖춘 ‘유니버셜 택시’를 내놓는다. 슬라이딩 탑승문이 달리고, 실내 전고가 더욱 높아졌다. 화물칸도 넓어져 많은 화물을 실을 수도 있다.

영국 런던은 ‘TX4’(블랙캡) 모델이 택시로 쓰인다. 2층 버스와 함께 대표적인 관광 자원으로 한몫하고 있다. 클래식한 외관을 유지한 상태로 풀 체인지 등을 통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 중국은 폭스바겐 ‘산타나’가 많이 쓰인다. 국내 업체 모델인 ‘아반떼’와 ‘쏘나타’ 현지 모델이 활용되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 지역을 여행 다녀온 한국인들은 하나 같이 “외국인이지만 밤에도 딱 보면 택시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시인성이 뛰어난 데다, 그 자체로 특색 있는 관광 상품으로 여겨져 보기 좋았다”고 입을 모은다.

택시 전용 모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 실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 풍토가 조성돼 있지 않은 데, 장점만 바라보고 도입하기는 부담이 너무 커서다. 차를 만드는 업체는 당장 전용 모델 설계는 물론 생산라인을 장만해야 한다. 신차 내놓을 때처럼 따로 판매 전략도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추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당연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수요가 있다면 승산이 있겠지만, 국내 택시 시장이 그만큼 큰지는 따져볼 일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전국 택시 면허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 개인(16만4000여대)과 일반(8만3000여대)을 합해 24만대를 조금 웃돌고 있다. 신차 기준 전체 택시 시장 규모는 연간 4만대 선으로, 이중 현대·기아차가 80~90%를 점유하고 있다. 무시할 수 없는 규모라고해도 새로 라인업을 추가할 만큼은 아니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택시로 가장 많이 팔리는 국산 중형세단으로 한정해도 지난해 판매 대수(22만대) 가운데 택시는 15% 수준에 그친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택시 전용 모델을 내놓으면 자칫 수요자가 비용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내수 시장이 비교적 작아 업체 마다 핵심 차종 판매 실적에서 앞서려는 경쟁이 치열한 점도 장벽으로 꼽힌다. 일단 판매대수가 많으려면 자가용 이외에도 렌터카나 택시를 함께 내놔야 한다.

이밖에 택시가 시장에서 신차 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색 주장도 나왔다.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출시된 차가 시장에 많이 깔려 소비자가 자주 보고 타봐야 입소문타고 판매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택시로 많이 풀리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경험해 볼 수 있을 테니 향후 가망 고객으로 끌어들이기에 좀 더 유리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택시 업체나 개인사업자 입장에서도 택시 전용 모델은 달가울 까닭이 없다. 차량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정비 등 유지비용이 상승할 수 있어서다. 차를 처분할 때도 잔존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택시 업체 관계자는 “차량 구입에 따른 사납금 조정 문제 등이 수십 년 간 굳어진 업계 체제에서 택시 전용 모델 도입은 불가능할 것 같고, 시급을 다투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굳이 관심 가질 이유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택시 전용 모델 도입에 부정적인 쪽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해외에서도 애써 전용 모델에 국한하려고 들지 않는 점을 언급했다. 미국에서는 기존에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 차종이 택시로 많이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토요타 ‘캠리’나 ‘프리우스’처럼 상황과 용도에 맞게 자가용으로 많이 쓰이는 차종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독일도 벤츠 ‘E클래스’가 택시로 인기가 높다. E클래스는 한국에선 부유층이 선호하는 인기 수입차다.

복수의 완성차 업계와 택시 업계 관계자는 “택시 전용 모델 도입은 분명 흥미로운 주장이고 한 번쯤 고민해 볼 사안이지만, 그렇다고 한국 실정을 무시한 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현재로썬 시기상조로 보이고, 오히려 현재 나오고 있는 차종을 택시로 내놓을 때 차별화시켜 개선하는 게 더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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