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버스로 막오른 세계 최대 상용차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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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버스로 막오른 세계 최대 상용차 박람회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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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단위 나들이객으로 인산인해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국내 첫 상용차 박람회 ‘현대 트럭&버스 메가페어(이하 메가페어)’가 열리고 있는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 야외부지 현장. 한 관람객이 낯선 모습 트럭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앞모습은 트럭이 분명한데, 뒤는 만들다 만 것 같이 뼈대만 앙상하다.

옆에 있던 도슨트(전문 해설사)가 나섰다. “(현대차)상용차 라인에서는 대부분 트럭이 이런 모습으로 만들어집니다. 그 다음 여러 특장차 업체로 보내져 다양한 형태를 갖춘 차가 완성됩니다. 소방차나 앰뷸런스·레미콘 같은 차가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것이고요. 트럭·버스 한 대를 만드는 공정에서 현대차처럼 상용차 제작사는 70% 정도 기여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엔 상체는 없고 오로지 네 바퀴와 엔진·운전대가 맞물린 앙상한 하부 뼈대만 갖춘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도슨트가 다시 말문을 뗐다. “저건 중형트럭 마이티 차체입니다. 경우에 따라 저렇게만 만들어 팔기도 합니다. 들려오는 말로는 저게 베트남에 수출되면 현지에서 버스로 둔갑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말 그대로 상용차는 변화무쌍한 차량입니다.”

 
 

메가페어 3일째인 지난달 27일은 주말인 까닭에 행사장에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이날은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온 가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현대차가 생산하는 상용차 풀 라인업이 전시된 곳에선 거대한 차체에 놀라는 어린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아이가 중형트럭 마이티를 바라보며 “정말 크다”고 말하자, 곁에 있던 아빠가 “저기 저차는 이거보다 더 큰데”라며 웃었다. 아빠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대형트럭 엑시언트가 서 있었다. 아이는 연신 탄성을 지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른 도움을 받아 엑시언트 운전석에 오른 많은 아이들이 운전대와 계기판을 신기하게 만져보고 있었다.

 
 

대형버스가 전시된 곳에는 눈에 익은 시내버스와 고속버스 등이 많아 아이들 호응이 더욱 컸다. 차에 올라타 이곳저곳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피는 어른도 많았다. 특히 지난해 말 데뷔한 21인승 프리미엄 버스가 관람객 사이에서 인기 높았다.

서은숙(36·고양)씨는 “부산으로 출장을 자주 가는데 그때마다 KTX나 비행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프리미엄 버스를 보고나니 다음번 출장 갈 때 실제로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낯선 대형버스 한 대도 시선을 끌었다. 현대차가 일본에 수출하는 모델이다. 운전석이 오른쪽, 출입문은 왼쪽에 놓여 있는데다 버스 뒤쪽에는 비상문까지 달려 있어 색달랐다. 도슨트는 “매년 150~200대 정도로 꾸준히 잘 팔리는 차”라고 소개했다.

행사장 곳곳에 서 있는 갖가지 특장차는 더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크레인·고소작업차·탱크로리·소방차·믹서·콘크리트펌프카·렉카·활어운반차·트랜스포터·이동식화장실·도로청소차·준설차·살수차·소방차·구급차·장애인차·윙바디·캠핑카 등 100여대가 넘는 차량이 전시됐다. 생활 속에서 자주 마주쳤던 차라도 실제 가까이서 자세히 본 적이 드물었던 탓인지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찾았다.

 

메가페어 최고 인기 장소로는 단연 경품 이벤트 현장이 꼽혔다. 크레인차로 오락실 인형뽑기처럼 경품을 들어 올리는 코너와, 경품명이 쓰여 있는 믹서트럭을 작동시키고 밸크로 재질 공으로 만든 다트를 던져 맞추는 코너에는 하루 종일 수십 미터 줄이 끊이지 않았다. 당첨됐든 그렇지 못했든, 도전자 모두 탄성을 지르며 즐거워했다.

대형트럭에 올라타 다이내믹한 주행감성을 느껴본 관람객도 많았다. 온·오프로드 엑시언트 시승행사가 대표적이다. 특히 울퉁불퉁 오프로드 험로 구간을 달리는 코너가 눈길을 끌었다. 육중한 차체가 경사 심한 언덕길을 먼지 날리며 올라가는 모습은 지켜보던 사람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만큼 흥미진진했다.

 
 

행사장 한 복판에선 현대차가 TBS교통방송과 함께 주최한 ‘트럭운전자 노래자랑’ 본선 대회가 열렸다. 4월부터 진행된 예심을 통과한 트럭 운전자 11명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실력을 겨뤘다. 대상 1명(상금 200만원)을 포함해 총 상금 500만원을 받는 주인공이 가려졌다. 참가자 가족이나 친구·동료들이 객석에서 열띤 응원을 펼쳤다. 초대가수 박현빈·홍진영 등이 출연할 때는 무대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장관을 이뤘다.

 

현대차 트럭을 개조해 만든 형형색색 푸드트럭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30여대가 행사장 곳곳에 자리를 잡고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했다. 인기 메뉴를 파는 푸드트럭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한 푸드트럭 주인은 “경기가 안 좋아 장사가 잘 안됐는데 모처럼 활기 넘치게 일할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이번 메가페어에 대해 ‘일반인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상용차에 친근히 다가설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아울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용차 내수 시장에서 현대차 브랜드 기술력과 이미지를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차 상용사업본부(이하 현대상용차) 측도 이런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콘셉트 행사를 야심차게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용차 관계자는 “투박한 느낌을 주는 상용차가 보다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재미있고 알찬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이런 노력 덕분에 상용차 특성이 잘 드러난 진정한 종합 박람회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 주 무대 킨텍스 야외부지(9만9173㎡)에는 양산차(56대)·특장차(110대)를 비롯해 쏠라티 수소연료전지차(FCEV) 콘셉트를 포함한 관련 신기술 9종이 전시됐다. 아울러 내년 출시 예정인 저상 전기버스 ‘일렉시티’가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일렉시티는 행사 기간 내내 언론과 자동차 업계는 물론 많은 일반 관람객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현대상용차는 아울러 연비·안전·친환경 3대 핵심기술로 상용차 미래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과 비전을 발표했다. 오는 2020년 대형트럭 군집주행 기술을 실제 고속도로에서 시연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현대상용차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모두 3만1800여명이 행사장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단일 자동차 회사가 개최한 행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전해졌다. 아울러 국내외 구매 상담을 통해 향후 12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 산업계와 운수 업계는 이번 메가페어가 승용차 중심 모터쇼 못지않게 일반 대중에게 상용차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메가페어 현장을 둘러본 많은 사람들이 “좋은 행사”였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특히 누구보다 오랜 기간 현대차에 몸담았던 전직 ‘현대맨’들의 감회가 남달랐다.

현대차에서 30년을 일했다는 한 은퇴 직원은 “강산이 세 번 바뀔 만큼 긴 시간 현대차를 지켜봤는데 이번처럼 자랑스럽고 듬직했던 적도 드물었던 것 같다”며 “무엇 하나 변변치 못했던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상용차 브랜드로 성장한 모습을 확인해 행복했다”고 말했다.

 
 

메가페어가 상용차 연관 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도 쏟아졌다. 무엇보다 현대차와 관련 업계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공인받은 것 같다는 자신감이 일각에서 나왔다.

박성권 한국자동차제작자협회장은 “국내 상용 특장차 업체는 오랜 기간 기술력을 쌓아 세계 어느 업체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지만, 그간 정보 부족 등의 이유로 해외 진출은 꿈도 꾸지 못했었다”며 “이번 메가페어를 통해 업계가 협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고, 현대차와 함께 더 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얻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상용차 관계자는 “처음 여는 행사였던 만큼 많은 것을 선보일 수 있게 많은 준비를 했는데, 메가페어를 찾은 관람객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 기분이 좋았다”며 “(메가페어가)일반인이 상용차에 더욱 우호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물론, 현대차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확인시킨 전환점이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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