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km 달린 아이오닉 EV, “아직 더 갈 수 있네”
상태바
200km 달린 아이오닉 EV, “아직 더 갈 수 있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7.0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서 아이오닉 EV 시승해보니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전기자동차에 대한 사람들 생각은 아직 미덥지 못하다. 주행거리가 기존 내연기관차 보다 짧고, 방전됐을 때 대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기차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사실이 아닌 걸까? 직접 전기차를 몰아보며 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시승 차종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EV)’으로 정했다. 아이오닉 EV는 지난해 3749대가 팔렸고, 올해 들어선 지난 5월까지 2415대가 판매되며 2년 연속 수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주도는 전기차 천국이다. 환경이 중요하게 여겨져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어느 곳보다 높고 보급도 활발하다. 완성차 업체 또한 전기차 시험무대로 제주도를 선호한다. 실제 도내 곳곳에서 전기차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시승 차량은 지역 렌터카 업체에서 대여했다. 조여상 에코렌터카 대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200여대 가운데 30여대가 전기차인데 모두 아이오닉 EV”라며 “호기심을 갖고 전기차를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시승 차량은 4260만원(세제 혜택을 받으면 4000만원)짜리 N트림이다. 고급 소재나 선루프 또는 8인치 내비게이션 같은 편의사양은 없었지만, 운전 즐기기에 부족한 면은 딱히 찾아보기 힘들었다.

운전석 주변은 잘 정돈돼 있었다. 첨단 이미지를 주기 위해 변속기 레버를 없애고 대신 버튼을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정차할 때나 후진할 때 위치를 찾느라 시선이 버튼으로 향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실내 마감이나 크기는 딱 준중형급 세단 수준이다. 기존에 준중형차를 경험한 사람은 불만 갖지 않을 것 같았다. 중형차 이상을 몰았던 사람은 조금 작거나 불편하다고 느낄 순 있겠다. 아이오닉 EV는 준중형차다.

뒷좌석은 확실히 좁았다. 앞좌석 공간을 넓히려 시트를 뒤로 밀면 뒤에 남는 공간이 적어졌다. 성인이 타기에는 불편했다. 혼자나 둘이 탈 경우에는 상관없겠지만, 3인 이상 가족이나 일행이 탔을 때는 뒷좌석 앉은 사람이 인내해야 할 것 같았다.

 

뒤쪽 유리창도 너무 작아 답답했다. 패스트백이나 해치백 스타일 차종 최대 단점으로 보인다.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뒤쪽 유리 너머 바깥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런 차종에 익숙한 사람이야 문제되지 않겠지만, 처음 접한 이들은 한동안 당황할 것 같았다. 실제 운전석 백미러로 후방 도로 상황이 잘 보이지 않았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계기판에 불이 들어왔다. 그런데 엔진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차량 떨림도 없었다. 시동 걸린 것을 확인하려고 몇 차례 계기판을 확인해야 했다. 조여상 대표는 “전기차를 처음 운전하는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모습”이라며 웃었다.

파킹브레이크를 풀고 변속기 주행 버튼을 눌렀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고 가속 페달을 밟자 나지막하게 ‘위윙’ 하는 소리가 났다. 지하철 멈췄다가 다시 출발할 때 나는 소리다. 물론 소음 정도는 지하철의 100분의 1도 안 된다.

 

주행 소음은 생각만큼 조용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엔진 소음은 나지 않았고, 엔진에서 비롯된 떨림 현상도 없었다. 그런데도 달리는 내내 외부 소음이 컸다. 고급차가 아니라서 그런지, 노면 소음과 외부 유입 풍절음이 상당했다. ‘전기차는 소음이 없다’는 선입견 가진 사람이라면 속았다 싶을 것 같다.

오래됐거나 노면이 고르지 못한 도로에선 소음이 내연기관차 못지않게 밀려들어왔다. 새로 포장된 곳에 접어들면 소음이 확 줄었다. 그제야 전기차스러웠다. 엔진 소음이 없으니 더 고요해졌다. 물론 새 도로에서나 겪는 호사다. 반면 외부에서는 확실히 차량에서 나는 소음이 거의 나지 않았다. 차가 멈춰서 있다고 착각할 정도다.

전기차가 주행성능 떨어질 것이란 편견은 버려야 했다. 여전히 가솔린이나 디젤차에서 경험할 수 있는 힘과 지구력은 아니었지만, 일상 주행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주행모드를 회생제동에 두지 않는 이상,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밀리거나 허덕임 없이 앞으로 차고 나갔다.

 

시승한 차는 누적 주행거리가 7300km 갓 넘긴 비교적 새 차다. 평지에서는 일반 준중형 가솔린차가 보여주는 성능과 차이가 없었다. 경사 심하지 않은 언덕길에서도 힘들어하지 않고 올라갔다. 내리막길이나 쭉 뻗은 길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경쾌하게 속도가 붙었다. 제로백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주행감에 만족할 만했다. 코너링 할 때 쏠림 현상이 느껴지는 등 다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옥에 티다.

시동을 걸자 계기판에 찍힌 주행가능거리가 221km라고 나왔다. 충전 상태를 알려주는 막대 표시는 한 칸 비어있었다. 아이오닉 EV 기본 제원은 완전 충전했을 때 18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신차는 191km) 제원 보다 수치가 너무 높아 믿기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주행거리는 주행 여건이나 운전습관 등에 따라 제원 수치 이상이나 이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험하지 않고는 실감할 수 없었다.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이런 문제 때문에 나오나 싶었다.

▲ 첫째 날 주행을 끝낸 상황에서 계기판 수치

첫날 총 103.5km를 주행했다. 처음 40~50km 정도 달리는 동안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는 좀처럼 180km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조금 덥다 느껴 에어컨을 약하게 켜자 수치가 10km 정도 떨어졌다. 차를 몰아본 3일 내내 에어컨을 켜면 주행가능거리가 딱 10km 정도씩 줄었다.

회생제동 모드를 켜면 드라마틱한 충전 과정을 목격할 수 있다. 가속 페달을 최소로 밟아 주행 속도를 에코 상태 이하로 떨어뜨리면 회생제동시스템이 작동한다. 가속 페달을 거의 밟지 않은 상태로 주행하며 몇 분만 버티면 주행가능거리가 수치상 5~10km 올라갔다. 방전 상태가 위태로울 때 요긴히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물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차량 속도가 확 떨어지고 무언가가 뒤에서 차를 붙잡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답답했다.

▲ 둘째 날 주행을 끝낸 상황에서 계기판 수치
▲ 3일간 시승을 마치고 차를 반납하는 순간 주행가능거리는 166km 남은 것으로 나왔고, 평균 전비는 7.9km를 가리켰다.

첫날 운행을 끝냈을 때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는 132km로 표시됐다. 주행가능거리가 89km 떨어지는 동안 100km 넘게 달렸으니, 이만하면 수준급이다. 둘째 날에는 총 122.4km를 주행했다. 44.4km 달리고 급속충전한 후에는 표시된 주행가능거리가 224km까지 치솟았다. 마지막 날 차량 반납 장소까지 7.4km를 주행한 후 확인한 주행가능거리는 166km였다. 3일 동안 233.3km를 7시간 40분 동안 주행했는데, 평균 전비는 7.9km를 기록했다. 순간 최고 전비는 9.6km였다.

 
▲ 급속 충전을 끝내자 주행가능거리가 224km까지 올라갔다

아이오닉 EV를 몰면서 둘째 날 한 차례 충전했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제주도였지만, 충전소 찾기가 주유소만큼은 아닐 것이란 두려움 때문에 결국 배터리 잔량이 47% 남았는데도 충전을 시도하고 말았다. 아이오닉 EV는 30분 정도 급속충전하면 80~90% 충전된다.

급속충전은 제주 표선면 농협에서 이뤄졌다. 대여할 때 렌터카 업체가 준 무료충전 카드를 인식시킨 후 충전기를 차 충전구에 꽂았다. 화면에 46분 걸린다고 나왔다. 농협마트를 둘러본 후 인근 표선해수욕장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충전이 끝나 있었다. 1시간가량 지난 시점이라 언제 충전이 마무리됐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배터리 잔량 표시 막대가 꽉 들어찼다. 시승한 3일 내내 한번만 충전해도 됐다는 점이 좋았다.

 

제주도에서 아이오닉 EV를 시승하는 동안 곳곳에서 같은 차를 렌트해 몰고 다니는 관광객을 많이 만났다. 대부분 전기차를 처음 경험했다. 이들은 “처음 시동 걸때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막상 하루 이틀 몰아보니 생각만큼 어려운 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지금 당장 차를 산다면 전기차를 고려하겠냐는 물음엔 여전히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부분 자신이 사는 지역 충전 인프라를 신뢰하지 않았다. 물론 “도심지 일상생활에서 무난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세컨드카로 좋아 보이고, 전기차에 대한 우려와 편견은 어느 정도 버리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도에서 여행자 입장으로 전기차를 몰아보면, 정말 이런 결론이 나온다. 분명한 것은, 전기차가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일상 속으로 다가왔단 사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