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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만능주의를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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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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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병권 교수의 관광대국론

[교통신문] “삼천리 금수강산 너도나도 유람하세 구경못한 사람일랑 후회말고 팔도강산 모두같이 구경가세”의 가사로 시작되는 가수 서수남, 하청일의 ‘팔도강산 유람하세’ 곡을 들어보면 1970년대를 전후한 여행풍속도를 잘 엿볼 수 있다. 당시의 관광은 주로 명산, 온천, 해변, 고적, 고궁 등을 둘러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요즘 관광과 관광지의 개념이 크게 바뀌었다. 관광의 일반적 의미는 타 지역을 방문해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풍경과 유서깊은 역사유적을 보면서 쉬고 견문을 확대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광지는 일상 생활권과 별개의 공간이라는 시각이 지배했다. 그렇지만 근래 ‘모든 것이 관광자원(Everything is tourism)’이라고 할 정도로 여행 트렌드가 크게 변했다.

우선 주5일제 및 휴가제도가 확대되면서 여행이 일상화됐다. 또한 정보기술과 자동차의 보급, 나아가 SNS의 영향으로 맘만 먹으면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 그런데 국립공원, 역사유적, 관광단지 등 전통적인 관광지들이 퇴조하고 있으며, 그 대신 있는 그대로의 삶의 모습, 즉 일상적인 것들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의 북촌이나 전주 한옥마을, 통영 동피랑 마을 등이 대표적이다.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 관광의 주요 소재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일상생활 공간의 관광지화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너도나도 관광산업과 연결지으려다보니 지역주민들이 혜택을 보기 보다는 오히려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과거 산업화와 교외화 현상으로 구(舊)도심의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너도나도 관광연계형 재생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관광 부문도 모든 산업이나 지역까지 살려낼 것처럼 기세등등하다. 여기에 바로 관광 만능주의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주거지역까지 찾아가 소음과 쓰레기, 주차문제를 발생시키며 골목상권을 변형시킴에 따라 삶의 질이 급격히 하락된 거주민들의 분노를 초래하고 심지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고 있다. 또한 과도한 관광객들의 등살에 밀려 온전했던 커뮤니티가 붕괴되고 그로인해 주민들의 집단적인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개발로 인해 원주민이 내쫓기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에 이어 최근 일반 거주지역이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거주환경이 악화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의 반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가수 이효리씨가 2013년 “친애하는 제주도 관광객 여러분. 죄송하지만 우리 집은 관광 코스가 아니다”며 여행풍토를 질타하고, 서울 이화동 주민들이 마을의 벽화에 직접 페인트칠을 해버렸던 사건을 예사롭게 넘길 수 없다.

이제 일상공간이 관광지화 되면서 ‘관광이 관광을 망치는’ 현상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정부차원에서 도시관광 활성화 사업을 통해 구도심의 재생을 꾀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되지 않도록 사전 예방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도시관광특별지구를 지정하되 관광영향평가를 철저히 시행해 주민들의 삶을 해치는 시설이나 행태가 발생할 소지를 없애야 한다.

관광객의 과다 유입에 따라 주민생활 편의시설 대신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마트 등이 급속히 침투하면서 나타나게 되는 부동산 가격상승, 주차 혼잡, 쓰레기 투기 등 과잉관광(over tourism)의 폐해를 충분히 분석하면서 방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베니스, 바르셀로나, 파리 등 유럽의 주요 관광도시에 관광객의 대규모 유입으로 인해 발생됐던 관광공해 현상과 반(反)관광운동(일명 Tourist Go Out)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관광객들도 여행매너를 바꿔야 한다. 남의 사적인 공간을 마구 침범한다든가 주민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진 찍기는 눈살을 찌푸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주민의 사생활과 기본적 권익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상호 공존할 수 있는 착한 책임관광(responsible tourism)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관광은 모든 부문과 잘 융합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모든 부문을 살릴 수 있다는 관광 만능주의의 오만함을 벗어나 절제된 접근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새롭게 ‘국민관광신탁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구도심 및 낙후지역의 재생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관광개발 사업에 있어서 수요자와 공급자간 공정한 거버넌스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소비적인 관광행태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 각 지역이 간직한 문화유산과 콘텐츠를 바탕으로 주민과 기업, 단체, 공공기관 등이 상호 협력하여 탐방 또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혜택이 골고루 되돌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객원논설위원-호원대학교 호텔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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