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발목 잡힌 국산차 “경쟁력 상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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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에 발목 잡힌 국산차 “경쟁력 상실 우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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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완성차 노사, 협상 지지부진
▲ [자료사진] 7일 현대기아차그룹 양재동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는 현대기아차 노조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국내외에서 고전하고 있는 주요 국산차 업체가 노사 갈등과 노조 파업이라는 새로운 악재에 직면했다. 상황에 따라 7~8월 최악의 국면에 빠질 경우 내수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6일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 20차 교섭을 가진 후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지난달 28일 18차 교섭에서 회사 측에 일괄제시안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이날까지 제시안을 노조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협상 결렬 직후 박유기 지부장 명의 성명에서 “지난 4월 교섭이 시작된 이래 노조 핵심요구에 대해 (사측이)어느 것 하나 긍정적으로 답변하지 않았고, 쟁점사항하나 없었다”며 “문제가 전혀 풀리지 않고 있는 교섭은 더 이상 무의미하며, 조합원 권익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파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6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 조정신청을 접수했다. 노조가 신청하면 10일간 조정 기간을 거치게 된다.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합법적 파업이 가능하다. 노조는 11일에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발생(파업)을 결의할 예정이다. 이후 13일과 14일 양일간 전체 조합원 총회를 소집하고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11일 기준).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 4차 산업혁명과 자동차 산업 발전에 대비한 ‘총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 등을 요구했다.

파업이 결의되면 노조는 지난 2012년 이후 6년 연속 파업을 하게 된다. 지난해 7월에는 협상 결렬 선언 8일 만에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76.54% 찬성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12년 만에 실시된 전면파업을 비롯해 모두 24차례 파업으로 14만2000대에 이르는 차질이 발생했다. 금액 손실 또한 역대 최대인 3조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 [자료사진] 7일 현대기아차그룹 양재동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는 현대기아차 노조

올해의 경우 임금 이외에 각종 단체협약 교섭까지 동시에 이뤄져 노사가 합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여름휴가 전 타결이 힘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노사 양측 모두 조기 타결에 원론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사측은 신차 생산은 물론 하반기 부진 탈출을 위해 어떻게든 협상을 타결해야하고, 노조 또한 하반기 새로운 집행부 선출이 예고돼 있어 빠른 교섭이 필요하다.

사측은 통상 일괄 협상안은 교섭 막바지에 제시하는데, 충분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노조가 협상 결렬 명분을 찾기 위해 일괄 협상안을 걸고 넘어졌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운 데 충분한 교섭이 진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결렬을 선언해 유감스럽다”며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교섭을 마무리하고 회사 안팎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한다”고 밝혔다.

기아차 노조는 현대차보다 앞서 지난달 29일 사측이 제시한 통상임금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임금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다음날인 30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파업을 결의했다. 사측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되 총액임금은 기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노조는 총액임금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맞섰다.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한 후 “미래지향적 기아차 노사 관계 출발점은 상여금 통상임금 문제 해결인데, 사측 제시안은 이런 취지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 3일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 결정은 13일 나올 예정이다.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해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사측은 파업 결의에도 불구하고 노조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달 출시되는 스토닉 등 신차에 더해 출시 초기 인기를 끌고 있는 스팅어 물량 공급을 위해서 무엇보다 안정적인 생산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 [자료사진] 지난 6일 파업 찬반투표가 시작된 한국GM 부평공장

한국GM 노조는 6일과 7일 양일간 소속 조합원 1만3449명 중 1만1572명이 참여한 파업 찬반투표 결과 68.4%인 9199명이 파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올해 임금 협상안으로 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과 통상임금 대비 500% 성과급 지급, 각종 수당 현실화를 제시했지만, 사측이 제시한 협상 카드와 격차가 커 13차례 협상에서 타협을 보지 못했다.

노조가 파업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회사 운명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GM은 지난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한 27만8998대를 판매했다. 내수(7만2708대)와 수출(20만6290대)은 각각 16.2%와 6.5% 줄었다. 이미 2014년 ‘쉐보레’ 브랜드 유럽 철수로 수출 물량이 급격히 감소했고, 올해는 ‘오펠’ 브랜드 매각으로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일 제임스 김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까지 사임 의사를 밝혔다.

업계는 글로벌 GM이 강도 높은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만큼 실적 악화를 부추길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 어떤 식으로든 ‘철수’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년간 회사 누적 손실이 2조원에 이르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GM 경영진은 지난달 30일 임직원에 보낸 편지에서 “오펠 매각에서 볼 수 있듯이 글로벌 GM은 현재 수익성과 사업 잠재력에 중점을 두고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생산 물량과 제품 계획을 재평가 중”이라며 “이런 불확실성으로 회사는 이번 임금 교섭에서 (노조의)미래 제품·물량 관련 요구에 대해 언급하거나 확약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줄어들고 있는 생산 물량을 확보할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말로, 현 상황이 지속되면 어떻게든 구조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 [자료사진] 지난 6일 파업 찬반투표가 시작된 한국GM 부평공장

쌍용차는 해고 노동자 복직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15년 말에 이뤄진 노사 합의에 따라 올해 상반기까지 해고자 160명을 단계적으로 복직시킬 예정이었지만, 이행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당초 노사는 올해 상반기까지 신차 출시로 인력 수요가 발생하면 신규 인력 40%에 해고자(30%)·희망퇴직자(30%) 비율로 채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복직된 해고자·희망퇴직자는 지난해(18명)와 올해(19명)를 합해 37명에 그쳤다. 여전히 130여명이 복직되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3일 “추가 계획이 아직은 없다”는 뜻을 해고자 측에 알렸다.

쌍용차 노조는 “회사 사정 때문이라면 복직이 늦춰져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복직 계획만큼은 사측이 밝혀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해고 노동자들은 향후 평택공장을 중심으로 복직 문제를 대외에 알리고, 모기업 마힌드라 그룹이 있는 인도를 방문해 해결점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 5월 15일 상견례를 가졌지만, 이제 겨우 교섭 초기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노조는 지난해 판매호조로 실적이 개선된 만큼 기본급을 15만원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 기사는 본지 7월 13일자(제5036호) 4면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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