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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버스 졸음운전 사고와 후속대책
박종욱 기자  |  pjw2cj@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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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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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방추돌경보장치 장착 의무화 검토
- 휴식시간 준수 여부 등 업체 조사
- 제도와 현장 따로따로 가능성 고민
- 경기도는 준공영제 도입 의사 밝혀

   

 지난 9일 오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 나들목 인근에서 광역버스와 승용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역버스와 충돌한 승용차가 심하게 파손돼 있다.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 7월 둘째 휴일인 9일 졸음운전으로 추정되는 버스 교통사고로 1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해 충격을 던져줬고, 이에 관한 논란과 대책 마련에 정부와 업계가 골몰하고 있다.

거의 매년 반복되다시피 일어나는 졸음운전에 의한 대형 교통사고는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지난 해 강원도 봉평터널 사고 이후 정부가 서둘러 마련한 대책이 시행중이거나 준비중인 가운데 이번에 또다시 유사사고가 발생해 많은 국민들이 망연해 하고 있다.

이에 사고 전반에 대한 재조명과 피해 상황, 유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움직임 등을 집중 보도한다.

 ◇ 사고 상황 : 사고는 9일 오후 2시 40분께 서울 서초구 원지동 경부고속도로 서울방면 415.1㎞ 지점 신양재나들목 인근에서 광역버스와 승용차 5∼6대가 부딪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용차 1대에 타고 있던 운전자와 동승자 등 2명이 숨졌다. 또 다른 차량에 탄 16명이 다쳤다.

사망자 2명은 버스에 깔려 심하게 부서진 승용차에서 구조 작업 끝에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는 2차로를 달리던 승용차를 뒤따라오던 버스가 들이받은 뒤 앞서 가던 다른 차량을 잇달아 충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광역버스 운전사 A(51)씨가 버스전용차로인 1차로가 아닌 2차로를 달리던 중 앞에 정체된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으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버스 운전사 역시 '졸음운전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장대비가 쏟아진 데다 소방당국이 상행선 3개 차로와 반대편 1차로를 통제한 채 구조 작업을 벌여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경찰, 사고 수사 : 서울지방경찰청은 해당 버스업체를 직접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사고 자체에 대해서는 관할인 서초경찰서가 맡고 서울청은 버스업체의 위반사항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업체에 대한 수사는 더욱 꼼꼼히 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청은 해당 버스업체가 운전기사에게 적절한 휴식시간을 주도록 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어겼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또 운전기사의 음주·무면허·과로 등에 대한 고용주의 의무사항을 규정한 도로교통법, 차량 검사와 정비 상태 관리 의무를 규정한 자동차관리법 등 위반 여부도 검토해 사안을 포괄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국토부, 실태 파악·대책 정비 : 버스 안전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고속버스 졸음운전 사고를 막기 위해 대대적인 현장 실태 파악에 나섰다. 버스 운전사에게 최소한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2월부터 시행됐지만, 현장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현장에서 여객사업법이 지켜지지 않는 원인을 내부적으로 분석하고, 조만간 교통·자동차 전문가 토론회를 열어 안전 대책을 정비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또 지자체와 합동 점검반을 꾸려 현장 점검을 진행중이다. 점검 대상은 버스회사 운전자의 최소 휴게시간 보장 여부, 운전자의 질병·피로·음주 상태 확인 여부, 운전자 휴게시설 설치 여부 등 여객운수사업법이 규정된 내용이다.

현행 여객사업법 개정안은 시외·고속·전세버스 운전자가 노선 1회 운행을 마쳤거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15분 이상 쉬도록 규정하고 있다.

2시간 연속 운전할 경우는 휴게소 등에서 15분 이상, 4시간 이상 운전한 경우 30분 이상 쉬도록 했다. 이를 보장하지 않는 운송사업자에게는 최대 90일 사업 정지 조치나 18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 후에도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버스사고가 잇따라 국토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운행을 마친 버스 기사들이 다음 운행까지 승객대합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 사상사고의 원인이 격무에 시달리던 사고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이라는 지적이 일면서 버스 기사들의 처우개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무회의 논의 :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는 '교통안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버스나 화물차에 차로 이탈경고장치 장착(LDWS) 장착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LDWS는 졸음운전 등으로 차량이 차로를 벗어나는 경우 경고음으로 이를 운전자에게 알리는 장치다.

문 대통령은 졸음운전 사고 예방을 위해 전방추돌 경고장치(AEBS) 의무화 등 아이디어가 나오자 "예산이 좀 들어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한 일이라면 하는 방향으로 추진해보자"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국토부는 올해 1월 9일부터 신규 출시되는 대형 승합차, 대형 화물차 등에 AEBS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장착 의무 대상이 승용차를 제외한 모든 승합차와 3.5t 초과하는 화물차로 확대된다.

이 규정은 신규 차량에 제한된 규정이어서 국토부는 이를 기존 차량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차 설계 과정에서 AEBS를 추가하면 400만원 정도의 비용만 들지만, 이미 출시된 차량에 AEBS를 추가로 장착하려면 2000만원 가량이 들어 운수업체들이 비용 문제로 꺼리는 등 반발이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강조한 사안이니만큼 국민 안전을 위해 버스 등 출시 차량에도 AEBS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실무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해법 : 사고 버스회사의 소재지역인 경기도도 사고예방에 나섰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11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서울구간에서 발생한 광역급행버스(M버스) 추돌사고와 관련, 광역버스 운전기사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법을 모색했다.

남 지사는 이날 오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경진여객 차고지를 방문해 광역버스 운전기사들과 1시간여 동안 간담회를 하고 근로여건 개선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버스기사 A씨는 "장시간 운전을 하다 보면 간간이 몸이 둔해진다. 그냥 멍한 상태에서 운전한다"며 "오후에 10시간 이상 연속으로 운전하면 감각이 둔해지고, 그러다 사고가 날 경우 어떻게 일어났는지, 내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도 모른다"고 털어놨다.

B씨는 "격일제는 중간에 누구 한 사람이 빠지면 3일 동안 일을 해야 한다. 인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인건비의 비중이 늘어나고 그렇게 되면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진다"며 "복합적으로 엮인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데 이는 20년 전부터 관례상으로 운수업계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1일 2교대 근무를 경험해 본 C씨는 "1일 2교대와 격일제는 천지 차이"라며 "1일 2교대를 하면 근무 시간도 짧아지고, 일하는 것 자체에 대한 피로감이 절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버스준공영제를 운영하는 서울시와 인천시의 경우 버스 기사들이 1일 2교대 근무를 하지만 경기도는 격일제 근무를 한다. 버스 1대당 운전자 수는 서울시 2.24명, 인천시 2.36명이지만 경기도는 1.62명에 그치고 있다.

남 지사는 "조금 더 의견을 수렴해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며 "우리는 버스준공영제 도입에 대한 의지가 확실하다. 올 연말까지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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