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에 놀라고 … 스마트함에 또 놀랐다”
상태바
“연비에 놀라고 … 스마트함에 또 놀랐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7.0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준대형 그랜저 HEV 놀라운 성능 보여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성수기를 비껴가려했던 여름휴가는 장맛비 때문에 보기 좋게 망쳤다. 휴가 3일 중 절반을 쏟아지는 장대비와 함께해야 했다. 새 차로 폼 나게 휴가를 즐겨보려던 계획은 출발부터 틀어졌다. 그래도 전화위복이라고, 비가 많이 내린 덕분에 이제 세상 나온 지 넉 달된 차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온갖 최신 안전·편의사양을 유용하게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휴가를 함께한 주인공은 현대차 신형 그랜저(IG) 하이브리드다. 지난 ‘2017서울모터쇼’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모델로, 3월말부터 6월까지 5555대가 팔렸다. 벌써 지난해 구형 모델 실적(6914대)에 육박했다. 시승 모델은 최상위 트림 ‘익스클루시브 스페셜’로, 세제 혜택 받으면 3970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파노라마 선루프’와 ‘헤드업디스플레이(HUD)’,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 등이 추가됐다. 누적 주행거리는 7000km를 갓 넘겼다.

 

휴가 갈 곳은 경북 울진. 서울에서 가려면 고속도로·국도·지방도는 물론 도심과 시골길·산길 등 온갖 다양한 환경과 조건을 갖춘 평지·경사지를 달려야 한다. 하이브리드 모델 성능과 효율을 확인해 보기에 딱 좋은 코스다.

차에 올라 버튼을 누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시동이 걸렸다. 엔진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떨림도 없었다. 차는 아주 고요히 움직일 준비를 마쳤다. 인상적이었다. 계기판 주행정보는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전기모드로 달리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수월했다.

 

3일 동안 총 665km를 달렸다. 교통체증과 신호대기로 가다 서다를 반복한 시내 구간부터 뻥 뚫린 고속도로와 교통량이 많지 않은 시골길, 굽이굽이 계곡 따라 돌고 돌아야 했던 산길까지 다양한 코스를 경험했다. 드라이빙 모드는 대부분 ‘에코’를 선택했다. 하이브리드 모델로 장거리를 주행하면 경제성이 어떨지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대신 일부 고속도로 구간에선 주행성능을 보려고 ‘스포트’ 모드로 전환했다. 측정한 총 거리와 총 주행시간, 평균연비와 속도는 모두 계기판 트립 컴퓨터를 근거 삼았다. 다소 오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효율성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기대 이상 결과가 놀라웠다. 전체 주행을 끝낸 후 측정된 평균 복합연비는 ℓ당 19.3km. 공식 복합연비(16.2km) 보다 3km를 더 달렸다. 정체 구간이 많았던 시내에서는 평균 연비가 12.1km까지 떨어졌지만, 막힘없이 달렸던 고속도로나 지방도로에서는 23.1km로 치솟았다. 순간 연비가 30km를 넘긴 적도 있다.

물론 에코 모드 주행이 많았고, 무리하게 급가속·감속하지 않았다. 또한 막히지 않는 도로에서 비교적 정속으로 경제적 주행을 많이 한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연비 결과가 준대형 세단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워낙 덥고 습했기 때문에 계속 에어컨을 작동시켰는데도 연료량 표시 눈금은 절반 정도 내려왔을 뿐이다. 트립 컴퓨터에 표시된 ‘나의 운전 모드’에는 경제적운전이 58%라고 나왔고, 보통운전 33%에 비경제운전 9% 수준이었다. 이만하면 효율적이다. 새 차 구입할 때 경제성 따지는 사람이라면 하이브리드 모델에 주목해 봐야할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다.

주행 상황표

구간

거리

(km)

시간

(분)

주행모드

평균연비

(km/ℓ)

평균속도

(km/h)

환산 소비연료량

(ℓ)

시내

46.5

3시간 36분

에코

12.1

12.9

3.84

산길

73.6

4시간 14분

13.3

17.4

5.53

고속도로

204.3

3시간 12분

23.1

63.8

8.84

164.0

2시간 3분

스포트

19.3

80.0

8.50

국도/지방도

99.8

3시간 3분

에코

23.1

32.7

4.32

76.8

2시간

21.8

38.4

3.52

총계

665.0

18시간 8분

-

19.3

36.7

34.55

 

주행 성능과 가속 성능도 나쁘지 않았다. 3일 동안 운전한 시간은 18시간 8분으로, 이를 환산하면 평균 속도가 시속 36.7km 나온다. 막혀서 시속 10km 대에 불과한 적도 있었지만, 고속도로에선 최대 120km 정도로 달리기도 했다. 뭐라고 지적할 만한 구석 없이 대체로 잘 달렸다. 고개 길에서도 밀리거나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앞으로 차고 나가줬다.

물론 몇몇 수입 경쟁 모델 보다는 가속 성능 등이 다소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준대형 몸집을 이 정도로 잘 끌어준다면 일상 운행하는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커브 구간 많은 산속 고개 길을 돌때는 차가 좌우로 심하게 쏠리지 않았고, 출렁거림 없이 지면에 달라붙어 달려줬다. 가속을 자제한 결과이만, 꽤나 인상적이었다. 하이브리드 전용 2.4리터 가솔린엔진과 38kW급 전기모터가 결합된 파워트레인을 통해 발산되는 드라이빙 퍼포먼스가 운전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았다.

 

안전사양은 진가를 발휘했다. 특히 ‘스마트 후측방 경보 시스템’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워낙 비가 많이 내려 낮인데도 양옆 차선 달리는 차를 확인하기 어려웠는데, 후방에서 차가 접근하면 아웃사이드 미러와 헤드업디스플레이를 통해 알려줬다. 속도가 시속 60km 이상으로 올라가면 어느 순간 ‘주행 주향보조 시스템’이 작동됐다. 조금만 차선을 벗어날 기미가 보이면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미세하게 작동하면서 주행 방향을 조정했다. 물론 100% 완벽하지는 않았다. 호기심에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뗐는데, 차선 벗어나는 것을 인식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도 유용했다. 특히 후진할 때 편했다. 큰 차라 전후좌우 확인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존재했는데, 주행하며 살필 수 있었던 점도 돋보였다.

 
 

실내 인테리어는 차분했다.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다가오지 않았지만, 유용성과 편의성 측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었다. 돌출형 내비게이션은 출시 당시 말이 많았는데, 막상 보니 오히려 화면 바라보는 게 어렵지 않은 구조였다. 깔끔한 디자인도 그랬지만, 대시보드에 단단하게 고정돼 있어 좋았다. 수많은 버튼 또한 처음 운전하는 사람에게 혼란을 줄 것 같았는데, 몇 번 사용하니 익숙해졌다. 사용감도 나쁘지 않았다. 차를 몰면서 가장 좋았던 편의기능은 단연 ‘통풍시트’였다. 이 기능 하나 때문에 18시간을 운전하면서 전혀 힘들지 않았고, 내내 쾌적할 수 있었다.

함께 동승한 지인은 “그랜저는 막연히 나이 많은 사람 타는 차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30~40대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딱히 실내 품질이 뛰어난 것 같지는 않은데, 상당히 매력적이고 끌리는 구석이 많다”고 말했다. 공감 가는 말이다. 묘하게 끌리는 차다. “아마 30년 동안 익숙해진 그랜저 ‘네임벨류’(브랜드 가치)에다가, 큰 차인데 기름 값 덜 든다는 생각까지 겹치니까 자꾸 좋아지는 것 같아.” 이구동성, 이런 말이 터져 나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