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자동차 ‘인해전술’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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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자동차 ‘인해전술’ 시작되나?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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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수입 전년比 52.4% 급증
▲ 지난 1월 인천에서 열린 중한자동차 켄보600 출시 행사장을 찾은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들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중국산 자동차가 밀려들어오고 있다. 예전에는 중국차라면 품질 떨어진다는 이유로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소비자 선호 최신 안전·편의사양을 갖추고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부각돼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기존 상용차 중심 수입 구조가 승용차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상반기 중국에서 수입된 자동차(승용·승합·트럭·특장)는 모두 1910대로 전년 동기(1253대) 대비 52.4% 증가했다. 금액도 1525만831달러(171억원)로 전년 동기(1063만4586달러) 대비 43.4% 늘었다.

성장을 이끈 것은 승용차다. 상반기 1303대가 수입돼 전년 동기(661대) 대비 97.1% 증가했다. 반면 상용차(승합·트럭·특장)는 607대로 전년 동기(592대) 보다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올해 중국산 자동차 수입 물꼬를 튼 브랜드는 북기은상이다. 중국 5대 자동차 업체인 베이징자동차 수출차량 전담 생산업체로, 지난 1월 국내 시장에 처음 중국 자체 브랜드 승용차인 중형 스포츠다목적차량(SUV) ‘켄보600’을 선보였다. 상반기 219대가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북기은상이 내놓은 상용차 ‘CK 미니 트럭’과 ‘CK 미니 밴’은 같은 기간 293대가 판매됐다. 북기은상은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115.1% 증가한 512대를 팔았다. 이런 인기를 등에 업고 북기은상 국내 수입·판매권을 갖고 있는 중한자동차가 지난 20일 중국차로는 최초로 국내 누적판매 1000대를 돌파했다.

상용차 업체로는 에빅과 포톤이 각각 20대와 19대를 팔며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에빅은 올해 처음 국내 시장에 진출했고, 포톤은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850.0% 늘었다.

중국산 브랜드 진출도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법인을 설립한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저상 전기버스를 내놨다. 내년에는 승용차도 들여올 계획이다. 베이징자동차그룹(BAIC)도 본격 진출한다. 지난 14일 국내 업체와 협약을 맺고 전기버스와 전기트럭을 수입하기로 했다. 제품 인증과 차량 보완 및 판매 절차가 끝나는 대로 연내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 향후 초소형 전기차와 영업용 택시 등 승용차 부문으로도 라인업 확대가 계획돼 있다.

▲ 중국베이징자동차그룹이 국내 한 업체와 협약을 맺고 하반기부터 국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자동차그룹은 베이징자동차를 비롯해 ‘포톤’, ‘창이’, ‘베이징벤츠’ 등 현지 브랜드와 합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중국 현지 생산·판매 법인인 북경현대 파트너이기도하다.

중국산 자동차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장점 때문이다. 웬만한 최신 안전·편의사양을 갖추고도 동급 국산차나 여타 수입차 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여기에 품질과 성능 또한 제법 괜찮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서서히 ‘터무니없이 저질 싸구려 차’라는 편견을 털어내고 있다. 실제 중한자동차에 따르면 ‘켄보600’의 경우 초기물량 구매자 30% 이상이 중소사업자(개인․법인)였고, 개인 구매자 3분의 2는 40~50대 연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이 차를 구입하면서 가성비와 실용성을 따졌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이밖에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 수입이 최근 급물살을 타면서 닫혀 있던 국내 소비자 마음이 서서히 열린 점도 시장 확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올해 중국산 자동차 수입 물량이 사상 처음 5000대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향후 5년 이내 1만대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지난해에는 모두 2463대가 수입돼 전년도인 2015년(4144대) 대비 40.6% 줄었었다. 반면 수입 금액은 1805만 달러(206억원)로 전년(1640만 달러) 대비 증가했다.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기존 1~2%에서 3~5%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판매 성장이 지속되려면 부품 수급과 AS네트워크 확충이 관건이다. 중국산 자동차는 필요에 따라 변속기나 엔진은 물론 각종 부품을 해외에서 도입해 쓰는 경우가 많다. 안정적인 공급 루트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중국산 자동차를 수입하는 국내 업체나 중국 브랜드 한국법인 등이 시장 진입 초기라 탄탄한 AS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불안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1~2년 내에 중국산 자동차 수입이 지금보다 2~3배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응해 부품이나 AS네트워크는 물론, 한국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런 노력이 없다면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인기가 반짝 특수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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