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문전배송 두고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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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문전배송 두고 ‘동상이몽’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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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서비스의 다종화 현황과 파급효과
 

[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소비자가 상품의 배송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는 수준으로 세분화되면서 택배 배송경쟁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는 업무시간 외에 새벽시간을 겨냥한 택배 서비스가 등장하는데, 이는 일부품목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졌던 새벽배송은 제조·유통사들의 판촉 마케팅 일환으로 취급범위가 확대되면서다.

특히 유통·식품·패션 등 생활밀착형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새벽배송에 대한 물량 수요는 늘어날 조짐이다. 그러나 이같은 배송시간 변화는 기존의 택배근로조건 보다 노동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또다른 고민거리로 등장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서비스의 다양성을 더하면 더할수록 택배기사의 업무하중이 높아지게 돼 대개 하루 18시간 주 5일제로 운영되는 기존의 배송패턴 이상의 시간과 노동력을 할애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자기의사와 관계없이 배송에 참여하게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24시간 문전배송…쉴틈없는 택배 체인= 배송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최근 새벽에 신선식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차별화된 배송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24시간 문전배송 시대에 서막이 올랐다. 수도권 2시간 배송 등 이륜차 퀵서비스와 택배를 연계 가동함으로써 신속성에 초점을 맞췄던 종전의 수준을 뛰어넘은 것이다.

금년 들어 상품화 된 새벽배송은 서비스 주체와 취급품목이 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꾸준히 전진배치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포문을 연 건 1인가구를 겨냥한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이라 할 수 있다. 집에서 아침·저녁으로 배달받는 서비스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HMR시장과 새벽배송은 새로운 도전과제로 떠올랐다.

시장수요가 늘면서 롯데홈쇼핑은 동원홈푸드와 손잡고 홈쇼핑 업계 최초로 가정간편식 정기배송 상품을 출시했으며, HMR 브랜드 ‘잇츠온(EATS ON)’을 론칭한 한국야쿠르트는 온라인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주문하면 매일 요리해서 다음날 아침 배송하는 시스템을 착안했다.

냉장·냉동식품 제조사인 빙그레도 대열에 합류했다.

브랜드 ‘헬로 빙그레’를 선보이며 간편식 판매·배송에 진출했으며, 신선식품을 전문으로 하는 올프레쉬의 경우 온라인몰 개편과 함께 기존의 정기배송에 상품 큐레이션과 새벽배송을 추가했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새벽배송이 추진됐으며, 당일 오후 4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주문자의 집 앞으로 배달한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HMR 등에 일부 적용됐던 품목은 6월로 접어들면서 범위가 확대됐다. 여름철 무더위를 마케팅으로 활용, 판매전략 일환으로 식자재 먹거리가 새벽배송에 포함됐다.

GS리테일의 온라인몰에서는 매일 오후 10시까지 주문된 상품에 대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하고, 편의점 도시락·샌드위치를 비롯해 가공·비식품 등 약 5000여종이 취급대상이다.

여기에는 수경재배 채소와 수산물도 포함돼 있는데, 앱을 통해 배송시간을 지정하면 접수된 장소에서 받을 수 있다.

회사는 현재 서울지역 12개구를 대상으로 한 새벽배송을 25개구로 확대하고, 향후 수도권 전역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사업체들은 소비자 상품을 구매에 있어 배송 서비스 여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점에서, 지정배송 새벽배송 등 서비스의 세분화로 인해 고객유치와 상품판촉이 파생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공간의 제약 없는 주문은 물론 최상의 상태로 화주에게 전달하고 개개인의 소비패턴에 맞춰 상품을 제안·추천하는 형태로 진화될 것이라는 게 관련 업체들의 설명이다.

택배 물류사들도 이들 업체들과 손잡고 사업에 착수했다.

앞서 CJ대한통운은 HMR 시장을 노리고 새벽배송을 선언했다.

국내 O2O업체 30여 곳과 새벽배송 계약을 체결, 서울 수도권 일부에 제공되는 서비스를 전국 대도시로 확대한다는 사업계획을 검토 중이다.

▲새벽배송 운송시장 ‘갑론을박’= 새로운 패턴의 배송이 시작되면서 운송업계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택배 물류사와 계약된 하청 운송사들은 추가적으로 일감을 받으려 하는 반면, 해당 물량을 처리해야 하는 소속 지입차주들은 냉소적인 반응이다.

HMR을 필두로 새벽배송이 본격화되면서 법인과 지입차주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화물운송선진화법(직접·최소운송, 실적신고) 미이행에 대해 행정처분이 시작되자 새벽배송 등과 같은 신규 서비스로 만회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법인과, 근로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 하중이 늘어나는데 따른 지입차주들의 반감이 충돌하면서다.

관련 운송사들은 선진화법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추가적 일감이 필요한 상황으로, 기존에 계약돼 있던 업체들보다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해 흡수하던 사업확장 방식이 지입차주의 반발로 자주 제동이 걸려왔으나, 이런 가운데 제 값을 받고 운영할 만한 신규 물량이 나왔기에 반드시 잡아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A사 대표는 “삼진아웃제가 적용된 선진화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1회 받은 터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며, 이른바 단가후려치기 식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것도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 “제조·유통사로부터 아웃소싱돼 왔던 일감은 회귀하고 있는 반면 쿠팡을 비롯해 물류 스타트업 등과 같은 새 경쟁자가 계속 등장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며 새벽배송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택배기사를 포함한 지입차주들은 이같은 방식의 사업 확장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근로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량이 늘게 되면 인력이탈의 우려와 함께, 현장 근로자의 역할분담이 뒷받침되지 못한데 따른 혼선과 비효율로 끝내 폐업수순을 밟게 된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이들 지입차주는 계약관계상 법인이 제시한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부당한 처사를 감수해야 함은 물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돼 있어 근로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서 비롯된 반발은 이전보다 더 거세질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대게 22시경 잔업을 종료하고 오전 4~5시에 업무를 재개하는 형태로 집배송 택배가 운영되는데, 여기에 새벽시간대 업무를 추가한다거나 비상시 대체인력으로 투입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는 지적이다.

식품·유통업체들이 신선식품과 HMR 배송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고, 소비자 역시 이에 맞춰 생활패턴에 변화를 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화물운송·물류사와 지입차주 간의 입장차는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산재휴직 중 계약해지 당한 쿠팡의 배송기사와 우체국 집배원들의 사망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회원인 택배 종사자들은 노동3권 보장과 노동조합 설립 필증 쟁취를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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