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현장을 가다] <9> 유지한 현대차 상용선행전자개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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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현장을 가다] <9> 유지한 현대차 상용선행전자개발팀장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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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군집주행이 물류 혁신 이끌 것”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대형트럭 ‘엑시언트’ 3대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차량은 일정 간격과 속도를 유지하며 일렬로 주행한다. 선두 차량이 속도를 줄이거나 올리면 뒤따르는 차가 페이스에 맞춘다. 선두 차량이 정차하면 뒤따르는 차도 일제히 멈춘다. 그런데 차량에 운전자가 보이지 않는다. 트럭은 사람이 타지 않은 채 주행하고 있었다.

지난 5월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된 ‘트럭&버스 메가페어’ 행사에서 현대차는 머지않은 미래 엑시언트가 운전자 없이 자율 군집주행에 나서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육중한 트럭이 운전자 없이 군집주행 할 수 있는 것은 첨단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군집주행은 차량과 차량(V2V)을 실시간 연결한 통신을 통해 차량 간격을 조절하거나, 차선 이탈 등을 통제한다.

자율주행기술은 승용차에 먼저 적용됐지만, 상용화는 상용차 쪽이 더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현대차 상용부문 자율주행 선행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는 유지한 상용선행전자개발팀장(이하 이사)은 “군집주행은 물론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대형차량 안전 예방 기술 상당수가 자율주행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상용차 가운데 특히 트럭 군집주행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수익성과 직결된 운행 효율 때문이다. 군집주행이 현실화되면 물류 운송 분야가 크게 혁신될 수 있다. 경비와 인건비가 절감되면 운송 효율 제고가 가능해 진다.

유 이사는 “군집주행으로 선행 차량은 1~8%, 후행 차량은 8~13%씩 평균 10% 정도 연비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유류비 절감과 사고 감소에 따른 대응비용 절감에 더해 인건비까지 줄이면 운전자 역할 또한 단순 운전에서 운송매니저로 바뀌게 돼 궁극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도 중요한 요소다. 군집주행은 전체 사고 발생 건수 가운데 90%를 차지하는 운전자 부주의에 의한 사고를 줄일 수 있다. 군집주행에 적용되는 상당수 자율주행기술은 안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현대차는 트럭에 앞차와 간격을 조절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과 ‘차선이탈 경보시스템(LDWS)’을 적용 중이다. 이는 자율주행기술 5단계 가운데 2단계 이상에 해당한다. 현대차는 트럭의 경우 고속도로 주행지원시스템(HDA)과 같은 기술형태로 시작해 자율주행기술이 발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 이사는 “군집주행과 별개로 상용차 자율주행기술은 일정한 경로를 운행하며 반복되는 운행패턴을 갖고 있는 대중교통체계에 먼저 도입 될 것으로, 대중교통을 커넥티비티 서비스와 연계해 자율주행으로 운행하면 정시운행과 저속 안전운행이 가능해져 서비스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며 “피로가 누적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운전자 부족현상을 해소하고, 졸음 등 부주의에 의한 사고방지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군집주행은 배기가스 저감 효과와 함께 교통 정체 완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유 이사는 “트럭 3대 운행에 필요한 차량 간격은 대략 185m인데, 군집주행을 통해 80m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용차 자율주행기술은 벤츠 등 일부 글로벌 업체가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벤츠의 경우 자율주행 트럭(2014년)과 버스(2016년) 시연을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인 상태다. 이들 글로벌 업체는 2단계 수준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3~4단계로 발전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오는 2020년 2단계에 이어 2025년 3단계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이사는 “현대차 또한 이런 글로벌 추세에 맞춰 승용부문 자율주행기술을 활용하고 자체 상용차량 제어기술을 병합한 상용차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18년 말에 1차적으로 군집주행 선행 기술을 개발하고, 2019년 말 2차 개발을 거쳐 2020년 시범 운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의 경우 2018년 내로 선행 개발을 끝내고 2020년 이후 시범 운행에 나선다.

물론 상용화에 앞서 선결될 과제는 많다. 군집주행이 실현되려면 대열운행을 금지하고 차간거리를 규제하는 현행법이 완화돼야 한다. 자율주행은 차량이 주행할 때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는 것이 법적으로 허락돼야 한다. 유 이사는 “법적으로 국토교통부가 자율주행 및 군집주행관련 개정 필요사항을 검토 중으로, 실증 관련해서 신 교통체계 구축을 위한 과제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수행하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개선도 필요하다. 앞차 간격 등을 제어하는 종(세로) 방향 자율주행기술은 어느 정도 갖췄지만, 차량을 좌우로 제어하는 횡(가로) 방향 기술은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유 이사는 “종 방향 자율주행기술은 이미 실용화된 것들이 많은 반면, 횡 방향 기술은 차선이탈 경보시스템(LDWS) 이외에 적극적으로 바퀴나 스티어링 휠을 제어해 주려면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자율주행기술 기반 상용차 군집주행에 필요한 종 방향 기술은 여러 가지 준비돼 있고, 횡 방향 기술은 수년 내 확보를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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