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딜러가 소개한 캐피탈에서 가격 ‘덤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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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딜러가 소개한 캐피탈에서 가격 ‘덤터기’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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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체 연계 불법행위 기승, 소비자 주의 요구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금융업체와 연계한 중고차 매매 불법행위가 고개를 들고 있다. 매매 과정에서 편법을 동원해 가격 부풀리는 등 고객을 속인 뒤 딜러가 소개한 특정 캐피탈사에서 돈을 빌리게 해 이득을 취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불법 매매 행위가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자 경찰이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지난 1일 서울에 거주하는 A(64)씨는 신차급 중고 아반떼를 사려다가 딜러에게 속아 주행거리 10만㎞가 넘는 중고 소나타를 사는 피해를 봤다. 인터넷에서 370만원에 불과한 신차 수준의 중고 아반떼 판매정보를 볼 때만 해도 운이 좋다고 생각한 A씨는 인천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아 매물을 확인한 뒤 딜러의 안내에 따라 10여 장에 달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20만원을 할인받아 중고차 가격 350만원을 모 캐피털에서 빌려 지불했다.

하지만 중고차를 인도받으러 차고지로 이동할 때쯤 갑자기 딜러의 태도가 돌변했다. 딜러는 해당 중고차는 경매로 낙찰 받은 차량이라며 경매가 2040만원을 요구했다. 이어 ‘경매 차량을 구매한다’는 내용이 적힌 계약서도 내밀었다. 이 계약서는 조금 전 딜러의 안내를 받아 A씨가 서명한 것이었다. 딜러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사정을 얘기하며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A씨는 “아버지 같아서 편의를 봐준다”며 주행거리 10만㎞가 넘은 구형 소나타(시중가 700만∼1000만원)를 1800만원에 가져가라는 딜러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A씨는 25일 “딜러로부터 소개받은 모 캐피털로부터 돈을 더 빌렸다”며 “계획에도 없던 중고 중형차를 비싸게 사게 돼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중고차 매매단지 밀집 지역에서의 불법 매매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2∼6월) 중고차 매매 불법행위 집중 단속에 적발된 불법행위(자동차 관리법 위반 등)는 180건(271명 입건·5명 구속)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하반기(7∼10월)에는 254건(498명 입건·12명 구속)으로 불법행위는 더 기승을 부린다. 최근에는 중고차 가격을 부풀린 뒤 피해자가 특정 금융업체에서 돈을 빌리도록 유도해 높은 이자나 수수료를 뜯어내는 형태로 악화했다.

인천경찰청은 피해가 잇따르자 각 경찰서에 전담팀을 꾸리도록 하고 지난 5월 22일부터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조경도 인천매매조합 조합장은 “일부 캐피털 대리점이 인천지역 중고차 매매단지에 둥지를 틀고 딜러들과 연계해 불법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많다”며 “구매자들은 지나치게 저렴한 중고차는 의심해보고 인천자동차매매사업조합 등에 자문한 뒤 구매할 것”을 당부했다.

현재 인천지역 내 중고차 매매업체는 320여 곳으로 3000여명의 딜러가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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