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교통산업 ‘고용문제’·‘근로시간’<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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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교통산업 ‘고용문제’·‘근로시간’<물류>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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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고용서 ‘직접고용’ 전환 최대 쟁점
 

[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노동시장에 변화의 흐름이 일고 있다.

기간제 파견·용역 등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고, 근로조건의 격차 해소를 골자로 한 이행과제를 최우선으로 일자리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참여와 하도급 거래 비중이 상당한 물류 분야에서는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와 업종 특성상 진척되지 않고 있고, 이런 이유에서 예외업종으로 검토할 수 있는 여지도 농후하다. 정부의 신산업 육성분야로 선정된 물류산업 시장에서의 근로환경 문제와 4차 산업혁명 기술에 의한 일자리 변화 가능성을 예측해 본다.

▲도마 오른 물류센터 불법파견

하청에 하청이 꼬리를 무는 물류산업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불편한 진실로 남겨져 있던 이 문제는 금년도 국정감사를 통해 재점화 됐다.

지난 12일 열린 고용노동부 국감에서는 프랜차이즈 제과점 제빵기사와 물류센터 근로자의 불법파견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가맹점에 원재료 등을 배송하는 에스피시(SPC) 그룹 계열사인 A물류사가 협력업체인 B사를 통해 물류센터에 투입되는 인력을 확보해 왔는데, A물류사가 B사 소속 인력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근태를 통제했던 게 화근이 됐다.

B사 소속 근로자들에게 내려진 업무 지시가 B사로부터 하달된 것이라면 문제되지 않으나, 아웃소싱을 의뢰한 원청업체인 A물류사가 직접 이들 도급 관계의 노동자들에게 지시와 감독했기에 ‘파견’에 해당하며, 이러한 운영형태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금지하는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이날 국감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들 하청업체 직원들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2~3년마다 소속이 변경됐으며, 물류센터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휴가·휴무·임금 등에 있어 차별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SPC는 간접고용 방식으로 운영되는 도급사 인력 모두를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불법파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고용노동부의 결정은 갑론을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청과 계약된 협력사와 이들과 연관된 하청업체들에게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원청의 직접 고용에 의한 비용 상승과 도급업체로 내려오는 일감이 줄게 돼 시장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파견법 개정을 통해 예외 업종을 정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물류 분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인력수급 노동실태 등 근로환경을 개선하는데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간접 고용 인력 ‘일회용 소모품’

‘도급’은 노동자가 소속된 회사로부터, ‘파견’은 노동자가 소속된 회사와 계약된 원청으로부터 직접 업무 지시를 받고 관리 받는 것을 의미한다.

계약에 따라 근로조건은 상이하나, 택배기사를 포함한 화물운전자 상당수는 지입계약을 맺은 화물운송·물류사와 물량을 위수탁 받은 화주업체 모두로부터 통제받는 특수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당사자의 명령을 따라야만 하는 종속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택배기사 등 간접고용 형태의 근로 종사자들은,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이 제안한 내용이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이러한 내용의 노동실태 설문조사와 이를 골자로 한 정책대안의 장이 마련됐다.

지난달 26일 열린 토론회에서는 서울노동권익센터가 택배기사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내역을 근거로, 택배기사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리한 조건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박스당 수수료(700~900원)가 수입의 전부인 택배기사들은 장시간 노동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간접 고용형태로 계약된 택배기사를 회사가 직접 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택배업체와 취급 대리점이 이들을 직접 고용하게 되면, 법정근로시간은 물론이며 금전적 부분에서의 처우개선도 함께 해결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택배기사의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는 단체행동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법외노조인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택배기사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노동조합의 부재로 인해 ‘쉬운 해고’ 등과 같은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 정부가 택배노조 설립 필증을 발급함으로써 택배기사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개선의 딜레마

이들의 주장대로 근로환경이 개선된다 할지라도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택배 물류시장의 구직자가 늘어날수록 채용자인 기업체들은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노동력을 수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면 노동자가 원하는 때에 그만둘 수 있고, 급여 부분에서도 불만족스럽다면 개인이 거부할 수 있게 돼 있다는 점을 역이용해 둘 사이의 종속관계를 보다 강화할 수 있게 된다.

구직난 등 여러 이유로 화물운송·물류시장의 인력 자원이 늘면서 근로조건과 환경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구직자 상당수가 자신의 노동력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기에 최저임금 등 법으로 보장하는 부분을 적용받지 못하더라도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 전반의 화두인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신기술 등장에 위기의식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자율주행·무인 자동화·인공지능 등 노동력을 대체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고용불안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근로개선과 업무 효율성을 내세운 감원 역풍이 감지되면서 계약해지·해고 위협의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예로 법정근로시간과 임금상승 등의 요인으로 물류센터와 터미널·창고 시설물의 근로 종사자 인력을 무인 자동화 설비로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바일 온라인 이용거래가 늘면서, 택배 물류와 같은 비(非)제조 서비스산업에서는 인력을 대신한 로봇의 점유율과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시장 규모는 12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있는데, 이는 국내 물류로봇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예측된 것으로, 물류로봇 도입에 있어 상당수 업체들이 긍정적으로 임하고 있기에 실제 성장률은 더 높을 것으로 진단됐으며, 무인 자동화 시스템 일환으로 포장·분류·적재 및 이송과정에 주로 투입·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근로개선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결점을 찾는데 다소 무리가 있다는 업계의 중론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사업체가 이러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하더라도 시장원리·자유경쟁 원칙의 관점에서 비난할 수는 없으며, 설령 도덕적 해이에 책임을 묻더라도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부작용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 주도의 상생협력과 같은 채널을 활용함으로써 사업자인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등 접근방법을 달리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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