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초소형 전기차 산실 ‘새안’ 본사 찾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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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초소형 전기차 산실 ‘새안’ 본사 찾아보니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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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젊은 자동차 연구소입니다”
▲ 세상에서 가장 젊은 자동차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연구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 왼쪽부터 백승철 팀장, 유기은·김현성 연구원.

“세상에서 가장 젊은 자동차 연구소입니다”

20대 젊은 연구진 주축 車 개발

대학생 신분 입사, 전 과정 경험

초소형 전기차 산파 역할 자부심

“회사와 자동차 미래 가능성 엿봐”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평균 나이 27~28세. 1990년과 1991년에 태어나 대학교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다. 이들이 그 어렵고 복잡하다는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설계한다. 대학생 창작 작품이 아니라, 양산 직전 모델이다. 지난 19일 찾은 초소형 전기차 업체 ‘새안’ 본사는 세상에서 가장 젊은 자동차 연구소였다.

연구소에는 12명이 재직하고 있다. 이들이 차체 디자인과 내·외장 설계는 물론 전기파워트레인과 배터리팩 설계를 전담한다. 백승철(28) 새안 전기차기술연구소 팀장은 “경험과 경력은 짧지만, 열정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라며 “22년 넘는 자동차 업계 경력을 지닌 대표님에게서 많은 지도 받아 문제없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안 연구원은 대학생 신분으로 인턴 직원이 됐고, 졸업과 동시에 정식 채용됐다. 백 팀장은 “2013년 대학 4학년 때 회사와 인연을 맺었고, 2015년 졸업하자마자 정식 연구원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과학기술대와 백석대에서 산업디자인 또는 기계공학 전공 교육 받은 미완성 인재를 회사가 육성한 셈이다. 연구소를 겸한 본사가 서울과기대 창업보육센터에 있는 까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새안 연구원들이 역삼륜 초소형 전기차 위드유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제공 : 새안]

새안이 만든 초소형 전기차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젊은 연구원 손을 거쳤다. 이들은 19개 협력사 연구진과 자료를 공유하며 공동개발에 참여했다. 대학생을 채용해 자동차 개발 전 과정에 참여시킨 것은 이정용(53) 대표 소신에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작은 회사는 한 사람만 인력이 빠져나가도 회사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며 “개발 초기부터 가담해 차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탄생 산파 역할을 한만큼 지나 온 시간에 대해 연구원이 갖는 애정은 각별했다. 백 팀장은 “학과 공부와 회사 일을 병행하다보니 몸과 마음이 고단했지만, 그래도 완성돼 나온 차를 보면 학창시절을 잘 마무리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인턴 꼬리표 뗀지 이제 한 달된 유기은(27) 연구원은 “실제 양산될 차를 개발하는 게 힘들었지만, 회사에서 얻은 정보와 지식을 졸업 작품에 응용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 유기은(27) 연구원은 “실제 양산될 차를 개발하는 게 힘들었지만, 회사에서 얻은 정보와 지식을 졸업 작품에 응용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유 연구원이 실제 작업하고 있는 모습.

경험과 경력이 짧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다. 역삼륜 전기차 ‘위드 유’와 사륜 전기차 ‘위드’를 개발하면서 시험용 차량이 무수히 만들어졌다.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견됐다. 차량 테스트가 이뤄지는 경기도 양주 프로토타입 조립공장에는 군데군데 흠집 났거나 부서진 차량 4대가 서있다. 유 연구원은 “비록 소중한 차가 망가져 회사 비용 부담이 커졌지만 그 이상 값진 정보도 많이 얻었다”며 “지난 3~4년 동안 끊임없는 시행착오가 작은 스타트업 회사가 양산 모델을 만들도록 이끈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 취직을 도전해 볼 법한데, 새안 연구원 판단은 좀 달랐다. 오히려 작은 회사가 경험과 실력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막연히 대기업에 취업했다면, 이만한 능력을 쌓기 힘들었을 것이란 게 이들 생각이다. 김현성(27) 연구원은 “좁은 관문을 통과해 대기업 자동차 회사에 취업했다면 아마 사이드미러 3년에 범퍼 3년 하는 식으로 차량 전체가 아닌 일부 파트에만 국한해 일했을 것”이라며 “기초 콘셉트 구상부터 설계·디자인·실물제작·테스트 등 자동차 개발 모든 과정에 참여해 기량을 발휘하고, 실력을 닦을 수 있는 점은 대기업 취직으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 새안 연구원들이 역삼륜 초소형 전기차 위드유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제공 : 새안]

힘들게 탄생시킨 만큼 ‘위드 유’와 ‘위드’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세상 어디 내놔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탁월한 성능과 효율·경제성을 갖췄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위드 유’의 경우 내년 시판을 목표로 마지막 개선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백 팀장은 “양산을 위해 대량 생산에 적합하도록 구조나 디자인을 단순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출시가 임박해 연구원들 간에 토론도 끊이질 않는다. 새안 연구원들은 “수다 떠는 속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유 연구원은 “최근 난상토론 끝에 배터리 설치 방향을 바꿔 운전자가 좀 더 편하게 차에 탑승할 수 있도록 개선 작업이 이뤄진 게 대표적 사례”라고 소개했다.

▲ 이정용 대표와 새안 연구원들이 차량 개발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13년 회사 설립당시나 지금이나 한 결 같이 직원과 대화하고 토론하기를 꺼려치 않는다. 이 대표가 추구하는 소통은 일방적이거나 수직적이지 않다. 잡담 속에서 나온 생각도 가볍게 취급하지 않는다. 지쳤다 싶을 때는 적당한 휴식과 자율을 권했다.[사진제공 : 새안]

초소형 전기차를 개발하면서 연구원들이 가장 고민한 것은 ‘안전’과 ‘편의’다. 작고 실용적인차량이라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백 팀장은 “역삼륜의 경우 오토바이 보다 안전하면서 사륜 차량이 가지 못하는 곳을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원들이 성장하기까지 이 대표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완충 역할을 해줄 중간 연령대 직원이 없는 상황에서, 나이차 극복하며 경영진과 일선 연구원이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대표가 열린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3년 회사 설립당시나 지금이나 한 결 같이 직원과 대화하고 토론하기를 꺼려치 않는다. 이 대표가 추구하는 소통은 일방적이거나 수직적이지 않다. 잡담 속에서 나온 생각도 가볍게 취급하지 않는다. 지쳤다 싶을 때는 적당한 휴식과 자율을 권했다.

▲ 연구원들이 성장하기까지 이정용 대표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완충 역할을 해줄 중간 연령대 직원이 없는 상황에서, 나이차 극복하며 경영진과 일선 연구원이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대표가 열린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 연구원은 “지치거나 힘들 때는 대표님이 잠시 쉬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사무실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즐기면서 재충전 시간을 가져 좋다”고 말했다.

젊다보니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많다. 예비군 훈련으로 자리 비우는 연구원이 많은 것도 한 특징이다. 인터뷰 당일에도 3명이 훈련 탓에 출근하지 않았다. 다들 “새안에선 흔한 일”이라며 받아 넘겼다. 백 팀장은 “인턴 시절에도 학교 수업 때문에 자리 비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은 풍경”이라고 말했다.

▲ 새안 연구원들이 역삼륜 초소형 전기차 위드유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제공 : 새안]

엄연히 직책이 있지만 연구원 서로 형·동생 부르며 어울리다보니 학교 동아리 같은 느낌도 난다. 연구원들은 서로 격려하고 이끌어 주는 동료가 있어 힘들거나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 팀장은 “새벽 3~4시에 사무실 나서는 일이 많아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위로되는 동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물론 영락없이 개성 강한 신세대임을 느끼게 만드는 면도 없지 않다. 유 연구원은 “일이 많아도 밤새는 건 싫다”며 정색했고, 김 연구원은 “회식 자리에서 술 안 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나오기 조심스러운 말인데, 이들은 팀장이든 대표 앞에서든 거리낌 없이 말한다. 184cm 큰 키에 준수한 외모를 갖춘 김 연구원은 지난 6월 새안 ‘위드 유’ 런칭 행사에서 전문 모델과 함께 무대에 섰다. 이정용 대표는 “연구원들의 젊은 패기와 당찬 모습이 새안을 탄생시키고 이끄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 지난 6월 열린 새안 역삼륜 초소형 전기차 위드유 출시행사에서 이정용 대표가 모델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뒤쪽 차량에 앉아 있는 모델이 새안의 김현성 연구원이다. 184cm 큰 키에 준수한 외모를 갖춘 김 연구원은 지난 6월 새안 ‘위드 유’ 런칭 행사에서 전문 모델과 함께 무대에 섰다.

새안의 젊은 연구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역삼륜 전기차와 사륜 전기차가 시장에서 호응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아울러 차가 잘 팔려 회사 규모가 커져도 한 가족 같은 지금 분위기가 한 결 같이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본사를 곧 하남으로 옮기는 데 사무실이 몇 배로 커지는 것은 물론 직원도 많이 채용되는 것으로 안다”며 “직원이 늘어나지만 연구소만큼은 규모가 커져도 지금처럼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 팀장은 “자동차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람이 어떤 한 차종을 탄생시키는 과정 전체에 관여하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라며 “물론 부족한 점은 많지만 새안에서 실력을 키우며 자동차 미래를 꿈꿀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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