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외산 상용차 시장 점검(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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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외산 상용차 시장 점검(上)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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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차 수입 확대’ … 마냥 반길 일은 아냐
▲ [참고사진] 평택항 배후물류단지에 있는 한 외산 상용차 브랜드 출고전점검센터. 사진은 본문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상용차 수입 확대’ … 마냥 반길 일은 아냐

2009년 대비 지난해 3배 수준 증가

물량 외에 브랜드·차종도 다양화 돼

시장 반응 긍정·부정적 평가 엇갈려

“한국 실정 고려치 않은 수입” 지적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외산 상용차가 국내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본격적인 수입이 시작된 지 이제 20여년 남짓. 특히 지난 몇 년 사이 외산 상용차 시장은 업체는 물론 차종까지 다양화되면서 경쟁 상대 없을 것 같던 국산차 업체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외산차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는 긍정적 평가가 시장 안팎에서 주를 이룬다. 반면, 인프라 등의 제반 여건이 아직은 많이 부족해 소비자에게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외산차 전성시대’를 맞이한 국내 상용차 시장 현황과 문제점을 두 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지난 16일 경기도 평택항 수입차 물류단지에 있는 한 외산 상용차 브랜드 ‘출고차량점검(PDI)센터’ 인근. 추운 날씨인데도 쉴 새 없이 중·대형트럭이 분주히 도로를 오가고 있었다. 모두 평택항을 통해 수입된 차량으로 고객에게 인도되기 전 PDI센터에서 점검을 받는다.

수입차 물류단지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52세)씨는 “예전에는 주로 수입 승용차 실은 대형 트레일러가 많이 오가는 것 같았는데, 얼마 전부터는 포장도 안 뜯은 것 같은 수입 트럭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외산 상용차 수입이 날로 늘어나면서 시장에서 차지하는 외산차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추세가 차량 운행이 생계에 밀접하게 연계돼 있거나 자동차로 수익을 올리는 업체나 차주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차량 가격부터 사후관리와 유지비용까지 아직은 국내 여건에서 외산차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시장 일각에서 나왔다.

지난 2009년 버스(295대)·트럭(2143대)·특장차(1365대)를 포함해 3803대가 수입됐던 외산차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버스(467대)·트럭(7726대)·특장차(2668대)를 합해 1만861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만대 고지를 돌파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9월까지 버스(399대)·트럭(5925대)·특장차(1648대) 합계 외산차 수입 물량은 7972대로 전년 동기(7313대) 대비 9.0% 증가했다.

수입 금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외산차 수입에 들어간 비용은 총 10억381만 달러(1조1397억원)로 2009년(3억7445만 달러)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시장 확대 추세에 맞춰 수입 차종도 다변화되고 있다. 주로 대형트럭 위주였던 외산차 시장에 최근 중·소형트럭과 버스를 비롯해 2층버스나 도심형버스 등과 같은 차종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유종 또한 디젤 일변도에서 벗어나 압축천연가스(CNG)나 전기로 확대 중이다. 최근에는 일본 업체 ‘이스즈’가 그간 현대차 ‘마이티’가 지배해왔던 3.5톤 트럭 시장에 진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상용차 시장이 국산차와 외산차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한 셈이다.

외산차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국산차가 독점해 획일화됐던 시장이 다양하게 바뀌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됐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우려 섞인 목소리를 키우는 이들도 상당하다.

외산차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무엇보다 수입 업체가 한국 실정을 무시한 채 차량을 도입한다고 지적한다. 차량 성능과 각종 사양은 물론, 가격 등이 국내 도로나 운송 여건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외산차를 구입한 뒤 여러 문제로 낭패를 겪는 차주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트럭의 경우 우선 꼽을 수 있는 문제가 적재 하중이다. 외국에서 개발·수입된 트럭이 과적이 비일비재한 국내 화물·물류업계 환경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화물차 운전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자동차가 닛산 ‘아틀라스’를 베이스로 만든 ‘야무진’이나 2007년 스카니아가 한국법인을 통해 수입한 일본 히노 ‘레인저’가 모두 과적을 이겨내지 못해 차대가 부러지는 상황이 빈번이 발생하면서 3~4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사라졌다. 차를 구입한 애꿎은 차주만 피해를 보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런 경험 탓인지 최근 수입된 이스즈 ‘엘프’에 대한 의구심이 시장 안팎에서 제법 많이 나오고 있다. 엘프는 지난 1970~80년대 국내 업체가 라이선스 생산해 판매했던 모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해 단종 됐던 과거 사례까지 이런 불안감을 키우는 데 한 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1980년대 당시 엘프를 구입했던 박모(66·인천)씨는 “예전 차량 성능을 단순하게 지금 나오는 차에 대비해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옛날 엘프는 국내에서 생산된 차종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불만스러워한 부분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아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며 “새로 들어온 차는 수입 제품이라던데, 앞으로 시장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즉시 개선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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