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랑의 택시산업 이끄는 박복규 택시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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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랑의 택시산업 이끄는 박복규 택시연합회장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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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근로기준법 특례 유지 큰 다행”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대단히 훌륭한 회장을 모시게 돼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인도에 있던 손경식 회장과는 직접 통화를 해 회장직 수락 의사를 전달 받았지요.”

박복규 택시연합회장은 지난 주 열린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이하 경총)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그는 대기업 회원사 대표들로 구성된 전형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탓에 회장 선임 과정에서 언론매체들의 통화가 집중돼 홍역을 치렀다고도 했다.

경총 회장직 선임을 둘러싸고 이견과 혼선이 빚어지자 회장 선임 권한을 위임받은 전형위원회에 자연스럽게 세인의 관심이 쏠렸던 것이 이유다. 박 회장은 택시운송업계의 대표 자격으로 경총의 감사직을 수행해 오다 이번에 전형위원장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던 것이다.

‘이번 일이 간접적으로 택시업계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하자 박 회장은 가벼운 눈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최저임금위원회 때의 일이 떠올랐어요. 사용자 최저임금위원으로 참석한 지난 해 최저임금 회의는 과거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는데, 열악한 택시운수종사자 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큰 명분과 택시산업의 실상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참으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당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방안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대 논리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거듭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택시업계로써는 위안이자 성과로 꼽혔다. 실제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방안에 ‘수용할 수 없다’는 2000개가 넘는 업계의 목소리는 대부분 소멸된 상황에서였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의 택시요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말했다.

“택시산업 생산성의 원천은 결국 요금으로 요약되지만, 이것이 제때 인상되지 않기에 택시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나, 택시요금을 묶어둬 재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운수종사자 임금을 올리라는 하는 것은 말이 안되지요. 그나마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선거 끝나고 보자는 식이니 ‘그 피해는 택시가 고스란히 안아라’는 것과 다름없지 않습니까?”

박 회장은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특례업종을 대폭 축소한 법안을 의결하면서 택시는 특례업종으로 유지한데 대해 크게 다행스러워 했다.

“당초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에서 특례업종 자체를 없애고자 하는 노조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였고, 그런 이유로 택시를 특례업종으로 존치시키느냐 제외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저희가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컸습니다. 그런데 택시산업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정부여당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전혀 비현실적이지요. 택시의 근로형태 특성상 근로시간과 대기시간, 휴게시간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까? 그것을 무시하고 어떻게 주 52시간 근로를 맞춥니까?”

박 회장은 톤을 높여 말을 이어갔다.

“실제 운수종사자들은 택시차량을 배차 받은 이후 차량을 다시 입고할 때까지 자율적인 판단 아래 독자적으로 영업을 하는 형태로 일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배차 이후에는 사업자의 지휘・감독이 배제된 채 근로자의 재량으로 근로여부와 휴게시간을 결정하는 것이기에 판에 박힌 근로시간·휴게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저희는 전체 국회 환노위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설명하고, 서신을 보내고, 유인물을 제시하고…, 참 어려운 싸움을 계속했습니다. 지금도 절박한 상황인데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 택시는 어떻게 될 것인지도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비로소 환노위원들의 인식이 조금씩 달라졌어요. ‘현재 상태의 택시는 특례업종 제외가 어렵겠다’라는 판단이 섰던 것입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업계 현안 문제로 옮아갔다. 정부의 자동차공제진흥원 설립 추진과 관련해 그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공제조합을 운영하는 업계마다 사업 환경과 여건, 사정이 다 달라 일괄해 관리하는 일이 우선 쉽지 않고, 또 진흥원 설립 문제에 대한 입장도 다 달라 뜻을 모으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가능한 운수업계가 함께 가야 하기에 고민이 많은 것입니다.”

그는 공제조합과 관련한 외부의 과도한 개입과 간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 자동차공제 운영권을 금감원으로 이관하고자 했지만 우리가 반대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IMF구제금융을 겪으면서 무너진 금융·보험업계에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이 이뤄졌지 않았습니까? 금감원이 관리한 결과가 그랬지만, 우리 공제는 어떤 지원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IMF 파고를 견뎌냈습니다. 공제 운영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외부 전문가들을 운영에 참여시키자고 해 업계가 수용했고, 현재도 이 분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공제는 그런 독자적 운영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수준이면 객관성·공정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정부는 공제업무의 핵심인 지급보증금의 유지·관리 여부 등 큰 틀을 감독하고 나머지는 공제 스스로 판단하고 운영토록 하면 될 것입니다.”

박 회장은 최근의 차동차공유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말했다. 사업 환경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고 4차산업혁명이라는 미증유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신중을 기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다만 자가용카풀제도가 명백히 택시운송사업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인택시와 합심해 답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본격적인 대응을 준비한다는 의미로도 들렸다.

일각에서의 택시합승제 검토와 관련해서도 말을 아꼈다. 수십년 전에 퇴출된 합승을 어떻게 살려낸다는 것인지 더 들여다 보자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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