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車 양보, 이해득실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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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車 양보, 이해득실 따져보니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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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국내 수입 물량 확대
▲ [참고사진] 지난 2014년부터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는 닛산 로그. 르노삼성자동차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로부터 할당을 받아 생산 수출하는 모델이다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우리 측이 미국에 자동차 부문을 양보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관련 업계가 우려의 뜻을 보였다. 당장에는 파급 영향이 크지 않아 강한 반발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3월 중 집중적인 한미 FTA 개정협상을 진행해 원칙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1년으로 예정됐던 미국 내 화물자동차 관세철폐 시기가 20년 연장돼 2041년으로 미뤄졌다. 아울러 미국산 자동차를 국내 들여올 때 미국 자체 안전기준을 준수하면 한국에서도 이를 준수한 것으로 간주해주는 물량을 현행 업체당 연간 2만5000대 수준에서 5만대로 확대한다. 이때 미국 기준에 따라 수입되는 차량에 장착되는 수리용 부품도 그대로 인정해 준다.

연비와 온실가스 관련 현행 국내 기준은 2020년까지 유지된다. 대신 차기 기준(2021~2025년) 설정 시 미국 기준 등 글로벌 트렌드를 고려하고, 소규모 제작사 제도 또한 유지하기로 했다. 배출가스 관련 가솔린(휘발유) 차량에 대한 세부 시험절차와 방식은 미국 측 규정과 조화를 이루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필요한 수준에서 명분을 제공하되 최대한 실리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그간 미국의 최대 대한(對韓) 적자품목인 자동차 분야에서 화물자동차 관세철폐를 장기 유예해 일정 부분 양보했고, 우리 안전·환경기준 기본 체계를 유지하면서 운영상 일부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산 수입 차량 수리용 부품도 이미 자동차관리법 자기인증조항을 근거로 인정해 주고 있었던 만큼, 새로운 것을 추가로 내준 것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화물자동차의 경우 사실상 국내 업체가 미국으로 수출한 사례가 아직 없는 분야라는 점도 정부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에서 수요가 많은 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실제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지만, 출시 시기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 길이 막히면 미국 내 생산시설을 통할 수도 있어 유연한 대응이 어느 정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일 픽업트럭 모델 생산업체인 쌍용차 또한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그룹과 관계 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미국 진출을 노리진 않았다. 다만 쌍용차는 2020년 이후 시장 진출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어떻게든 이번 합의에 따른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산 차량 수입도 당장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시장에서 미국산 차량이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수입된 차량은 전년(6만102대) 대비 12.4% 감소한 5만2635대였다. 국내 업체 미국 지역 수출 물량(84만5319대)의 6.2%에 불과하다. 미국 측이 꾸준히 불공정 무역을 주장하는 이유다. 국내에서 미국산 차량 인기가 없는 이유로는 연비가 나쁘고 실용성이 떨어지며, 디자인과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독일·일본 업체에 뒤쳐지는 것이 꼽혔다. 미국 브랜드인 포드(1만727대), 크라이슬러(7284대), 캐딜락(2008대)은 물론 한국GM이 수입·판매하는 쉐보레(4739대) 모두 한국 소비자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돼 수입되는 독일과 일본 브랜드 일부 차량 또한 시장 비중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는 당장엔 이번 합의에 따른 영향이 크지는 않겠지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자동차는 연관 부문 규모가 큰 국가 기간산업인데, 이번 합의로 최대 수출지인 미국 시장 진출이 향후 막힐 수 있다”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왔다. 다만 한미 양국 합의가 당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업계 차원 즉각적인 반발이나 대응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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