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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 이동권 확대’ 새로운 전기 맞나
김정규 기자  |  kjk74@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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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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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수용’ 의지 밝혔지만 업계 우려 해소는 ‘난제’
- 내년 표준모델 용역 결과 ‘관심’…“결국 비용이 문제”
- 재정지원 주체가 관건…“배려하는 사회적 공감대도 필수”

   
 

고속·시외버스 휠체어 리프트 설치 ‘낙관’…저상버스는 ‘불투명’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그동안 사회적 무관심으로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던 ‘교통약자 이동권’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2007년부터 5년 단위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이동권 확대에 별다른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 시행 계획이 가시화되고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소관부처들이 수용하면서 교통복지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면,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저상버스 도입은 비용 문제로 정체 상태에 직면했고, 고속‧시외버스업계도 버스 안전과 경영 부담 등을 이유로 ‘휠체어 쟁애인 리프트’ 설치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사회가 장애인 이동권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사회적 비용이나 시민들이 버스 이용 불편을 감수할 공감대가 형성될지도 미지수다. 교통약자가 30%대에 육박하는 지금, 시민의 기본권인 ‘시외 이동권’을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공유하며 누릴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교통약자 30% 시대…이동권 보장, 지금도 늦지 않아

지난 2일 국토교통부 ‘2017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3∼4명 중 1명은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로 나타났다. 2017년 말 기준 우리나라 교통약자 인구는 전체인구의 약 28.9%인 1496만명으로 2016년보다 약 25만명 증가했다.

동일 지역에서 매일 외출 빈도(월평균 1회 이상)는 비장애인이 36.0%, 장애인이 32.0%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시도 경계를 넘나드는 지역 간 외출 빈도(월평균 1회 이상)는 일반인이 36.0%, 장애인 13.1%로 일반인과 장애인 간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지역 내 이동에는 장애인은 버스와 지하철을 비슷하게 이용하지만 시외 이동에는 철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들이 고속‧시외버스를 이용하는데 제약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일상생활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동 횟수에는 차이가 없지만 시외 이동에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우리나라 교통 인프라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가 교통약자의 버스 이용을 통한 이동권 확대를 위해 주력하는 부분은 두 가지다. 저상버스 확대와 고속‧시외버스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데 정책의 방점이 찍혀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까지 교통약자를 위한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은 37.73%에 머물러 있다. 애초 정부가 세운 목표에 못 미치는 수치다.

앞서 정부는 ‘제2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 수립 당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저상버시 도입률을 41.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공언한 바 있다.

   
 

이처럼 저상버스 도입이 쉽지 않은 데는 차량 가격이 일반버스보다 1억원 가량 비싸 정부 의 일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저상버스 도입시 국가는 특별시에는 40%, 기타 지자체에는 50%를 지원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 자립도가 약한 지자체는 저상버스 도입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교통 전문가들 사이에선 교통복지와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이라는 기본권 실현을 위해 국고보조비율 현실화 등 저상버스 도입사업 실적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교통약자 시외 이동권 문제는 그나마 진척을 이루고 있다. 최근 인권위가 휠체어 장애인의 시외 이동권 보장을 위해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 등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 권고에 대해 정부가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전환점을 마련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2019년부터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할 수 있도록 고속․시외버스 일부 노선에 시범운행을 추진하고, 휠체어 사용자 탑승을 위해 내년 내 고속․시외버스에 대한 안전검사기준 개발 완료 및 버스 개조, 터미널 시설 개선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는 내년 예산편성과정에서 고속버스 이동편의시설 설치비 지원 사업에 대해 표준모델 및 안전기준 등이 마련되면 재정지원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에서 운행 중인 고속·시외버스 총 1만730대 중 휠체어 사용자 탑승 편의시설이 갖춰진 버스는 한 대도 없다.

향후 정부의 추진 의지에 따라 업계 반발도 예상된다. 업계는 현실적으로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은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와 사전예약시스템을 마련할 경우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고 버스터미널 공간 확보뿐 아니라 급정거 등 사고 발생 시 휠체어 사용자의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일반 승객과의 형평성이나 수요에 따른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점도 이유로 들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확대되더라도 고속철도와 경쟁에 따른 승객 수요 감소 등 계속 열악해지는 업계 상황을 감안하며 시설 개조 비용 증가는 바로 경영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 업계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간기업인 버스업체들은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는 휠체어 승강 장치를 장착한 버스를 도입해 운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업계는 리프트 설치 버스가 도입될 경우 발생하는 손실금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하게 되면 일반 좌석 6석이 제거되고, 이로 인해 비용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이 경영 부담을 감수하면서 버스 도입을 받아들이기는 무리가 있다. 또 정부도 강제할 근거가 없어 도입 결정 후에도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달래고, 일반승객 설득하고 ‘투트랙’ 전략 필요”

정부나 업계 모두 설치비용 문제라는 데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용역에 들어간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개조차량 표준모델 및 운영기술 개발 연구’ 결과를 주목하는 이유다. 이번 연구용역에는 2016년부터 3년간 약 90억원이 투입됐다. 내년 9월께 연구가 완료될 예정이지만 바로 적용할 수 없어 휠체어 장애인들이 탈 수 있는 버스가 언제부터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교통전문가들은 결국 교통약자 시외 이동권 확대는 재정지원을 어디에서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비용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재정지원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고속‧시외버스의 경우, 인면허권을 갖고 있는 주체가 달라 재정지원 주체도 다르다. 고속버스는 국토부에, 시외버스는 시도지사가 허가권을 행사하고 있다.

실례로 미국에선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 가능한 지역 간 버스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휠체어 리프트 장착비용, 일반좌석 제거로 인한 손실보상금은 물론 휠체어 이용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위해 운전자 교육과 감수성 훈련비용까지 재정지원 항목으로 포함돼 있다. 재정지원 주체는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매칭펀드로 구성됐다. 연방정부가 90%, 지방정부가 10%를 부담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까지 보급률 25%까지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지역 간 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한 버스회사에 대하여 세금감면 혜택만 주고 있을 뿐, 좌석에 대한 손실보상금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일본의 지역 간 버스 중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한 버스는 단 한 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버스업체들은 비용과다 및 좌석수 감소로 휠체어 리프트 장착 버스 운영의 어려움을 정부에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통약자 이동권 확대 정책을 두고 정부와 업계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이용자 전반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저상버스 도입이나 휠체어 리프트 탑재 버스 이용 모두 장애인 탑승시 일반 승객의 대기시간과 운행시간 연장이 불가피하고 시외 이동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 고속버스 이용에도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통전문가들 일각에선 “우리 사회가 시외 이동시 장애인들의 탑승을 기다려주고 거기에 드는 사회적 비용이나 개인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지는 아직까지 의문”이라며 “이 문제를 공론화 해 공감대를 이룰 수 있도록 정부가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를 향해서는 “업계가 교통약자의 이동권에 난색을 표하는 것은 결국 비용의 문제로, 정부가 재정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면서 설득해 나설 수밖에 별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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