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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隱語)가 판치는 중고차 시장에 미래는 없다
김정규 기자  |  kjk74@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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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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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콜잡이’ ‘떠방이’ ‘영화 찍다’ ‘덜덜이’ ‘꺾기’ 그리고는 ‘뻥카’를 강매한다.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지금도 중고차 시장에서 횡행하고 있는 그들만의 ‘은어’들이다. 최근 이런 은어가 총 집합한 일이 벌어졌다.

홈페이지에서 중고차 정보를 보던 한 소비자는 미끼매물 전문 상담원(콜잡이)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고 단지에 찾아갔다. 그곳에는 무등록 불법 딜러(떠방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부터 소비자 앞에선 ‘관심 매물이 방금 팔렸다’거나 ‘고장이 났다’는 식의 연기가 펼쳐진다(영화 찍다). 여기에 현혹된 소비자가 계약서를 쓰는 사이 차의 연료 분사 노즐과 퓨즈를 빼놓거나(덜덜이), 주행거리를 조작하는(꺾기) 등 불법정비가 이뤄진다. 이제 남은 것은 허위매물(뻥카) 강매와 공갈, 협박뿐이다.

이렇게 ‘은어’가 넘치는 시장은 정상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그들끼리만 사용하는 ‘숨은 언어(隱語)’로 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것 말고는 언어로써 효용가치가 없다. 시장의 질적 수준하고도 직결된다.

신차 거래대수의 2배를 넘었다느니 거래규모가 선진국 수준에 육박했다는 말은 공허한 표현에 불과하다. 양적 확대를 확보한 시장은 동시에 질적 성장을 모색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산업 경제에서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그것은 현재 거부할 수 없는 산업 생태계의 본질이 된지 오래다.

‘레몬 마켓’은 정보 가치와 정보 접근성의 제한에 따른 불균형에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중고차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다양한 창구가 마련됐음에도 정보 불균형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판매자의 ‘합리적 도덕성’이 결여된 데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시장 판매자로서 가져야 할 합리성(이익)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도덕성(태도)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 일들이 자연스레 벌어지면서 전체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불법행위를 묵인하는 ‘잘못된 동업자 의식’도 한몫하고 있다.

합법적 종사자나 불법 딜러들이 공통으로 쓰는 ‘은어’가 자리 잡으면서 알게 모르게 동업자 의식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강도 높은 자정노력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공동의 언어는 공동의 의식을 체화하는 힘이 있다. 이것이 음성적이고 후진적일 때 시장의 발전적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말이 무서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금도 양심적으로 일하는 수많은 영세 중고차 종사자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있다. 결국 중고차 시장이 이제는 레몬마켓을 넘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형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과대 포장된 저급상품들 때문에 질 좋은 상품이 밀려나고 있고 불량한 말과 허위매물이 좋은 그 나머지 것들을 압도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몰아낼 때 사회적 문제는 언제 어디서나 도사리고 있다. 그곳을 찾아갈 소비자는 어디에도 없다. 중고차 시장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그곳에서 통용되는 말부터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의사소통의 불균형이 정보 불균형의 주범임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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