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발생하면 사업주 책임지듯 교통사고는 국가 책임져야”
상태바
“산재 발생하면 사업주 책임지듯 교통사고는 국가 책임져야”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18.0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5일 코엑스에서 열린 ‘도시부 속도하향 공청회’ 발표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보행자 안전과 교통사고 발생 시 사고심각도를 낮추기 위해 제한속도를 낮추자는 ‘안전속도 5030’ 캠페인의 법제화 추진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왕복 2차로 이상 도시부 간선도로에서는 시속 50㎞로, 보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생활도로 등 이면도로에서는 30㎞로 자동차 제한속도를 낮추자는 ‘안전속도 5030’ 캠페인 도입 3년 차를 맞아 지난 25일 서울 코엑스에서는 열린 공청회는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이 주최하고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주관해 최기주 대한교통학회 회장의 주재로 진행됐다.

김민우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주제 발표를 통해 국내 보행자 사고 특성과 도시부 과속 실태, 속도하향 필요성과 효과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 중 사망 비율은 지난해 기준 40%에 이른다. 이는 보행자 교통사고의 치사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2012년~2016년) 차대 차 사고 치사율이 100건당 1.2명인데 반해 차대 사람의 경우 3.7명으로 조사됐다.

국내 보행자 교통사고는 주로 주간보다는 야간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사고 대부분이 차로 폭 9m 미만 도로에서 발생(54%)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차로 1개 폭이 평균 3m인 것을 고려하면 주로 주택가 등 왕복 2~3차로의 생활도로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주행 시험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제동거리는 주행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급속히 증가한다. 시속 30㎞로 주행 시 제동거리는 6m인데 반해 60㎞에서는 27m로 대폭 늘어났다.

주행 중 운전자가 전방의 위험 상황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아 실제 제동이 걸리기까지 자동차가 진행한 거리인 공주거리까지 포함하면 총 정지거리는 44m가 된다.

따라서 주행속도를 낮추면 보행자와 충돌 시 중상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결론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달 보행자 인체모형을 놓고 한 실험 결과 시속 60㎞로 보행자 충돌 시 중상 가능성이 92.6%에 이른다.

속도가 높을수록 충격이 목이나 가슴보다는 머리에 집중되기 때문인데 시속 60㎞ 충돌 시 머리 상해치는 4078HIC로 나타났다. 머리 상해치가 4000HIC을 넘으면 사망할 확률 80% 이상이란 걸 의미한다.

반면 자동차 속도를 10㎞씩만 줄여도 보행자 중상 가능성이 20%p 이상 줄어든다. 시속 50㎞일 경우 중상 가능성은 72.7%이고 30㎞ 경우 15.4%로 대폭 줄어든다.

해외 교통 선진국 대부분은 도시부 제한속도를 50㎞ 이하로 설정하고 있다. 덴마크와 호주에서 제한속도를 60㎞에서 50㎞로 하향했더니 사망사고가 각각 24%, 18%로 감소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국내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도 교통사고와 사고심각도가 각각 24%, 28%로 줄었다는 한국교통연구원 조사 결과도 있다.

도시부 제한 속도를 하향 조정할 경우 흔히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전체적인 평균 통행 속도가 저하될 것을 꼽는다.

하지만 한국교통연구원에 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에서 50㎞로 낮출 경우 평균 통행 속도는 39.0㎞에서 39.3㎞로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로 제한 속도보다 교통혼잡과 신호 대기 등으로 인한 요인이 평균 속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주제 발표 이후 이어진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안전속도 5030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이윤호 안전생활시민실천연합 본부장은 “최근 해외에서는 도시부 제한속도를 50㎞로 설정한 것을 넘어 40㎞까지 낮추려 하는 것이 요즘 추세”라고 말하고, “사업장에서 산재가 발생하면 사업주가 책임을 지듯이 이제 교통사고는 앞으로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패러다임이 생겨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박정수 국토부 교통안전복지과 과장은 “해외 선진국의 교통 정책을 어떻게 우리 현실에 맞게 부작용 없이 이식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봐야 한다”며 “5030 정책 도입과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볼 때는 개인 차량 운행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률은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운수업계에서는 속도 하향에 따른 영업 이익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청회 말미 질의 응답시간에서 한 개인택시 운전자는 “아무래도 속도를 낮추면 이번 신호에 갈 것을 다음 신호로 미루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느냐”며, “보통 택시는 평균 20회 정도의 승객을 태우는 데 3명 정도만 줄어도 대부분 열악한 사정의 택시 기사에게는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주 교통학회 회장은 “교통안전은 현 정부의 중요한 정책 목표인데 담당부처인 국토부에는 교통안전복지과 부서뿐”이라며 “교통안전 업무 부서를 격상하고 그에 따른 인력 충원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