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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렌터카캠페인] 속도제한장치
박종욱 기자  |  pjw2cj@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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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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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속, 근원적 차단…사고 가능성 줄여야
- 미국엔 과속추적장치 장착하기도
- 여행용 단기렌터카가 1차적 대상
- 업계·이용자에 필요성 확산시켜야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 수일 전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수도권 지역에서 사업용자동차의 속도제한장치를 불법으로 해제한 운전자와 해제작업자 등 171명이 경찰에 적발돼 입건됐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속도제한장치’란 무엇인가. 운행 중인 자동차가 일정한 속도에 이르면 자동으로 연료가 차단돼 속도를 높이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로, 정부가 자가용 승용차에 비해 운행거리가 길고 교통사고가 잦은 사업용자동차들 가운데 사고 시 피해가 큰 차종을 중심으로 2012년 8월부터 이 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한 것이다. 대상 차종과 제한속도는, 모든 승합차가 시속 110km, 3.5t 이상 화물차가 시속 90km까지 달릴 수 있도록 했다.

이 조치 이후 대형 버스와 화물차의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크게 줄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속도제한장치가 제 몫을 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적지 않은 사업용자동차 운전자가 자신이 운전하는 자동차의 속도제한장치를 돈을 줘가며 해제하려 했을까.

그들은 속도제한장치가 제어하는 속도로 운행하는 것보다 더 빨리 달려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 상업운행을 이어가기 위해 그와 같은 선택을 했다고 한다. 더 많이 운행하기 위해 더 빨리 달려야 하므로 이 기기를 해제하려 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수입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안전은 완전히 뒷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교통사고는 운전자 자신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자동차,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 등 많은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것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지난 5월 초 주말을 낀 연휴기간동안 가족 등 8명과 함께 전라남도 해남군, 진도군 일대를 12인승 스타렉스를 렌터해 여행을 다녀온 김동철(63·경기 의왕)씨는 “스타렉스에 속도제한장치가 설치돼 있는지 모르고 운전을 시작했는데, 달리다 보니 속도가 제대로 오르지 않아 답답했어요. 그래서 렌터카업체에 물어보니 속도제한장치가 달려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조금 불편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런 줄 알고 전라남도 일대를 운행 하는데, 그날따라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통행 차량이 별로 없어 운행에는 큰 문제가 없던 상황에서 지방도를 달리고 있는데, 도로변으로 교통사고가 난 자동차 두세대가 나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비로소 속도제한장치가 달려 있는 것이 큰 다행이었다고 느꼈어요. 비오는 한가한 도로를 속도를 내 달렸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아찔했던 순간이었습니다”라며 여행 당시의 느낌을 전했다.

“이 장치를 장착한 이후 운행 중 과속단속카메라를 만나게 돼도 전혀 신경이 안 쓰이는게 좋았습니다. 덕분에 한 달이면 보통 두장 정도 위반딱지가 날아왔는데, 그 이후에는 단 한 장도 과속위반딱지를 끊은 적이 없어요.”

이는 경기지역 시외버스업체에 근무하는 운전자 김송길(55)씨의 말이다.

렌터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승용차를 포함한 전체 렌터카에 이 장치 장착을 의무화하자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강동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은 “미국 컨넥티컷주에서는 차량내부에 GPS 속도추적장치를 장착해 과속을 감지할 경우 150달러의 위약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렌터카 운전자의 운전제한 연령과 경력기준을 따로 두고, 렌터카 사고기록 및 음주운전 여부 등의 조회 시스템을 구축하여 사고이력 등을 조회할 수 있게 하는 것과 함께, 렌터카에 최고속도제한장치 장착을 의무화 하고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언론 기고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실제 외지 관광객들의 렌터카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제주도에서는 렌터카에 속도제한장치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는 조례를 개정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가 렌터카 사고예방을 위해 오히려 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법령 제·개정 등 렌터카 교통안전을 위해 조속한 제도 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제주도 관계자는 “외지 관광객들의 렌터카 교통사고는 초행길을 나들이 기분에 들떠 과속을 일삼는 바람에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속도제한장치 장착의 의무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렌터카에 과속제한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면 도내 렌터카 교통사고의 10% 이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단기간 여행용으로 이용되는 렌터카 외 대도시지역에서의 업무용 또는 출퇴근용 렌터카 이용자의 불만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주로 장기계약 렌터카 이용자들은 ‘렌터카가 자가용 승용차와 다를 바 없는데, 자가용 승용차에 장착이 의무화돼있지 않은 장치를 유독 렌터카에만 의무화한다면 형평성에 맞지 않으며 괜한 불편만 초래할 것’이라는 취지의 불만을 표시한다.

이런 이유로 장기계약 고객이 많은 렌터카업체들은 렌터카에 대한 속도제한장치 의무화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이용률이 떨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속도제한장치 설치 의무화 대상 차종을 단기계약 렌터카로 제한하면 큰 무리없이 기기 장착의 목적을 상당 수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윤호 안실련 본부장은 “운전에는 습관적 요소가 많이 내재돼 있어 평소 속도를 높여 달리는 일이 잦은 운전자가 렌터카를 운전할 때 과속을 자제하는 일은 쉽지 않고 오히려 속도를 높이는 경향이 더 많다”며,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렌터카에 과속제한장치의 장착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렌터카공제조합 관계자는 “렌터카에 과속제한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면 렌터카 이용률이 다소나마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업계의 목소리도 있으나, 반대로 그렇게 했을 때 교통사고를 줄이고 교통사고 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 그것이 렌터카업체 입장에는 훨씬 더 큰 이익”이라며 속도제한장치 장착 의무화 방안에 동의했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발생의 가장 직접적인 사유로 ‘속도’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따라서 심각한 교통안전 문제를 야기하는 자동차들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속도를 제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방법은 미국식으로 운행 후 속도기록지를 확인해 기준을 초과한 과속기록이 남아 있다면 과속 수준에 따라 과태료 등의 처분을 하든, 운행 단계에서 일정 속도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기계적으로 제어하든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또한 택시 등 일부 사업용자동차업계에서 활용하고 있는 운행기록계 기록에 따라 운행 후 과속 여부를 판단해 과태료 처분을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운행 속도가 느리면 운행 중 위험상황에 대한 회피시간이 증가해 사고를 면할 수 있다. 반대로, 달리는 속도가 빠르면 운전자가 위험상황을 인식하고도 미처 손을 써볼 시간적 여유가 없어 짧은 순간 ‘아, 사고를 당하는구나’라고 느끼면서 사고에 빠져 들어간다는 것이다.

렌터카 교통사고는 자동차운전 경력이 짧은 젊은층, 출퇴근 등 일상적인 운행이 아닌 낯선 곳으로의 이동 시, 집이나 회사 근처가 아닌 곳에서의 비일상적 시간, 내차가 아닌 빌린 차를 운행하는 들뜨고 해이해진 마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그렇게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후방 추돌 등 전형적인 과속 교통사고에서부터 급차로 변경, 부당 추월, 중앙선 침범, 신호 위반, 차로 이탈 등이 대부분이나 이 모든 유형의 사고가 발생할 단계에서는 운행속도가 주변에서 달리는 다른 자동차들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따라서 렌터카 사고 역시 운행 속도를 가능한 낮춘다면 사고발생 건수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같은 이유를 감안할 때 렌터카에 대한 속도제한장치 장착 의무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지금 시작해도 결코 빠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한 렌터카업계 내부의 의견 정립에서부터 입법 또는 행정적 절차를 위한 논리를 확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필요하다 할 수 있다.

렌터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다면 속도를 줄이는 노력부터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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