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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이~’ 버스 안내양이 다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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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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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욱 박사의 대중교통 현장진단

[교통신문] ‘오라이~탕탕.’ 버스는 부~웅 내달리기 시작한다. 온몸으로 밀려드는 승객들을 차속으로 밀어넣고 손잡이에 의지해 아슬아슬하게 내달리던 깻잎머리 베레모의 버스 안내양. 70~80년대 일자리가 귀했던 시절. 특별한 기술 없이도 중졸이면 누구나 취직할 수 있었던 버스 안내양은 한 때 시골 소녀들에게 인기직업이었다. ‘인자 한 사람만 더 태우면 니 하고는 이혼이데이~.’ 만원버스 안에선 종종 짓궂은 손님들의 농담이나 초등생 자녀를 미취학 아동이라 뻑뻑 우겨대는 아줌마의 넉살, 회수권을 가지고 장난치는 악동들과의 요금시비가 흔한 일이었다. 지금 같아선 아직 부모님 곁에서 응석부릴 17~18세의 꽃다운 나이. 때로는 요금삥땅 문제로 몸수색까지 당하면서도 악착같이 견뎌내면서 고향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던 씩씩한 ‘우리들의 누이’ 버스 안내양이 요즘 다시 뜨고 있다.

   

1970년대 만원버스에 매달린 버스 안내양[출처 :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버스 안내양은 1920년 후반 서울에서 첫 선을 보였으나, 1961년 교통부가 ‘여차장제’를 도입하면서 80년대 말까지 20여 년간 유지되었다. 80년대 이후 안내양을 구하기도 점차 힘들어 졌고 버스업체들도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난 타개를 위해 안내양을 점차 줄이기 시작했으나 노조 반발과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쉽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버스 안내양이 사라지게 된 계기는 1982년에 버스에 자동문과 요금함이 설치된 ‘시민자율버스’가 도입되면서 부터다. 1987년 교통부는 운행거리 200km 이상에 한정하여 버스 안내양을 유지하도록 했다가 이후 전면 폐지되면서 시내버스, 시외

버스, 고속버스 순으로 버스 안내양이 점차 사라졌다.

추억 속의 버스 안내양이 요즘 다시 뜨고 있다.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승차도우미나 관광안내를 목적으로 농어촌버스의 승차도우미를 도입하는 지자체가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충남 태안군을 시작으로 옥천, 영동, 당진, 하동, 의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최근 천안, 부산, 세종시의 도시지역에서도 버스 안내양 시범사업을 진행하거나 추진 중에 있다. 예전의 버스 안내양과 달라진 점이라면 요금수납과 승하차 안내에서 노인승객들의 승하차 도우미 역할은 물론 지역의 관광지를 소개하거나 노인들의 잔심부름을 하거나 때로는 어르신들의 친숙한 말동무가 되는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한 도우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과거 20대 전후의 안내양들의 나이도 이젠 40~50대 주부의 몫으로 바뀌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버스 안내양(일명 ‘농어촌 버스차장제’)의 원조는 10여년 전 도입한 충남 태안군이다. 태안군은 관내 농어촌버스 10개 노선 중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만대항, 신진도, 만리포 방면 등 3개 노선에 안내양 3명이 각 코스에 번갈아 탑승하고 있다. 안내양이 탑승한 버스 옆면에는 ‘오라이, 추억으로 가는 포구여행’ 이란 글씨와 안내양 그림이 붙어있다. 안내양들은 하루에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대략 8시간을 일하고 월 20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안내양 3명의 연간 인건비 약 7,500만원은 태안군에서 전액 지원하고 있다. 태안군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26.7%로 전국 평균 13.8%의 2배로 높다. 이 때문에 버스승객의 대부분은 70~80대다. 버스 안내양은 이런 지역의 특성을 살린 절묘한 아이디어다. 버스 안내양을 운영하는 ㈜태안여객의 박태선 부장은 ‘당초 관광안내로 출발했으나 최근엔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점차 어르신들의 다양한 승차도우미 역할로 변화되고 있다.’ 고 한다.

40~50대인 승차 도우미의 역할은 어르신들의 짐 들어드리기나 병의원 예약 등을 위한 핸드폰 사용방법 안내, 농번기철 정류장 인근 마트의 심부름까지 전천후 서비스를 하는 만능 도우미가 되고 있다. 태안군청 관계자에 의하면 버스승객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어르신들의 호응이 높아 안내양을 확대 운영하고 싶어도 예산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충북 옥천, 영동에선 5일장이 서는 날마다 버스 안내양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북 의성에선 농촌에 맞는 일자리를 찾던 중 태안군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5명의 버스 안내양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경남 하동에서는 한 때 함북 회령시에서 버스차장 경력이 있는 안내 도우미가 북한에서의 버스안내 시연을 하거나 유창한 중국어로 관광안내 홍보도 하는 쏠쏠한 재밋거리를 주고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급격한 인구의 노령화로 어려움에 처한 농어촌지역의 버스에서 이와 같은 ‘감성’과 ‘배려’의 아이디어가 싹트고, 사양길에 접어든 농어촌버스가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희망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태안군을 비롯한 지자체의 신선한 시도에 필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필자가 지난해 방문했던 일본 요코하마의 어느 택시회사의 경우 유령택시, 침묵택시, 관광택시, 임산부 택시 등 다양한 이벤트 서비스를 통해 변신을 시도하며 인근지역의 다른 회사들보다 월등히 많은 수입을 올리면서 대졸자도 운전직에 지원하는 사례를 보았다. 인구의 노령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자동차로 대표되는 최근 추세로 볼 때 버스를 비롯한 전통적인 대중교통산업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버스 승차도우미의 부활은 아무리 첨단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인간의 감성을 살린 맞춤형 서비스를 적극 개발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산업의 활로가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버스 안내양 제도는 노인교통 안전과 농어촌의 일자리 창출, 사양길의 농어촌 버스의 복지교통 개선의 3박자를 갖춘 대박상품이다. 보다 많은 지역에서 이 제도가 확산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과 마중물을 위한 지원책이 있길 기대한다.

<객원논설위원·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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